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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6일차:친구를 위하여

로스 아르코스 ~ 로그로뇨 : 27.8km

by 까미노 Jan 30. 2025

어제 걸었던 20km 남짓은 오늘에 비하면 진짜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늘의 숙박지인 로그로뇨Logroño까지는 30km 정도 되는데 마지막 2km 정도를 남기고는 내 발과 다리가 아니었다.


알베르게 오픈 시간(알베르게마다 오픈 시간이 조금씩 다름)보다 1시간 전인 12시 쯤 도착해 문이 열리기까지 마당에서 신발을 벗고 간단히 빨래를 하며 기다렸다. 그 사이 하나둘 순례자들이 마당을 메꾸어 나갔는데 그럴수록 걱정이 쌓여갔다. 공립 알베르게는 도착 순서대로 침대 배정을 받아서 일반적으로 배낭을 도착 순서대로 문 앞에 놓게 된다. 그런데 오늘은 맨 처음 온 사람부터 그게 안 돼서 그런지 아무도 문 앞에 배낭을 놓지 않았다. 이럴 경우 외국인들은 어떻게 할까 궁금해서 오픈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로그로뇨의 공립 알베르게 마당에 오픈 시간 전에 도착한 순례자들이 앉아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로그로뇨의 공립 알베르게 마당에 오픈 시간 전에 도착한 순례자들이 앉아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나름 선진국에 속한 나라들에서 대부분 왔을 텐데 이건 뭐란 말인가. 오픈 시간이 되자마자 도착순서는 깡그리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문 앞으로 몰려들었다. 서로 배려하며 문 앞에 차례로 줄을 설 것이라 생각했던 모습은 전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달리 생각해보면 이것이 서양의 문화인가 싶기도 하다.


오는 길에 간단히 점심을 먹어서 저녁만 해결하면 되는데 그동안 헝가리 친구들이 만든 음식을 얻어먹었기에 오늘 저녁은 내가 한국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고 싶었다. 마침 한국에서 온 이**씨에게 이런 생각을 말하니 자신도 함께 하겠다며 한국 음식 재료를 파는 중국 레스토랑을 알려줬다. 그래서 거기서 김치를 사고 마트에서 돼지고기를 넉넉히 사서 저녁에 김치찌개를 하려고 했다. 같이 다니는 서양 친구들에게도 이렇게 말해두고 이**씨가 알려준 곳을 구글 지도를 보며 찾아 갔더니 그곳은 중국식 뷔페음식점이지 식재료를 파는 곳이 아니었다. 17분 걸어서 왔는데 엄청 허탈했다. 다행히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까르푸를 만나게 되어 그곳에서 우선 돼지고기를 사고 다시 이**씨의 도움을 받아 중국 식재료점을 찾아 김치, 양파, 마늘, 쌀 등을 샀다.


먼저 큰 냄비에 쌀을 씻어서 안치려는데 철형씨가 도와준다고 주방으로 왔다. 거기에 대학 휴학 중인 한국인 청년까지 합세하여 셋이서 저녁을 준비했다. 요리자격증이 있다는 이**씨가 주로 맡아서 김치찌개를 만들었는데 외국 친구들이 먹어 보더니 다들 만족해한다. 우리의 대장 라치는 김치찌개에 ‘별 5개’를 주었다.


우리팀 뿐만 아니라 김치찌개는 숙속에 같이 머물던 다른 외국들도 함께 나눠 먹었다.우리팀 뿐만 아니라 김치찌개는 숙속에 같이 머물던 다른 외국들도 함께 나눠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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