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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97.3점이 3등급?

by anchovy

모 여고에서 발생한 수상쩍은 쌍둥이 자매의 성적. 대내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이런 일은 다른 학교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강남에 있는, 아주 유명한 학교다 보니 이렇게 큰 일로 비쳐줘 외부에 알려진 거지 지방 소도시나 서울에서도 외곽이었다면 그냥 조용히 묻힐 일. (이 학교에 학부모님들이 대단한 분들이 한 둘이 아닌데 이런 편법을 쓰다니! 진짜 간도 크다.)


이런 일이 왜 발생하느냐고? 바로 그놈에 수시 때문이다. 학생부 교과 전형이라는 건 온전히 내신 성적만으로 합격 여부가 결정되니 내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겠나? 1점 차이로, 아니 0.5점 차이로도 등급이 바뀌니 1점에 울고 웃을 수밖에!


그런데 최근 내가 가르치는 학생이 2.7점짜리 딱 한 문제를 틀렸음에도 불구하고 3등급이라는 기도 안 찰 성적을 받게 되었다. 97.3점이 3등급이라고? 그럼 100점짜리들이 얼마나 많다는 거야? 알아보니 진짜 100점짜리들이 너무 많아 1등급 밑이 바로 3등급이 된 것이다. 대박. 하. 도대체 이 학교는 문제를 어떻게 낸 거야?


물론 이 반대에 경우도 있다. 52.6점 받았다고 펑펑 울던 학생은 당당히 1등급을 받았으니까. 이 학교도 미친 거지. 도대체 수능 문제보다 어렵게 내는 게 말이 되나? 평균이 20점이라니 같은 번호로만 찍어도 평균은 넘지 않았을까 싶었다.


이렇듯 각 학교마다 난이도는 천차만별이고 애들 수준도 다른데 수시라는 전형으로 아이들을 평가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의문이다. 내신 1점에 목숨 걸고, 교내 대회 입상하려고 눈이 벌게지도록 매달리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우리나라 교육이 얼마나 현실성 없는 이상에 불구한 것인지 알게 된다. 물론 내신을 1점 더 올리고 교내 대회에서 상 받게 하려고 몸 바쳐 일하는 내가 할 말은 없다. 그런 일해서 먹고사는 선생 주제에 정의감에 불타서 얘기하는 거냐? 그건 아니다.


유행처럼 바뀌는 입시제도가 현실성 있게 변화하려면 금수저가 아닌 고생을 아는 서민 출신의 책임자가 뽑혀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내 학창 시절을 돌이켜 보면 학원을 다니지 않고 학교 수업과 혼자서 하는 공부만으로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중학생 이후로 학원을 한 번 다니지 않고 어렵지 않게 대학에 진학했던 내가 사교육에 한가운데 있다는 것이 가끔은 신기할 정도. 그 시절에는 파워포인트로 해가야 하는 수행이 없었고 UCC를 찍어서 제출할 일도 없었는데, 왜 요새 애들한테는 슈퍼맨이 되길 강요하는 건지.


정시가 확대된다는 뉴스에 강남권 애들만 좋게 생겼다는 정치권에 얘기가 참 우습다. ㅎ

제발 현실을 제대로 보세요. 깜깜이 전형 수시보다는 3년 동안 열심히 공부한 내용을 평가받는 정시가 더 공정하다는 것을 왜 인정하지 못할까? 다만 자꾸 교육 정책을 바꾸는 정부도 참 소신도 지조도 없는 것 같다. 언제쯤이면 학생들을 위한, 서민을 아는 정치인 탄생할지. 그때는 우리의 교육 환경이 안정되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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