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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시험지 유출, 진짜입니다.

by anchovy

모 여고가 시험지 유출이라는 초유의 사건으로 인해 한바탕 난리가 났었고, 요새 핫하다는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도 입시 코디네이터가 학교 관계자와 결탁해 시험문제를 유출하는 모습을 시청할 수 있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 같은 현실을 몇 년 전 경험한 적이 있기에 여기서 소개해 보려고 한다.


내가 경험했던 사건은 중, 고등학교는 아닌 초등학교 단원평가 시험문제였다. 뭐 초등학생 단원평가 문제 정도니 대단한 파장을 일으킬만한 일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내 양심에는 분명 꺼려지는 일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정확하게 문제 유출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상황이기도 했기에 그 당시에는 별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


내가 일하던 곳에는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시는 학부모가 계셨는데 그분께서 학교 선생만 사용 가능한 문제 사이트의 아이디를 학원에 알려주셨고 학원 원장은 그걸 이용해서 단원평가에 나올만한 문제를 학생들에게 나눠주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는 알 수가 없다. 그 들간에 모종에 거래가 있었겠지.)


물론 원장이 나눠주는 문제에서 100퍼센트 똑같은 형식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분명 유사하거나 몇몇 문제는 완전히 똑같은 문제가 출제되었고 이런 결과를 경험한 학생이나 학부모는 학원을 계속 다니게 되는 것이었다. (일단 성적이 나오니까.)


단원평가가 뭐 대단한 것도 아니고 초등이 뭐 그래 봤자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느끼는 분도 있겠지만 이런 편법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절대 자발적으로 공부할 수가 없다. 학원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게 되고 그 결과 학원에 의존해 스스로 공부할 줄도 모르는 바보가 된다. 이런 문제점은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바로 티가 나게 되는 이 허술함을 생각지도 못하고 당장 결과가 좋은 것에만 히히 락락 하는 것이다.


그래, 뭐 학부모들이야 내 자식이 성적 잘 나오고 칭찬받으면 자신감도 생기고 좀 더 적극적으로 학교 생활을 해낼 것이라는 기대감에 이 학원에서 나눠주는 문제를 풀었을 것이다. 근데 학교 선생이면서 일반인이 사용하도록 아이디를 알려주는 의도는 무엇이며 그걸 사용하는 원장의 속셈은 무엇일까? 그들이 과연 교육자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 내가 보기에 그들은 어른도 아닌 듯하다. 인생의 연장자로 어린 세대에게 본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편법을 먼저 알려주는 당신들은 결국 파국을 맞이할 것이다.


이제 그만하세요.

부끄러운 행동.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을 겁니다.

얼굴에 빵빵하게 시술받을 시간에 지성과 양심을 채우시길.

간절하게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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