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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롱 Oct 08. 2022

ep5: 죽음의 경계를 경험하다.

어쩌면 항암치료 부작용일까, 1차 투약 10일차 기록



본 글은 의학적인 정보와 권유가 전혀 없습니다.

다섯번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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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생생하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던 날,


미친듯이 당황해 하셨던 아버지의 초점 잃은 눈빛

회복 후에도 숨차하셨던 아버지의 거친 숨소리

쉼없이 울리던 심장 경보음 


내 심장이 비정상이다 못해, 죽음의 문턱까지 

다가왔다라는걸 쉼없이 듣던 저녁


나는 깊은 심호흡과 함께 찬양을 들으며 

두번, 잠에 취한듯 정신을 놨다가 겨우 차렸다.


회복되어서 응급실을 걸어나올때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태어난 곳에서, 죽음을 맞이할 뻔했구나.

사람 인생이 참 덧없다라는 걸.







말초신경의 붕괴, 감각없는 1주일이 시작됐다. 

삶에 대한 쉼표, 후회 없는 미래를 위한 도전.


회복 후 돌아온 동탄, 투약후 1주일차가 제일 면역과 컨디션이 좋지 않다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부모님께 무언가를 해드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는 일상이고 가족과의 시간이도 평범한 하루하루더라도 내 부모님은 경험해지 못했고 세상을 보는 눈이 동네 마트에서 갇혀있기엔 너무나도 사람의 생이 짧고 새로운 도전을 느낄만한 무언가를 해드리고 싶었다. 


이케아를 시작으로 아울렛 매장을 돌며 어머니 인생샷도 찍어드리고 이것 저것 상품을 함께 봤다. 

이케아 기흥을 3번갔는데, 역대급으로 사람이 많았었다.


1차 투약 후 6일차 되던날이었다. 


항암을 하게되면, 모든 신경이 예민해진다.

대표적으로 후각세포와 손끝 발끝이 말초신경의 균형이 깨져버린다.


처음에는 향을 너무 좋아하는 나이기 때문에 향에 대한 걱정이 없었는데 롯데백화점에서의 향수냄세로 점심내내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럽고 뭘 먹어도 먹은거 같지 않더라. 내가 맡던 향, 내가 좋아하는 향이 아니어서 그럴까. 


글을 적는 지금도 손끝이 애리다.

무감각인지, 애린건지, 시린건진 모르겠지만 감각이 무디다.

칼로 찔러도 아플거 같지 않은 느낌. 

참 부지런히, 열심히 살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 혹시 xx 님아니세요?" 

부모님과 센트럴파크를 걷던 도중, 누가 말을 걸어온다. 같은 림프종 톡방에서 치료종료되신 멤버중 한분인데, 아무리 세상이 좁다지만 동탄넓은 한복판에서 나를 알아보고 안부를 물어줄 정도라니 더 부지런히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따.


어머니 구두를 사러 닥스매장에 갔다.

그러던 찰나, 내 구두도 살펴봤는데. 

10개월전 아버지가 선물해주신 로퍼 신발의 밑창을 보고는 놀랐다.

가운데 부분이 헤지다 못해 떨어지기 일보직전인것

이정도로 내가 열심히 살았나..




어쩌면, 심장이 아팠던게 신의 한수였을수도

나는 어쩌면 평생을 숨차하는 일상에 살아왔다. 단순히 살이 쪄서 그랬거니 했는데 

심장이 아픈 후 받은 약으로는 5일째 정상 심박안정수치가 나타나고 있다.


하늘을 보며, 가을을 즐기고 있다.

물론 바쁜 일상속 휴직을 통해 삶의 여유를 느끼고 있지만,

가장 큰 건 하루 24시간 중 나를 위한 시간을 자연속에서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다. 




항암 루틴상 차수가 찰 수록 면역이 떨어진다.

아직은 1차이기에, 어쩌면 기분좋은 글만 적은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감정이 나쁘지는 않다.

다음주는 컨디션이 올라오는 회복주인데 

왜 지금도 회복되고 있는듯 한지 모르겠다.


10월 17일, 2차 투약일정이 정해진다. 

당일에 맞으면 대박이겠네


^^


-살아있음 // 2022.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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