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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이 모이면 삶이 된다

소설, 영화) 색(色), 계(戒) (장아이링)

by 유병천 Sep 29. 2018


 욕망과 계율 사이에 갈등하는 인간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이성과 감정의 문제로도 연결된다. 인간의 삶은 많은 의사결정을 요구한다. 선택의 결과가 모인 것이 인생이다. 인간은 미래의 일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불안하다. 한 때 모 코미디언이 연기했던 인생극장을 떠올려 보면, ‘그래 결심했어’라고 말한 후 선택으로 인한 다른 삶이 연출된다. 물론 실제 인생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같은 시간을 여러 번 살 수 없기 때문에 갈등한다. 선택의 순간 이성이 차지하는 부분이 95%이고, 감정이 차지하는 부분이 5%라고 할 때 과연 우리는 95%의 이성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할까? 상식적으로 자신은 그렇게 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삶에서는 알게 모르게 감정에 의존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장아이링의 <색계> 역시 이러한 인간의 선택에 대한 갈등을 보여준다.


 왕지아즈는 연극에 이끌린다. 무대에 서본 사람들은 그 설렘을 즐기거나, 도피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왕지아즈는 설렘을 즐기는 쪽이다. 그녀의 삶 자체를 연극 속으로 몰아넣는다. 맥 부인을 연기하는 왕지아즈는 암살하려는 대상인 이선생과 사랑에 빠진다. 암살 동참자 왕지아즈, 이선생을 사랑하는 맥 부인. 하나의 인물이지만, 전혀 다른 삶이다. 나중에는 연기가 삶이 되고, 삶이 연기가 될 수 있다. 경계에서 외줄 타기를 하듯 살아가지만, 결정적인 순간 이선생에게 도망가라고 한다. 이 순간으로 인하여 암살을 실패하고, 암살을 기도했던 일당은 모두 목숨을 잃는다. 왕지아즈도 예외일 수 없다. 자신이 마음에 둔 여인을 죽이라고 명령할 때의 이선생도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물론 소설에서는 순간처럼 지나가지만, 내면의 갈등이 없을 리 없다. 하지만, 이선생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 목숨을 건 여인을 버린다. 남성은 머리로 결정하고, 여성은 가슴으로 결정한다는 추론을 할 수 있지만, 개인마다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색계>는 소설에 비해서 영화가 더욱 디테일한 느낌이다. 분량이 짧은 소설이기도 하지만, 영화는 소설에 없는 부분을 추가해서 더욱 생동감 있게 표현한다. 세 번에 걸친 정사장면이라던가, 불안한 심리를 나타내는 눈빛 연기는 소설과 다른 재미를 준다. 선택에 기로에서 올바른 선택을 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자신에게 올바른 선택이 타인에게는 잘못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특히 급박한 상황에서의 의사결정은 많은 오류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선택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은 타인에게 결정을 위임하거나, 죽음밖에는 없는 것일까?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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