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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정 Jun 07. 2022

레오야, 아프지 마!

도마뱀 이야기

레오는 우리  도마뱀이다. 레오파드 게코 하이옐로우 모프로 몸에 전체적으로 점박이 무늬가 있다. 영양분을 꼬리에 저장하기 때문에 꼬리가 도톰하다. 새벽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전기 주전자 물을 채우고 버튼을 누른 다음 서랍 형태의 사육장을 연다. 까꿍, 야행성인 레오의 까만 눈과 마주친다. 얼마 전인가 사육장을 열었다가 레오가 자는  처음 봤다. 감은 눈이 열리는 것을 봤다. 식구들  아무도   레오의 모습을 제일 먼저 봤다며 좋아했다. (, 나의 무지함이여! 돌이켜보면 스스로에게 화가 나지만, 그땐 정말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리고 바로 며칠  레오 사육장을 청소하던 아이가 레오의 탈피 껍질을 발견했다. 도마뱀은 보통 자신의 탈피 껍질을 먹는다. 탈피가 진행 중인 때가 아니라면 탈피 껍질을 보기 어렵다. 형체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탈피 껍질을 보면서 아이는 레오가 아픈  같다고 울상이 되었다. ‘탈피하느라고 힘들어서 그런  아닐까?’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음날 새벽, 아이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사육장을 열었다. 한쪽 눈만 겨우  레오가 보였다. 그리고 비쩍 마른 꼬리가 보였다.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있었다. 덜컥 겁이 났다. 핀셋으로 밀웜을 집어 칼슘제를 묻히고 서둘러 피딩을 시도했다. 입을  다문 레오는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애가 탔다.  번이나 시도해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포기하고 미지근한 물을 떠서 사육장에 넣어주었다. 레오가 비틀거리며 접시 쪽으로 다가왔다.  혀로 물을 조금씩 핥아먹었다.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두려움 위로 떠올랐다. 동물 병원을 찾아보다가 '도마뱀 거식증 대해 알게 되었다. 레오는 ‘도마뱀 거식증 걸린  같았다.  '도마뱀 거식증' 온도, 습도, 조명, 소음  다양한 환경적 스트레스로 인해 생긴다. 레오의 경우 사육장 내부가 너무 건조했던  아닌가 싶었다. 일단 습도를 조절해주고 밀웜을 잘라 즙을   주변에 발라주었다. 아주 적은 양이지만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며칠  지켜보는 중이다. 아직 평상시 양의 반도  되는 양이지만 양을 늘려가고 있다. 자꾸만 커지는 안타까운 마음, 초조한 마음을 누르며 사육장 앞을 서성인다. 속삭인다(스트레스받을까  피딩할  이외에는 사육장을 열어보지 못한다.) "레오야, 아프지 . 힘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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