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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케이 Dec 19. 2017

07. 엄마는 그랬단다.

너와 나의 연결고리. ‘사랑’


임신 전

나라는 사람은 그랬다.
손이 조금 찢어지거나 다리에 큰 상처가 생겨도 약은커녕 대일밴드도 붙이지 않고 다녔고 변비는 심해서 약을 먹어야만 일주일에 고작 한번 장을 비울 수 있었다. 그리고 위는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먹기만 하면 소화가 되질 않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병원 근처도 가지 않았다. 그냥 살면서 감기 정도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나 자신한테 무심했던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나에게 쓰는 화장품은 물론 샴푸까지도 성분 무시! 모두 가장 저렴한 걸로 사용했다. 그런데 임신을 하면서 나는 그랬다. 아이를 보호해야 했다.



임신 후

손에 조금만 피가 나도 대일밴드를 붙여댔고 샴푸 하나를 써도 바디로션 하나를 써도 몸에 좋은 걸 쓰게 되었다. 내 몸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혹시나 잘 못된 제품 사용으로 내 몸에 이상한 바이러스가 침투되거나 나쁜 유해성분들이 쓰며들어 혹 아이가 잘못될까 봐였다. 그래서 무조건 유기농, 천연, 인증마크가 있는 제품을 사용했다. 또 임신을 하니 안 그래도 심한 변비는 더 심해져 화장실을 가지 못하는 날이 많았지만 (임산부가 먹는 변비약이 있는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변비약은 먹지 않았다. 혹 아이에게 해가 될까 봐서였다. 무조건 식이요법을 했다. 그냥 나의 모든 삶은 뭐 하나를 해도 모두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 맞추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임신을 하면서 자궁근종에 갑상선 호르몬 상승, 임신 당뇨, 거기에 (길가다가 갑자기 쓰러질 정도의) 심한 빈혈까지 생겼었다. 그래서 갑상선 호르몬 조절을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6개월까지 꼬박꼬박 병원에 가서 피를 뽑아야 했고, 자궁 검사를 위해 산부인과도 일주일에 한 번씩 가야 했다. 거기에 임신 당뇨에 먹는 것도 신경 써야 했고 그렇게 나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평소에 가지 않던 병원을 그렇게 싫어하던 병원을 한 달에 몇 번씩은 가야 했다. 팔, 엉덩이 할 거 없이 주삿바늘도 몇 번씩은 꽂아야 했고 말이다. 내 아이를 위해서... 나는 그래야만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아이를 지킨 것이 아니라 아이가 나를 지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내가 아이를 지킨다며 했던 모든 행동들이 오히려 나를 더 건강하게 만들어주었으니까 말이다.

사실 임신을 하면 먹으면 안 되는 음식도 많고 조심해야 될 것 많으며 자는 것 하나, 입는 것 하나도 불편해진다. 그래서 산전 우울증도 불쑥불쑥 찾아오긴 했지만 나의 이 모든 것들이 아이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기에 또 내 뱃속에서 열심히 발버둥(태동) 치고 있는 아이 역시 나 만큼이나 힘들다는 걸 알기에 오늘도 난 나의 힘듦을 조금 내려놓고 아이에게 맞추려고 노력해본다.




힘내자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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