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톤 #화성돈 #밀리터리 #역사 #미리견 #역사 #신미양요 #미국
내게 이모가 셋 있다. 그중에 인천에서 떡 방앗간을 하는 집으로 시집을 간 첫째 이모가 버지니아주로 이민을 갔다. 그곳에서 이모부는 미주 중앙일보 신문사를 운영했다. 몇 년 뒤 이모는 시골에서 농사만 짓던 친정 엄마이자 나의 외할머니 '김흥순' 여사를 모시고 미국으로 떠났다.
딸을 낳으면 비행기를 탄다는 말이 이런가 보다. 나를 도맡아 길러준 외할머니는 코가 오똑하고 눈이 반달처럼 크고 예쁜 1917년생이다. 제1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때에 태어났다. 그녀가 17살이 되던 1934년에 ‘화성군 반송리’에 자리잡은 엄씨네로 시집을 왔다. 그녀는 무학이지만 서당에서 어깨너머로 ‘한글’을 익혔다. 그녀가 외출을 하거나 자식들에게 남길 말이 있으면 소리나는 대로 정음을 써놨다.
초중성의 위치 조합과 크기가 그녀 맘대로여서 한참을 들여다 봐야 했다. 가스 밸브를 잠그고 나가지 않으면 가만 안둔다는 엄포다. 그녀는 ABCD도 모른채 이모 손에 이끌려 워싱톤 DC의 덜래스 공항으로 떠났다. 그곳은 1861년 남북 전쟁의 격전지였다. 그녀는 무료한 미국 생활을 공원에 나가 자신과 비슷한 연배의 히잡을 쓴 이슬람 할머니들과 대화를 나눴다. 손짓과 얼굴 표정으로 ‘댁은 얼마나 먼 나라에서 왔냐?’를 물었고 자신들이 더 멀리 왔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눈을 가늘게 떴다 키우며 멀고 가까움을 표현했다.
한번은 그녀가 공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풀을 뽑는 모습을 지켜 보고 있었다. 흙을 털지 않고 쓰레기 봉투에 그대로 담자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손짓을 했다. 그녀는 풀을 뽑아 땅바닥에 흙을 털어 봉투에 담는 시범을 보였다. 그들은 뭔가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바디 랭귀지는 미국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필요한 곳을 다니며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6개월만에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며 ‘현관문 앞에서 데굴데굴 구르는’ 시위를 했다. 소풍 가는 어린 아이처럼 발랄하게 웃으며 인천공항에 나타났다.
사람들은 내가 '화성에 살았다'고 하면 대번에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얘기한다. 100이면 100 다 그렇다. 그런데 어떤분이 화들짝 놀라며 ‘차범근’ 고향 아니냐며 새로운 사실을 일깨웠다. 80년 전두환 대통령 때 화성연쇄살인사건이 TV를 장식했을 때 초등학생이었던 오빠와 나는 의아해 했다. 사건에 나온 이야기들은 실재 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봤을 때 연관성이 떨어지는 것들이었다. 얼마 지나 재개발 보도가 나가고 외지 사람들이 땅을 보러 다녔다.
워싱톤을 ‘화성돈’이라고 지칭한 기록은 ‘1871’년 고종실록에 처음 등장한다. 이 해는 강화도에 미군 함대가 침공하는 ‘신미양요’가 일어났다. 같은 해 4월 고종은 신하들과《중용》을 공부하며 서양 선박이 내해(內海)에 머문지 여러달인데 앞으로 어떤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다는 얘기를 나눈다. 신하 김병학이 아뢰길,
국사편찬위원회에서 ‘화성돈(華盛頓)’을 ‘워싱톤’으로 번역해 워싱톤의 한자음이 '화성돈'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워싱턴에 머문 “서양오랑캐”는 누굴 뜻하는 걸까? 남북전쟁도 끝나고 미국에서는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치뤄지기 직전이었다. 조선을 침략한 미국 워싱턴부에 무단 점거를 하고 성지를 건설한 “서양 오랑캐”는 어느 세력인지 미스테리다.
미국 국립 박물관에는 ‘1871년 코리아(COREA)’라고 쓴 성조기가 전시돼 있다. 파란색 바탕에 13개의 하얀색 별과 빨간색과 흰색 라인이 교차돼 있다. 왼쪽 상단에는 'America'가 아닌 ‘COREA 1871’이 써 있다. 이 깃발은 남북전쟁(1861~1865) 때 쓰인 것이라고 했다.
남북전쟁 때 쓰인 깃발이 신미양요 때 쓰였나? 미국안에 미국이라고 하는 '연방정부'도 이때 생겼다. 이듬해 세계사는 격동기에 접어든다. 프랑스와 독일은 독립 정부를 구성하고 러시아는 볼세비키 혁명이 일어났다.
1871년 코리아(COREA) 깃발 중간에 ‘배터리 로저스’가 새겨져 있다. 그곳은 총알과 포가 방전되면 충전하는 군수무기 창고이자 방어 기지를 말한다. 그곳에서 쓰였던 깃발일까?
우리나라 한강처럼 워싱톤의 가장 중요한 강이 ‘포토맥’이다. 레미콘 트럭만한 포대와 수박만한 포가 포토맥강과 버지니아주 연안에 구비돼 있다. 이런 포대는 지금도 잘 보전돼 있다.
누군가 이 깃발에 코리아(COREA)가 새겨진 것은 신미양요 때 미국이 조선을 반드시 사수하겠다는 의지로 써놓은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올림픽에 나가 싸울 때 상대 국가 이름을 지들 국기에 써놓느냐’고 반문했다. 깃발에 있는 코리아는 여전히 의문이다.
1887년 청나라 실록에도 ‘미리견(彌利堅)’이 등장한다. 도적 패거리 장이(張二)、그 동생 장사(張四)、장오(張五)、장십(張十)이 하루에 40~50명씩 미리견 창고에서 쌀을 훔쳐 가니 엄벌하고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나라가 말한 ‘미리견’과 조선이 말한 ‘미리견’은 같은 장소일까? 옛날 동화책을 보면 장이, 장삼, 장사등 보통 명사처럼 사람들을 지칭할 때 쓰곤 한다. 화성돈(워싱톤)은 1917년 ‘부산일보’에도 등장한다.
부산일보는 1905년 부산 광복동에서 ‘일본어’로 창간한 신문이다. 1917년에는 한문과 한글을 섞은 ‘선문(鮮文)’을 발간한다. 1917년 2월 8일자 기사에 따르면 ‘화성돈부華盛頓府’에서 중요한 사건이 터졌다.
기사에서 '화성돈부(華盛頓府)'에서 온 전보를 전하고 있다. 화성돈부라고 해서 지금의 수원 화성에서 일어난 일인줄 알았다. 우안다나모 항구는 어디일까? 대서양에서 미함선이 떠날 준비를 했다고 한 걸 보면 서아프리카 '앙골라'의 우안다(Luanda) 항구를 말하는 것 같다.
미함선은 미국의 함선을 말하는 것인지, 곡식을 실은 함선을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미국의 미자는 아름다울 미가 아니라 쌀 미(米)를 썼기 때문이다. 앙골라는 우리나라의 5.5배로 인구의 60%가 농업인구이며 아프리카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이다.
두번째는 볼티모어 방위군이 화성돈에 도착해야 한다고 했다. 세계적인 항만 도시 볼티모어는 메릴랜드주 강 하류에 있는 도시이다. 부산 광복동에서 일본인이 만든 지역 신문에 워싱톤부에서 전보가 오고 미국 정치 기사를 실은게 아이러니다. 그런데 부산일보는 왜 '화성돈부'라고 했을까. 사람 헷갈리게 말이다. 내국에 있던 수원 화성부 소식은 어떤 고유 명사를 썼을까?
미리견은 영어로 ‘밀리켄’이다. 밀리켄(Milliken)은 실제 워싱톤DC 백악관 뒤쪽 다운타운에 바닥재 회사인 밀리켄 주식회사도 있고 밀리켄 커뮤니티, 밀리켄 밴드, 밀리켄 성씨 등 파생된 명칭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미리견의 ‘미’는 활을 잡아 당기는 시위를 풀어 놓아 쉬게 하는 것을 말한다. 마무리를 했다는 뜻이다. 추수가 끝나고 창고에 곡식과 쌀을 보관하던 지역을 말한다.
세종대왕 때 왜적들이 곡창에서 쌀과 곡식을 훔쳐 가는데 땅바닥에 떨어진 쌀이 손가락 한마디 만큼 쌓였다는 기록이 나온다. 아마도 그들은 미리견을 공략해 곡식을 약탈해 갔을 것이다. 그곳은 전국에서 세금으로 공납한 물건들이 쌓이는 곳이기도 하니 경계를 서는 군영이 있었다. 군인들은 이곳에서 ‘녹봉’을 지급 받았다.
화성돈의 ‘돈頓’은 땅바닥에 머리를 조아리고 절을 하는 것을 말한다. 조선의 직책중에 ‘돈체사’가 있는데 강(江)이나 내(川)등을 사람과 차량(車輛)이 건널 수 있게 만든 '큰 교량의 책임자'를 뜻한다. ‘돈’이라는 지명이 있는 곳은 강가이거나 삼거리, 교량이 있는 곳이다.
미국에는 워싱톤(턴)뿐 아니라 ‘애스톤, 케싱톤, 배링톤, 매닝톤, 덴톤, 윌리스톤, 브릿지톤, 클레이톤, 페닝톤, 버링톤, 프리스톤, 해밀톤, 헌팅톤’ 등 ‘톤(턴)’이 정말 많다. 미국의 '빌 클린턴'과 영국 왕세자비 '케이트 미들턴'을 보면 그들의 선조가 '미리견' 출신이 아닐까 싶다. 경주최씨, 전주이씨처럼 지역과 성씨를 앞에 붙이는 우리나라처럼 '미리견 미들턴씨'나 '미리견 클린턴씨'가 될 수 있다.
이렇게 가정하에 미국에 '톤(턴)'자로 끝나는 지명의 위치를 찾아 보면 신기하게 강가나 사해안가, 삼거리 등에 있다. 가장 유명한게 개성돈이 연상되는 '케싱턴'이다. 미국에 오래된 유적지가 많은 펜실베이니아 주의 도시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케싱턴'은 마약 중독자들이 좀비처럼 거리에 서성이고 있어 이슈가 된 곳이다. 어떤 이민자가 한강만 큰 줄 알았더니 바다처럼 케싱턴의 '델라웨어 강'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그곳은 대서양으로 나가는 강을 끼고 있다. 교량도 많고 물자들이 드나들며 군인들과 유흥시설들이 많지 않을까 싶다.
도적떼들이 쉴새 없이 ‘미리견’에 와서 한탕 건수를 올리고 가는데 이 지역 주민과 백성들은 그들을 막기 위해 의병대 혹은 민병대를 조직해 관군과 합동으로 싸웠다. 민병대를 밀리샤(militia)라고 해서 ‘밀리터리’의 어원이 된다. 짖굳은 장난이지만 밀리샤(militia)는 '미리 경계를 서다'라는 의미로 '미리서'가 '미리셔~밀리샤'라는 영어로 발전했다고 연관 지으면 쉽게 외울 수 있다. 좀 억지스럽나?
태극 마크를 사용하는 버지니아주 제29 보병사단도 '1607년 밀리샤'에서 출발했다. 프랑스어로는 ‘미리스‘라고 발음한다. 우리 말과 연상하면 그럴듯 한 게 많다. 어떤 사람은 아예 리스트까지 만들어서 블로그에 공개하고 있다. 사람 생각은 다 비슷한가 보다.
내가 찾은 단어만 해도 몇가지 되는데 가장 놀라운 단어가 '물을 부어'할 때 '부어'가 영어로 '푸어(POUR)'이다. 누군가에게 이해 했냐고 물으면 '알겠어'라고 답을 한다. 영어로 '아이겟쏘(I guess so)'를 빠르게 들으면 '알겠쏘'가 된다. 그렇게 생각한다, 마저, 알았어, 이해 했다는 뜻이다. 음주를 뜻하는 드링킹(drinking)은 '드리키다', '드리켜'와 유사하다. 많다의 매니(Many)는 '많이'를 소리나는대로 하면 똑같다.
씨앗을 뜻하는 씨드(Seed)는 ”씨들“ 아닌가? d를 묵음으로 발음하면 씨는 씨(See)로 같은 발음이다. 마포나루터의 “포”는 한자로 항구를 뜻하는 “포구”이다. 영어로 항구는 포트(Port)인데 t를 묵음으로 발음하면 한자 “포”랑 같은 말이다. 옛날 어른들이 음식맛이 짜다고 할 때 “소태”라고 한다. 소금을 뜻하는 “솔트”와 “소태”를 비교해 보면 형제 같다. 과일맛이 “시다”고 할 때 “아우 셔”라고 하는데 영국 발음으로 시다를 ”셔(sour)“라고 한다.
영어나 불어를 우리말과 전혀 다른 언어라는 생각을 버리고 연관성이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해 보면 언어 장벽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역사도 마찬가지다. 위에서 언급한 화성돈부와 미리견, 부산일보 기사, 성조기에 쓴 코리아 깃발의 주체가 우리와 상관없는 나라가 아니고 장소의 근접성과 상상력을 동원해 보면 미국은 지상에서 가장 이색적인 곳이 아니라 유사한 곳이 된다. 우리의 전매특허 고려 인삼이 그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