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재학 중.
교회를 열심히 다니는, 정말 신실한 중 고등학교 동창 친구가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전화가 왔는데 사주를 보러 가자는 뜬금없는 얘기를 했다.
“야, 무슨 교회 다니는 애가 사주를 보냐? 나 그런 거 한 번도 본 적 없어. 이상한 얘기 할까 봐 무섭단 말이야. “
난 친구에게 이렇게 얘기했지만 그래도 호기심에 이끌려 사주 카페라는 곳을 가게 됐다.
25살 먹은 철없는 두 아가씨들은 태어난 연월일시를 알려주곤 긴장감과 기대감 가득한 눈빛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내 친구에 한 첫마디는!
너 가방끈이 짧구나?
였고 그 이후 오만가지 얘기를 해주었는데 듣는 내내 너무 딱 맞는 얘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친구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한 경우라 가방끈(?)이 짧다는 점괘도 맞았지만 생리불순으로 자녀를 갖는데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점과 현재 하는 일까지 맞췄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미래에 대한 얘기를 해주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거의 80%는 맞은 듯하다.
나에 대한 얘기는 첫마디가 공부를 오래 한다는 것.
하지만 관운이 없다는 얘기였다. 또 발에 복이 있어 움직여야 돈을 번다나? 그 당시 교수를 꿈꾸던 내게 관운이 없다니? 장난하시나? 좀 화가 났다.
교수하고 싶어서 공부를 한다는 내게 사주 풀이해주시던 그분은 이러셨지.
넌 교수가 아니라 그냥 말하는 직업이랑 글을 쓰는 일을 해. 아마도 학원 강사가 딱 맞을 걸?
그래, 난 학원 강사이기도 하고 개인 수업도 하고 책도 만들었었지. 어떻게 이렇게 딱 맞았던 걸까? 타고난 팔자라는 것을 피할 순 없는 거였나?
그 이후에도 몇 번 사주를 볼 기회가 있었지만 매 번 비슷한 말을 듣게 되었다. 더군다나 얼마 전 친정엄마 따라간 점집에서도 아주아주 재밌는 말씀을 해주셨다.
옛날이면 10번은 소박맞을 팔자네. 뭐하는 언니인데 집안일보다 밖에 일이 더 중요해요. 혹시 어린애들 가르치나? 그게 있는데.
여러 군데서 같은 얘기를 하니 진짜 내 팔자이긴 한 것 같다. 처음에 이 일을 시작할 때는 정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데 이게 내 운명이었다니! 참 아이러니다. 물론 지금은 이 일이 즐겁고 재미있으니 사주에 나왔던 내 미래는 맞는 것일지도, 아니면 사주풀이에 나도 모르게 각인효과를 받아서 일지도!
그러나 확실한 건, 난 선생이고 앞으로도 계속 즐겁게 때론 때려치우고 싶기도 하겠지만. ㅎ
이 일은 계속할 것이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