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26주-27주
임신 27주
정확히 일주일 전 임신 당뇨 검사를 받고 3일 뒤인 월요일 재검하라는 연락이 왔다. 원래 임당(임신 당뇨) 검사를 통과하면 문자로 보내준다고 했는데 문자 대신 전화가 와서 설마설마했다.
'나의 임당 수치는 148.'
정상수치가 140이니 나는 8 정도 높게 나온 것이다. 사실 검사하기 며칠 전부터 몸 컨디션이 좋지 않긴 했다. 하지만 정상수치와 얼마 차이가 나지 않으니 재검을 받아야 한다는 게 뭔가 조금 억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인터넷을 찾아보니 수치가 141인 사람들도 재검을 받았다고 하니 재검을 받을 수 밖에..참고로 임당 재검 검사는 일반 임당 검사와는 다르게 (*일반 임당 검사: 검사 1시간 전 시약을 먹고 1시간 후 검사) 전날 8시간 금식을 하고 병원에 가서 공복에 채혈을 한 다음 다시 시약 2통을 마시고 1시간 뒤 채혈 / 또 한 시간 뒤 채혈 / 또 한 시간 뒤 채혈 총 4번의 피를 뽑는다. 또한 이 채혈을 할 때는 물도 마시면 안된다. 말 그대로 공포의 검사인 셈이다. 그런데 이렇게 재검을 하고 또 불합격되면 계속해야 된다고 들었다. 그래서 재검 확정 이후 이틀 정도의 시간이 남아서 난 그동안 열심히 식단 조절을 했다.
임신 당뇨 재검사 날
신랑과 함께 재검을 받기 위해 산부인과로 향했다.
우선 공복에 채혈을 한번 하고 시약 두통을 마신 후 두 번째 채혈을 하기 위해 기다렸다. 그러다 아침을 먹지 않은 신랑을 위해 산부인과 근처 햄버거집으로 갔다. 사실 나도 며칠 전부터 햄버거가 먹고 싶긴 했었는데 진짜 그림의 떡이라고.... 먹지도 못하고 쳐다만 보며 이 모든 검사를 끝내고 꼭 맛있는 것을 먹으리라 결의를 다졌다. 그렇게 한 시간을 버티며 두 번째 채혈을 하고 또 세 번째 채혈을 위해 한 시간을 기다린 상태. 참고로 임당 재검을 할 때는 병원에서 세 시간 반에서 네 시간 정도는 있어야 한다. 그래서 검사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그 시간을 보내느냐도 중요한 것 같단 생각을 했다. 아무튼 난 세 번째 채혈까지 마치고 마지막 네 번째 채혈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세 번째 채혈을 하고 나서부터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은 증상이 생긴 거다. 앞은 캄캄하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정말 기절할 것 같았다. 그런데 토하면 처음부터 다시 검사해야 된다는 말을 들어서 나는 올라오는 시약을 억지로 삼키며 한 시간을 악착같이 버텼다. 정말 태어나서 그런 기분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때 또 한 번 느꼈다. 엄마가 된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그렇게 버티고 버티고 또 버텨서 결국 4번째 피를 뽑고서야 난 병원을 나설 수 있었다. 이미 몸은 녹초가 된 상태. 검사 전날부터 검사 당일까지 물 한 모금 먹지 못했는데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다. 임당 재검했다는 사람들을 보니 재검 후 다들 맛있는 것을 먹었다고 하던데 난 마지막 피 뽑는 순간 그 생각마저 뽑혀나간 것 같았다. 입맛도 없고 먹고 싶은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내 몸은 내 몸만이 아닌 것을.... 먹기 싫어도 뱃속에 아이를 위해 먹어야 했다. 그래서 신랑과 간단하게 해장국을 먹고 집으로 돌아와 바로 기절 상태로 들어가 버렸다. 해장국은 반도 먹지 못한채.
그리고 그날 밤 결국 난 몸살이 왔고 아파서 제대로 움직이질 못했다. 이래서 임당 검사는 정말 한 번에 통과하라는 건 가보다. 만약 다시 재검하라고 한다면 아마 난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그만큼 힘들었으니까...
그다음 날 아침
ㅇㅇㅇ님 임신성 당뇨 정밀검사 결과
정상입니다.
라는 문자를 받았다. ‘정상입니다’,’ 정상입니다’,’ 정상입니다.’...... 이 글만 몇 번을 읽었는지 모른다. 사실 네 번째 피를 뽑을 땐 정말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그것 때문에 임신성 당뇨가 확정될까 봐 겁이 나긴 했었다. 근데 참고로 임당 재검 시 4번의 피를 뽑는데 2번만 수치가 정상이어도 된다고 한다.
그걸 그때 알았더라면...마음이 조금 편했을텐데...
아무튼 임신당뇨검사도 이렇게 끝났다.
그나저나 임신 당뇨검사도 합격인데
오늘은 뭐 먹지??
아가 오늘은 엄마 먹고 싶은 거 먹어도 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