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그만두기 전에 애들한테 마지막 인사는 해야겠죠?"
같은 학원에서 일하시던 젊고 아리따운 선생님께서 물으셨다.
"아니요. 하지 마세요. 괜히 원장한테 오해받을지도 몰라요. "
나는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왜 이렇게 냉정하게 얘기해야 했을까?
이 선생님께선 학원 일을 처음 시작하신 분이었다. 학원 원장과의 마찰로 학원을 그만두게 되었는데 아이들과 헤어지는 것은 너무나도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만 가득해 마지막 인사라도 다정하게 나누고 싶었던 것 같다. 나도 초짜 시절 그랬으니까 이 마음이 이해가 된다. 정을 듬뿍 주었던 이 녀석들에게 인사도 못하고 가다니? 얘네들이 얼마나 서운해하겠어? 이런 식에 생각이 들면서 아이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아쉬운 마음에 속상하기도 하다. 학원 원장 꼴 보기는 싫지만 내가 가르쳤던 꼬맹이들은 예뻤으니까.
하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는 후임으로 오게 될 새로운 선생님을 위해서도 퇴사 시기를 말한다는 것은 결코 추천하고 싶은 일이 아니다. 그리고 꼭 말해주고 싶은 진짜 중요한 사실! 선생님의 바람만큼 헤어짐을 서운해하는 애제자(?)들이 결코 많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처음 학원 일을 시작하다 보면 열정도 애정도 넘치게 마련이다. 간혹 어떤 분은 내가 이 학원을 그만두면 애들이 학원을 퇴원하는 걸 아닐까, 새로 오신 선생님께 반항하고 말 안 들어서 힘들게 하면 어쩌지? 하고 고민하기도 할 것이다.
하. 지. 만.
아이들은 선생님에 바람만큼 그렇게 순수하지도, 선생님을 사랑하지도 않는다. 그건 이미 경험으로 터득한 일이니 확실하게 믿어도 좋다. 이 글의 시작에 언급되었던 그 아리따운 선생님께서는 내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만두기 일주일 전에 학생들에게 퇴사 사실을 얘기했고 내심 마지막 날 본인에게 아이들이 작은 선물이나 편지라도 기대하고 계셨던 것 같다. 물론 편지도 선물도 없었다. 다른 선생님으로 바뀌고 나서 아이들이 놀란 마음에 문자라도 보내줄 것이라, 새로운 선생님을 흉보며 연락해 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어떤 연락도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내게 전화해 물었다.
"선생님? 애들이 저에 대해 묻지 않나요? 새로운 선생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애들한테 잘해주실 것 같으세요?"
뭘 기대한걸가? 아이들이 자신을 못 잊고 연락해 주기를? 선생님 다시 돌아오시면 안 되나요?라고 떼 써주기를?
아이들은 너무나도 잘 적응한다. 그리고 강사는 늘 넘쳐난다. 내 자릴 채울 사람은 내 예상보다 훨씬 많다는 얘기다. 그걸 몰랐던 이 선생님께선 아이들이 어떻게 자기를 바로 잊을 수 있냐며 몇십 분을 하소연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선생님도 이런 경험을 몇 번 거치고 나면 저절로 알게 되겠지만 처음 겪는 매정함에 마음에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학원 일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아이들을 믿지 마세요. 그냥 아이일 뿐입니다. 나랑 같은 어른이 아니니 그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알려주지도 말고 딱, 적당한 선을 지키세요. 그래야 마음을 다치지 않는답니다. 노땅 강사의 작은 조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