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만난 날.
임신 39주
아이를 만나려면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는데 그 전날 이슬(피비 침)을 보고 나서 바로 병원을 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 말로만 듣던 공포의 내진이라는 것을 받게 되었다. 그 검사는 정말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너무 아프고 고통스러워서 검사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걷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런데 내진 검사 후 의사 선생님께선 자궁이 2센티 정도 열렸다며 오늘 밤에 아이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기쁘면서도 뭔가 무섭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온 난 5분 간격 사이로 쥐어짜는 듯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신랑은 출근하고 없었고 난 온 집안을 옆으로 기어 다니기 바빴다. 그러다 미리 싸놓은 입원 용품 가방을 다시 점검한 뒤 결국 그날 저녁 신랑과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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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잦아지는 진통.
그리고 더 아파오는 고통.
자궁수축이 진행될수록 내진은 한 번씩 하러 오셨는데 난 다시 생각해도 이 내진하는 게 제일 고통스러웠던 것 같다. 그러다 진통에 못 이겨 간호사분께 무통주사를 놓아달라고 부탁했고 그렇게 난 마지막 내진을 받고서야 가족분만실로 갈 수 있었다. 아... 무통 천국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온 것 일까? 분만실로 옮겨진 난 무통주사를 맞고 나서부턴 내진을 해도 아프지 않았고 진통이 와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90% 진행이 되었다고 간호사분이 말씀하셨다. 그런데.... 문제는 10%를 남겨놓고 무통주사의 효력이 다 끝나버렸다는 거! 참고로 무통주사의 효력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인데 난 그때부터 나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었다. 식은땀은 온몸을 적시고 있었고 고통과 함께 찾아온 어지러움증과 또 눈 앞의 캄캄함은 나를 더 무섭게 만들었다. 이대로 가다간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러다 너무 아파서 신랑에게 자연분만이 아닌 제왕절개를 해달라고 울기도 하고 무통주사를 하나 더 놔달라도 떼쓰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신랑에게도 또 병원 간호사 분들에게도 너무 미안하단 생각이 든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아기 낳는 엄마들이 왜 그렇게 소리 지르는지 이해도 할 것 같았다.
‘진행합시다’
드디어 시작된 분만!
누군가 그랬다. 아기를 낳는 건 똥구멍으로 수박 하나가 나오는 것과 똑같다고. 당시 난 그 말을 우스갯소리로 들었었는데 왜 그런 말을 했는지 힘을 주는 순간 느꼈다. 너무 고통스러운 순간. 하지만 곧 만나게 될 아이와의 만남에서 올 기쁨. 얼굴에 힘을 주면 얼굴 핏줄이 터진다는 친언니의 말이 생각나서 정말 이를 악물고 소리 한번 지르지 않고 모든 고통을 견뎌내었다. 그러다 분만을 하는 과정에서 결국 난 힘이 빠지기 시작했고 기절할뻔한 순간이 잠깐 왔었다. 하지만 그때 한 간호사분께서 심박동 기계를 보시더니 아기가 지금 힘들어하고 있다고 심장박동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듣는데 눈물이 났다. 나 때문에 아이가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그래서 다시한번 죽을힘을 다해 힘을 주었다. 그리고 곧 뭔가 쑥~ 하고 빠지는 느낌이 들더니 곧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응애~~ 응애~~’
39w1d
체중: 2.75kg
그렇게 조금은 빠른 주수에
조금은 작은 체구의 아이.
난 울었다. 너무 작은 아이가 안쓰러워서 그리고 너무 잘 이기고 태어나 준 아이가 너무 고마워서. 잠시 본 얼굴이지만 꾸물꾸물하며 살짝 뜬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아이의 모습을 나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렇게 아이와의 짧은 만남이 끝나자 나의 모든 긴장이 풀리면서 난 온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기 시작했고 그대로 병실로 옮겨졌다.
드디어 만난 너...
아가 엄마 자식으로 태어나줘서
너무 고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