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마음속에 살고 있는 변덕쟁이.
그 날은 그랬다.
산부인과 검진을 위해 신랑과 병원에 가서 대기를 하고 있는데 정말 내일이면 곧 출산하실 것 같은 임산부 한 분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그분은 나의 바로 앞 대기자 분이기도 했고 친정엄마와 같이 온 듯했다. 나 보단 조금 더 많은 주수의 막달이라 그런지 그분의 얼굴은 뭔가 힘들어 보이기도 했지만 중간중간 배를 쓰다듬으며 살짝 미소 짓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니 곧 만나게 될 아기 생각에 설레어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그래서 그 모습에 나도 괜스레 배를 쓰담 쓰담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분이 진료실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그곳에선 대성통곡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큰 울음소리여서 나를 비롯한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모든 임산부들이 당황하기 시작했고 모두 그 진료실을 보며 웅성웅성하기 시작했다. 인포에 있던 간호사분들 또한 놀란 듯했다.
그분의 울음소리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커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119가 와서 결국 그분을 데리고 가기까지 했다. 바로 눈 앞에서 벌어진 상황. 나는 너무 무서웠다. 그분의 울음소리가 너무 절규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왜 그러셨을까 왜 그렇게 오열을 하셨을까 그분의 눈물이 난 잠시나마 궁금하기도 했지만 알고 싶진 않았다. 왜냐하면 나의 심리상태 또한 요즘 불안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듣고 싶지 않았던 그 이유를 웅성웅성하는 그 소리에서 본의 아니게 듣게 되었다. 그것도 아주 슬픈 이유를 말이다...
출산을 2주 정도 남겨두셨던 그분은 마지막 검진을 위해 아이를 보러 왔었다고 한다. 그런데... 검사를 할 때 아이의 심장이 뛰지 않았고 자세히 보니 아기의 탯줄이 목이 감겨 있었다고... (아... 다시 그 생각을 해도 눈물이 난다.) 그 엄마는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손, 발, 심장 뛰는 소리 다 듣고 이제 직접 만나게 될 날만 설레며 기다리고 있었을 텐데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나는 눈물이 났다. 다음 진료 차례가 나였는데 진정이 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진료실에 들어가니 의사 선생님의 눈도 빨갛게 되어있으셨다. 그래서 솔직히 그 날 난 어떻게 검사를 받았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이제 아이를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불안한지.... 막달이 되니 내 마음속엔 기쁨과 행복이라는 감정보다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들이 더 생기는 거 같다. 마음속에 변덕쟁이 하나가 자리를 잡고 살고 있는지 기분이 막 좋다가도 금세 우울해지고 눈물을 쏟아내는 날이 많아졌다. 뉴스 보는 것도 무서울 만큼 말이다. 이런 나의 불안한 마음... 곧 아이가 태어날 이 세상. 내가 지켜줘야 하는데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그런 불안한 마음과 책임감들이 마음 한켠을 차지하고 괴롭힌다. 이제 널 만나기까지 한 달.
과연 엄마가 잘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