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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케이 Dec 25. 2017

10. 결국 실신, 엄마는 아픈 것도 겁이 난다.

임신 33주(9개월)



‘ㅇㅇ아, 정신 차려봐!!’

‘괜찮나?!’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 거기에 나의 두 어깨를 강하게 흔들어되는 그 사람의 손길에 난 깨기 싫은 잠에서 막 깨듯 억지로 눈을 뜨게 됐다. 눈을 뜨자 만원 버스. 난 그 만원 버스 맨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신랑은 놀란 토끼눈이 되어 쳐다보고 있었고 그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 모두 (신랑과) 같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날은 정기검진이 있기 이틀 전 주말이었다. 집에만 있기엔 뭔가 답답하고 늘 마트나 쇼핑몰만 다니는 것도 지겨워서 신랑과 연애시절 때를 생각하며 카페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그래서 일단 점심부터 간단하게 먹고 조금은 색다른 카페에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주말이라 차를 가지고 가기엔 더 막힐 것 같아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던 건데 ) 일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유난히 햇빛이 강했던 여름. 점심 먹은 게 잘 못 된 건지 아니면 날씨 때문인 건지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그 길에서부터 뭔가 몸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속도 울렁거리고 식은땀도 나는.... 순간 그냥 집으로 갈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절묘한 타이밍에 버스가 도착하여 그냥 타기로 했다. 그런데 분명 에어컨을 틀어놨는데도 불구하고 습함과 열기가 버스 안에 가득했다. 운 좋게도 버스 맨 뒷 좌석에 앉아있던 커플들이 일어나면서 신랑과 난 바로 앉을 순 있긴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부터! 내 머리 속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



눈을 떠보니 신랑을 비롯하여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신랑은 그런 나를 보며 괜찮냐는 말만 하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일단 난 신랑과 버스에서 내리기로 했고 신랑은 내리자마자 또 괜찮냐고 연신 물어봤다. ‘그래그래 나 괜찮아 근데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나의 물음에 신랑은 많이 놀란 듯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내가 버스에서 실신했었다고 말했다. 실신... 실신..? 실신..?! 신랑은 버스 맨 뒷 좌석에 앉자마자 휴대폰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 나를 쳐다봤는데 나의 눈이 흰자만 보이며 경련을 일으켰다고 했다. (경련까지)그제야 나는 이해가 갔다. 그래서 (버스 안) 사람들이 모두 나를 그렇게 쳐다보고 있었다는 것을. 정말 믿을 수 없었다. 실신이라니.. 내가?? 사실 그날 평상시 보다 조금 더 어지럽다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실신까지 할 줄이야... 그런데 그 말과 그 생각이 무색할 만큼 나는 그 후로도 세 번 더 실신 직전까지 갔었다. 그래서 그 날 신랑과의 카페 데이트는 무산이 되고 말았다.





임신 33주

그 후로 이틀 뒤, 3주 만에 아이를 보러 가는 날. 확실히 9개월이 되면서부터 나의 몸도 체중도 마음도 무거워진 것 같다. 증상도 늘어가고 말이다.


< 임신 33주 나의 증상.>

- 침대에서 자는 것이 힘들다.
-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
- 현기증이 많이 난다. 그것도 아주 많이.
- 태동이 심해졌다. 예전엔 발로만 툭 하고 차는 정도의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아기가 뱃속에서 몸 전체를 움직이고 있는 듯한 그런 꿀렁거림이 있다.
- 다리 부종도 심해졌다. 발목과 종아리가 일자가 돼가는 것 같다. 거기에 근육이 갑자기 뭉치는 현상까지 자주 발생한다. (쥐가 나는 증상)
- 피곤한데 밤만 되면 눈이 말똥말똥하다. (불면증)


아이가 커가는 만큼 점점 커져가는 불안감들.





3주 전 아기의 체중은 정확히 1.19키로였다. 선생님께서 주수에 비해 아기가 작다고 하셔서 일부러 그 주에 수박이랑 과일을 많이 먹어주었는데 다행히 아기는 3주 만에 800g이 늘어났다. 이제 2키로대로 진입! (내가 살찌는 건 싫지만 아기가 찌는 건 너무 기분 좋은 현상이야) 선생님 말씀으로는 아기가 이제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다행히 역아도 아니고 양수도 넉넉해서 태동도 잘한다고 하셨고 말이다. 3주 만에  800g이 늘어난 만큼 아이의 얼굴에도 살이 조금 붙었는데 저번보다 아이는 얼굴을 잘 보여주지않았다. (늘 네 얼굴 보러 가는 낙으로 갔는데 )그런데 그것도 그럴 것이 이제 주수가 점점 늘어가면 갈수록 선생님께선 아기 얼굴 보기가 더 힘들어질 거라는 말씀을 하신다. 그렇다면 이제 출산할 때까지 오매불망 기다려야 될 것 같다. 그리고 36주 뒤부터는 이제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검진이 있다고 하셨다. 하...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묘해졌다.


산부인과 검사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난 또 현기증이 일어났다. 선생님 말씀으로는 빈혈에 저혈당, 저혈압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하셨는데 주수가 길어질수록 현기증이 더 날 수도 있다고 철분제도 잘 챙겨 먹고 무조건 조심하라고 하셨다. *빈혈이 심할 경우 피로감, 두통 등의 증상들이 심해지고 거기에 철분 보충이 부족할 경우, 신생아가 출생 시 사용하게 될 철 성분이 부족하여 분만 시 산모에게 수혈의 가능성도 높아질 수도 있어서 꼭 철분제를 복용해야 해야 한다고...





그래서 한번 실신했던 그날 이후 철분 많은 음식 검색을 통해 나는 소고기를 많이 먹기 시작했다. 소고기가 철분이 많다고 해서 비싼데도 불구하고 신랑은 나에게 소고기를 계속 먹인다. (실신할 때 정말 놀랐던 게 분명하다) 입맛은 점점 없어지는데 조산의 위험을 막기 위해 나는 오늘도 또 고깃집으로 향하고 있다. 아마 앞으로 출산할 때까지 소 한 마리는 먹을 것 같은 예감이야. 그나저나 출산 때까지 아프면 안 되는데...



 엄마는 이제 아픈 것도
겁이 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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