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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나 Jul 09. 2024

고양이 엄마

아이의 엄마, 그리고 고양이 엄마로 동시에 살아가는 건 꽤 힘든일이다.

육아퇴근을 하는 순간 고양이 엄마로 출근해야할 때도 있다. 사실 아이를 낳고 난 다음부터 고양이와 보내는 시간이 확연히 줄었다. ‘고양이의 하루는 사람의 일주일’ 이라는 말이 걸려 개인 시간을 보낼때도 마음이 불편하다. 눈마주치는 시간, 쓰다듬어주는 시간, 사냥놀이하는 시간 모두 중요한데 너무 피곤하거나 힘들면 엄마도 지쳐 쓰러져 자기 바쁘다. 너무 힘들면 내일은 꼭 놀아줄께 하며 미루기도 하지만 고양이에게도 최선을 다하고 싶다. 후보다 먼저 만난 나의 첫 아가들이니까.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이름들을 한바퀴 돌게 된다. 마르를 부를때 후야, 셀로야.. 아니 마르야 하는 식이다. 셀로를 부를때도 후를 부를때도 같다. 어릴때 어른들이 이름을 헷갈려하며 잘못 부를때 이해가 안되었는데 나도 이름을 섞어부르는 어른이 되었나보다.


날은 점점 더워지는데 왜 털갈이를 안하나 했는데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될 것 같으니 빠지는 털도 많아진다. 장묘종인 마르와 셀로도 여름이 되면 털의 부피가 줄어 날씬해진다. 하루에 한번씩 빗던 털도 이제는 눈에 보일때마다 빗는다. 그런데도 한번 빗을 때 마다 빠지는 털이 한웅큼이다. 고양이 털은 직모에 얇아서 공기중에도 떠다닌다. 구석진 곳까지 청소하지 않으면 서부영화 배경의 회전초마냥 굴러다닌다. 그 와중에도 털 빗는건 싫어서 미간과 이마, 뺨을 집중적으로 해준 다음에야 빗질을 허락한다. 섬세하고 까탈스럽다.


고양이를 키우는 것은 외출, 특히 외박에 제약이 많다. 영역동물인 고양이는 강아지와 달라 외출, 즉 산책을 하지 않는다. (이 부분에서는 의견이 많은데 나는 밖에 나가면 긴장하는 모습을 많이 봤고 도심지이기에 산책시키지 않는 쪽이다.) 그렇다보니 1박이 넘어가는 여행? 포기한다. 가도 보호자를 남겨두고 간다. 그치만 ‘집사가 분리불안’ 이라는 말처럼 막상 여행을 가도 즐거운 순간마다 생각나고 보고싶다. 고양이도 보호자가 집에 없으면 활동이 줄어드는지 집도 깨끗하고 화장실 사용도 평소보다 덜하다.


사실 1년에 가는 여행이 많지도 않은데 그 단 며칠을 포기해야 하는게 생각보다 불편하다. 그렇기에 고양이를 키우고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 집사들에게 ‘다시 돌아가도 고양이를 키울거야?’ 하는 질문해보면 이 부분 때문에 ‘아니’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치만 그 집사들도 끔찍하게 아이들을 아끼는 그 마음, 안다. 그렇기에 책임감에 못 키운다고 대답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이제는 털달린 내 아가들 없는 삶이 편할지 언정 그립지는 않다. 나는 항상 위 같은 질문에 ‘백 번 돌아가도 백 번 다시 키울거야!’ 하고 호기롭게 대답한다. 물론 아직 3살 밖에 안된 어린아이들이라 더 쉽게 나오는 대답일 수 도 있다. 노묘, 환묘가 되면 마음이 아파 보는 것도 어려울 것 같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15년 정도 사는 아기들이 최대한 오래오래 나와 함께해줬으면 싶다. 대학까지 꼭 가자 마르야 셀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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