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0주
임신 30주
결혼한 지 1주년이 되었다. 정확히 신랑과 처음 만난 날을 기점으로 딱! 5년이 되던 날 결혼식을 올리고 연인이 아닌 부부로써 1주년을 맞이하였다. (그래서 우린 처음 만난 날과 결혼기념일이 같다.) 하지만 연애를 오래 해서 그런지 난 1주년이라는 게 어떨 때는 벌써??라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겨우??라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결론은 행복하다는 것이지만. 아무튼 신랑과 난 둘 다 경상도 사람들이라 기념일이라고 스테이크를 썰고, 와인을 마시고 그런 건 오글거려서 하지 않았지만 대신 신랑이 꽃다발을 선물로 해주다. 연애를 통틀어서 신랑에게 꽃 선물은 정말 처음이다. 누가 꽃 선물은 돈이 아깝다고 했는지.... 하얀 봉지에 꽃다발을 넣어서 ‘이거~’하면서 쭈삣 내미는데 그런 신랑의 모습이 귀엽기도 했고 또 고맙기도 했다.
이 날은 아이를 보러 가는 날이기도 했다. 그래서 더 기분 좋은 마음으로 병원 갈 준비를 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맞는 옷이 없는... 다시 기분이 급 다운됐다. 확실히 임신 30주를 넘기니 배가 많이 나왔다. 보는 사람들마다 개월 차 치고는 배가 작다고 했지만 그래도 난 숨 쉬는 것도 움직이는 것도 조금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임신 30주 나의 변화는 이러했다. 임신 전 보다 체중이 8킬로 증가했으며 팔뚝과 허벅지가 굵어졌다. 그리고 한동안 잠잠했던 임신소양증이 돋아서 여기저기 안 가려운 곳이 없고 빈혈도 심해졌다. 거기에 조금만 밀폐된 공간이나 사람이 많은 장소에 가면 눈앞이 캄캄해지고 식은땀에 어지러워지는 것은 기본이 되었다. 철분 섭취를 많이 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일단 대충 입고 병원에 도착하여 초음파를 검사했다. 그런데 아이는 한 달 전보다 볼에 살이 살짝 붙었긴 했지만 선생님께서는 주수보다 아이가 작다고 하셨다. 나의 체중은 8킬로나 늘었는데 아이의 체중은 고작 1.19킬로. 그렇다면 나머지는 그냥 다 내 살이었나 보다. 아기가 주수보다 크면 조산한다는 말을 들어서 평소에 먹고 싶었던 과일도 예전만큼 먹지 않았는데 아기가 작다고 하니 다 내 잘 못인 거 같아서 마음이 심란했다. 선생님께서는 괜찮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이제 아이를 위해 더 신경 써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자극적인 음식은 최대한 줄이고 아이를 위해 이제 잘 먹어주려고 한다. 마음먹은 것처럼 잘 될진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가,
엄마가 더 노력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