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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교실을 청소하라고요?

by anchovy

강사 커뮤니티에 올라온 고민.


원장이 교실 청소를 하래요.


이 고민이 아직까지도 이어지다니. ㅜㅜ 하긴 나도 5년 전까진 내가 이용한 강의실을 청소하긴 했었다. 청소 아주머니는 안 계신데 원장이 워낙 대충대충 하는 사람이라 도저히 더러운 꼴 못 보는 나는 물걸레질까지 했었지! 근데 그건 자발적이었는데?


강의실 사용이라는 게 매번 다른 선생님께서 사용할 수도 있지만 전용 강의실을 쓰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 교실을 청소하라고 한 모양이다. 이 고민을 올린 선생님 입장에서는 청소하러 온 게 아니라 수업하러 온 내가 왜 이런 거를 해야 하나 의문이 들었겠지. 그래, 그렇게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물며 청소하는 모습을 학생이 보면 선생을 뭐로 보겠냐는 댓글도 있더라. 여러 선생님들이 열띤 논쟁을 벌이며 댓글을 쓰시는데, 내가 사용하는 공간이 쾌적하면 좋고 이 정도도 해도 된다는 입장, 이건 이미 완비되어야 할 근무 환경인데 왜 그걸 강사가 만들어야 하냐는 의견.


하... 그러게 이 말 들으면 이해가 되고, 저 말 들으면 고개가 끄떡여지니 나도 갈피가 안 잡힌다. 다만 청소를 한다고 해서 그 선생님에 급이 떨어지거나 학부모 혹은 학생들이 무시할 것이라는 생각 또한 전혀 들지 않는데 그런 오해를 하는 선생님들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강남 모 학원에 일 할 때, 내가 청소기를 돌리면 일찍 온 학생들이 1회용 물걸레를 들고 바닥을 닦아주기도 하고 책상 위를 정돈해주기도 했다. 이 동네 애들이 어디 만만한 아이들인가? 내가 시켜서 한 게 아니라 빨리 끝내고 나랑 조금이라도 더 공부하고 싶어서 이렇게 자발적으로 도와주는 거다. 어떤 녀석은 처음 해보는 청소가 재미있다고까지 했다.


물론 나는 제발 도와주지 말라고 애원했다. 너희 엄마가 보면 나 혼난다고! 귀한 자식 손에 더러운 걸레를 들게 한 걸 알면 난리 날 게 분명하니까. 다행히 이 사실은 우리만의 비밀로 끝났지. ^^


청소를 강사에게 시키는 게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말하지 않은 점, 당연히 해야 한다는 강압적인 명령과 이렇게 해주는 강사에게 고마운 마음이 없다는 게 원장이 가진 문제겠지.


누군가를 대표하는 사람이라면 미안함도, 고마움도 아낌없이 표현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 단순히 돈을 아끼기 위해 청소 아주머니를 쓰지 않는다면 원장 본인이 일찍 나와서 해야 하고 혹여 선생님께 부탁해야 한다면 고마워하는 태도를 보여야 그게 진짜 제대로 된 원장인 거다.


원장님들아.

본인들이 부지런해지세요. 선생님들한테는 시키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정리 정돈해야 해야지요.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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