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아닌데 압박면접, 인신공격... ㅜㅜ
학원 강사는 어떻게 학원에 채용되는 것일까?
다양한 형태가 있겠지만 많은 경우 훈장 OO이라는 사이트에 강사 이력서를 공개하면 조건에 맞는 학원에서 연락이 온다. 일반 회사로 말하자면 서류 전형을 통과한 것이 될 것이다. 이런 서류 전형에서는 학벌, 경력, 나이 등이 공개되는데 어떤 경우 전에 일하던 학원에 전화해 면접 볼 선생님에 대해 물어보기도 한다.
내 경우도 면접을 보러 갔는데 현재 다니고 있는 학원(다니던 학원을 그만두고 이직하려고 했던 경우이다.)에 연락해서 나에 대해 물었다고 한다. 다행히 별 문제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왠지 찜찜한 기분이 들고 죄진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암튼, 학원에서 면접 제의가 오면 대략적인 조건에 대해 간단한 대화가 이어지고 면접 일정이 정해진다. 보통 학원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면접이 이루어지는데 오후 2시 전에 면접이 끝난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대형학원에 경우 바로 원장 면접이 아닌 중간 관리자의 면접이 이루어지고 간단한 대화 후 시강이 이루어진다. 시강이란 말 그대로 시범 강의. 강의를 하듯 칠판에 판서를 하고 수업을 진행한다. 강사 스스로 시강 내용을 준비하기도 하지만 학원에서 주는 내용을 토대로 즉석에서 수업을 해보라고 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 테스트를 보기도 하는데 내가 경험했던 재밌는 일이 갑자기 생각나네. ^^
일산 유명 학원가에 어떤 영재 전문 학원 면접에서 있던 일인데 물리학과 출신인 내게 간단한 물리공식 테스트와 영재교육원에 입학시험에 나올만한 문제를 주며 풀어보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주는 이유는 물리학과를 나와도 제대로 물리공식도 모르는 무능한 선생이 많아 확인해야 하며 영재 문제를 풀 정도에 창의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1시간 후에 올 테니 다 풀어놓으라고 얘기하며 원장인지 중간 관리자인지 모를 남자분이 강의실을 나가셨다.
물론 문제는 어렵지 않았다. 뉴턴 법칙으로 케플러 법칙을 유도하는 내용이나 영재 문제 중 멘사 문제 유형이었기에 쉽게 풀 수 있었다. 다만 기분이 나빴던 것은 이런 테스트를 본다는 말을 미리 고지하지 않아 다른 면접 일정과 겹치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하루에 여러 개의 면접을 잡아둔 나도 잘못한 것일 수는 있지만 다른 면접에 늦을 수 없기에 모든 문제를 30분 안에 풀고 밖으로 나왔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면 면접관을 찾아봤지만 어디에서도 찾아볼 순 없었고 주변에 서 있던 선생님 한 분께 시험지를 내고 나왔다. 이미 이 학원에서 면담과 시강, 테스트로 인해 2시간이 소요된 상황이니 나는 빨리 움직여야 했다.
그때 1층에서 담배를 피우던 면접관을 보게 되었는데 나를 보더니
“어디가?”
이러며 소리를 질렀다.
“시험 다 봤고 다른 일정이 있어 이만 가 보겠습니다.”
라고 말하니
“이러면 당신이 뽑힐 거 같아? 어이가 없네? 30분 만에 다 풀었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
화가 날 수는 있을 것 같다. 1시간 동안 풀라고 했는데 그냥 나와 버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이미 다 풀었고 다른 면접 일정에 늦을 순 없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 학원에 최종 합격을 했느냐?
웃기게도 합격 통보를 받게 되었다. 정말 문제를 다 풀었고 아마도 틀린 문제는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같은 날 면접을 본 다른 학원에 이미 채용 통보를 받고 일하기로 한 상황이라 다른 학원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근데 좀 어이없다는 반응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좋은 학원에서 널 써준다는데 왜 거절해, 응? 이런 느낌.
뭘 조건이 좋았다고..... 1시 반 출근, 12시 반 퇴근. 주 6일제. 시험대비 기간에는 일요일도 출근. 중간에 식사 시간을 있지만 20분 안에 먹어야 하고, 식비 지원은 없음. 이게 좋은 조건이니? 수업도 2시간 수업이 하루에 3-4개면서 에휴.
학원에 뼈를 묻게 하려면 좀 잘해주던가? 이래서 면접 볼 때 학원에 미래가 보인다고요? 제발 상생하는 관계가 되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