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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영재교육원에 가면 진짜 영재인가요?

by anchovy
영재교육 진흥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6. "영재교육원"이란 영재교육을 실시하기 위하여 「고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이에 준하는 학교로서 다른 법률에 따라 설치된 학교를 포함하며, 이하 "대학 등"이라 한다) 등에 설치·운영되는 부설기관을 말한다.

제8조(영재교육원의 설치ㆍ운영) 시·도 교육청, 대학, 국공립 연구소, 정부출연기관 및 과학·기술·예술·체육 등과 관련 있는 공익법인은 영재교육원을 설치·운영할 수 있다.
제1항에 따른 영재교육원의 설치기준 및 운영방법 등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위에 내용은 검색사이트에서 영재교육원을 검색해보면 나오는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재교육원이 뭘 하는 곳인지 잘 알지는 못할 것이다. 막연히 ‘머리 좋은 애가 공부하는 곳인가 보네. ‘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태반일 것이다. 그런데 우연히 본 tv 프로그램 중 어떤 방송인의 아들이 영재교육원에 다니는데 그 아이의 지능 수준이 상위 0.3%의 영재라는 내용이었다. 영재교육원에 다니면 다 영재인 거야? 뭘 기준으로 상위 0.3%라는 거야.


오늘 써야 할 글 주제는 바로 이거구나 싶었다.


사실 요즘 나는 영재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아이들을 영재교육원에 보내기 위해 빡세게(?) 공부시키고 이것저것 스펙을 만들어주기까지 하고 바쁘고 잘 모르시는 부모님을 대신해 번거로운 원서 접수까지 직접 하기도 했었던 내가 왜? 이제야 진짜 영재가 아닌 무늬만 영재인 아이들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의문이 들었다면 다들 이해가 될까?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우리 애가 남보다 좀 더 잘나기를 바라고 혹여나 있을 숨겨진 재능을 찾고자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을 것이다. 아이한테 비교적 무심하신 우리 엄마도 내가 뭘 잘할지를 몰라 몇 종류의 예체능을 시켜봤으니. ㅎ

요새처럼 아이가 귀한 사회인만큼 부모님의 관심의 폭과 깊이는 내가 어릴 때보다 과할 정도로 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귀한 내 아이가 영재라면 진짜 하늘을 날 기분이겠지.


근데 각지에 있는 여러 종류의 영재교육원을 나온 수많은 아이들 모두가 SKY를 가거나 이공계의 한 획을 그을만한 비범한 아이들은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영재교육원에 입학하는 일부 아이들은 부모나 학원에 만들어진 허울을 가지고 합격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창의력이나 잠재력이 아닌 훈련으로 만들어진 문제풀이 능력으로 좀 더 능숙하게 대답하고 답을 써내려 가는 것이다.


모든 아이들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분명 훈련된, 만들어진 영재가 있는 것이다. 이 훈련을 통해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글쎄... 난 좀 더 근본적인 의문에 해답을 찾고 싶다. 왜 아이들이 영재라고 인정받아야 하지? 천천히 자신의 재능을 찾으면 안 되는 건가?


사교육 해서 돈 버는 주제에 참 우스운 말이지만 될 놈은 어차피 된다. 누가 억지로 만들지 않아도!

안달복달할 시간에 다정한 눈길 한 번 더 주는 부모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게 진짜 좋은 인간으로 키우는 방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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