우리는 무가공식품, 식물성 식이요법이 신장, 뼈, 눈 그리고 뇌에 최고라는 것을 보여주는 광범위한 근거를 갖고 있다.(p.455) 콜린 캠벨 외, <무엇을 먹을 것인가>
저녁반찬으로 두부김치를 했다. 냉장고와 김치냉장고에 여러가지 김치가 넘칠 듯이 있으니, 아낌없이 먹고 있다. 김장김치가 아무리 맛있어도 오래되면, 결국 맛이 없어지거나 너무 숙성되어 식감이 떨어진다. 김치가 여러 종류가 있으니 간이 순하게 된 김치부터 생으로 먹고 있다. 굴을 한 팩 샀는데, 알이 굵고 신선해서 김장김치에 곁들이니 아주 맛있다. 오래전에, 캐나다 토론토로 놀러 간 적이 있었는데, 거기 한 레스토랑의 굴이 유명하다 해서 주문했는데, 우리네 김장철에 평범하게 먹던 굴 맛보다 못한 데다가 먹고 탈까지 나서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 겨울은 굴을 먹기에 좋은 계절이다. 이렇게 신선한 굴을 손쉽게 먹을 수 있다니, 겨울의 좋은 점 한 가지 추가다.
김치 중에 양념이 강하게 된 배추김치는 볶음밥에 넣어 먹거나 김치전을 부치거나 어떤 식으로든 열을 가해서 먹으면 더 맛있다. 양념이 센 김치를 볶아서 두부김치를 했다.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김치를 종종 썰어서 볶다가 설탕으로 간을 하고(김치에 이미 간이 잘 되어 있으니 설탕으로 감칠맛만 추가했다), 물기가 너무 없어서 물을 몇 큰 술 넣어서 잠깐 더 볶았다. 참기름 몇 큰 술을 두르고 마무리했다. 두부 한 모는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팬에 기름을 두르고 앞뒤로 노릇하게 구웠다. 두부김치와 생굴과 생김치로 식탁을 차렸는데, 볶음김치는 거의 먹지 않았고, 두부김치도 생김치, 생굴에도 생김치를 주로 곁들여 먹었다. 역시, 김치가 맛있을 때에는 굳이 요리하지 않는 게 낫다. 친정어머니는 내년부터는 김장을 담그지 않겠다고 하시는데, 김치가 이렇게 맛있으니 직접 전수받아서라도 담가보아야겠다.
자연식물식 154일째다. 얼마 전에 내린 첫눈이자 큰 눈이 이제 다 녹아서 실컷 등산도 하고 실컷 걷고 있다. 운동량이 많으니 입맛이 좋아져서 아침도 단감배추물김치에 식사를 했다. 간식은 단감을 먹었다. 점심은 외식할 일이 있어서 갈치조림과 갈치구이를 먹고 디저트로 아메리카노와 몇 가지 빵을 먹었다. 커피를 아예 먹지 않겠다는 결단이 슬쩍 흔들리면서부터는 커피를 매우 자주 마시고 있다. 카페에 적당한 생과일주스가 있으면 좋지만, 어중간할 때에는 차라리 아메리카노를 주문해서 조금 맛보는 편이 이상한 음료를 주문하는 것보다 나을 때가 있다. 아메리카노가 아주 진해서 반 잔도 채 마시지 않았는데, 이미 충분했다. 빵도 맛있어서 점심을 과식한 데다, 저녁 식사 후에는 아이가 만들어 둔 대파크림치즈베이글이 당겨서 반 개나 먹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자연식물식이 아닌 음식을 꽤 먹었다. 사실 생선도 자연식물식 음식은 아니지만, 유연한 자연식물식이니 생선은 종종 먹고 있다. 자연식물식 기간이 길어지면서 매우 유연한 식이요법을 하고 있지만, 기본은 자연식물식으로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 감기기운이 거의 지나갔고, 전반적인 컨디션도 매우 좋다.
* 표지 사진 : Unsplash의 Kirsten Dr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