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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보증금 500만 원, 인강 시작하실래요?

by anchovy

강사 커뮤니티에 꾸준히 올라오는 글.


"보증금 500만 원만 내면 인강 강사로 키워준다는 광고에 속지 마세요."


너무 유명한 강사 출신 원장인지라 혹해서 갔다가 돈만 날린 선생님들이 속출한 모양이다. 실제로 나와 친한 선생님 한 분도 이 인강 면접 후 이 일에 대해 상담하신 적이 있다.


작년 겨울 즈음인가.

나와 친한 선생님께선 나이도 꽤 있으신 데다 사회라는 과목 특성상 일을 잡기 어려우신 분이었다. 생활을 꾸려가는 것에 대해 고민하던 중 유명한 강사 구인 사이트에서 인강 강사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게 됐다고 한다. 유명한 사이트에서 이루어지는 인강이었고 꾸준히 강의를 하게 된다면 생활비가 없어서 막막하진 않을 것이라는 작은 기대감을 가지고 면접을 보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면접 중 인강을 시작하려면 여러 가지 준비라던지 필요한 것들이 많으니 보증금 500만 원을 내라고 했다는 거다.


면접 후 이 일에 대해 내게 상의하시면서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일인지에 대해 물으셨다. 이제까지 나는 여러 인강 면접도 보고 실제로 촬영도 해본 적이 있지만 보증금을 내고 인강을 시작해본 적은 없었기에 이 상황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또한 500만이라는 보증금에 용도에 대해 말한 부분도 말이 되질 않았다. 광고비라던가 촬영비를 개인이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이걸 왜 내는 거지?


최근 인강을 찍어본 적이 없고 나도 새로운 시스템에 뒤떨어진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을 상의하신 선생님께는 내가 그 상황이라면 섣불리 발을 들여놓기 힘들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전화통화를 마무리했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나 이 사건이 터진 것을 보니 가슴이 철렁했다. 만일 그때 인강을 시작해보라고 권했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지 상상하니 끔찍했던 것 같다. 단순히 돈 500만 원을 잃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희망이 날아가는 일이 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왜 이런 사기에 속는 걸까?

그만큼 강사라는 직업이 불안정한 것이라는 반증일 것이다. 평생 직업은 없다지만 나이가 들면서 나이 제한에 걸리고 학원이 어려워지며 월급도 못 주고 망하는 학원이 많아지다 보니 이런 일에 혹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이 직업을 선택한 나 자신에게 물어보게 된다.


'넌 언제까지 버틸 것 같니?'


그래서 조금 두렵기도 하다. 나 또한 저런 사기에 혹하는 상황에 닥치게 될지도 모르니까. 절박한 상황이면 이성적으로 판단이 안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미리 걱정은 말자. 난 더 열심히 살 거니까. 오늘보단 내일 더 멋진 선생이 될 거라 믿으니까.


여하튼 우리 모두 속이지도 속지도 맙시다. 모두 잘 살자고요?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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