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보다 모욕당하는 것이 정말 싫었어요.”

-둘째, 꿈 해석 이야기(4)

by 스테파노

고객(김 건수, 가명, 남, 36)의 꿈 내용


❲꿈에서 나는 뒤에서 수군수군하며 ‘능력도 없는 사람’이라고 하찮게 깔보는 사람들 속에 있었지요. 나는 죽기보다 모욕당하는 것이 정말 싫었지요. 그래서 궁리 끝에 나는 업신여기고 깔보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려고 이일 저일 가리지 않고 다 떠안아 일로서 멸시를 없애야겠다고 다짐했지요.


다부진 결심으로 많은 일을 떠맡다 보니 일에 치여서 살았지요. 그러다 보니 나는 어쩔 수 없이 일을 제 시간 내에 끝내려면 자꾸 대충대충 일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되는 거예요.


나는 또 ‘일을 이 모양으로 하니, 능력도 없는 사람이라고 사람들이 깔보지’라는 소리가 뒤에서 들리는 것 같아 잠을 못 이루었지요. 뒤에서 수군수군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손가락질을 해가며 나를 비방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 사람들이 두려워서 나는 고통스러워하다가 꿈을 깨었지요.❳


분석 작업지


1. 이 꿈을 꾸고 난 후 떠오르는 생각이나 느꼈던 기분은 어떠했는지요?

2. 능력도 없는 사람이라고 모욕 주는 말에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요?

3. 능력도 없는 사람이라고 할 때 능력은 구체적으로 어떤 능력을 말 하나요?

4. 악순환으로 흐르는 건수 씨의 대응 방안을 어디에서 끊어 탈출로를 만들어 주는 것이 좋을까?

5. 남들의 비방에 대한 건수 씨의 태도를 고칠 대안은?

6. 모욕, 비방 등에 노출된 건수 씨를 안심시켜 주는 방안은?


질문한 몇 가지 사항들


박사는 건수 씨에게 “작성하신 꿈 꾼 내용을 보면서 천천히 꿈을 설명해 보세요.”라고 말한다. 박사는 꿈 이야기를 정리한 분석 작업지(*분석 작업지는 독자에게 알기 쉽게 예시로 내용을 소개하였으나 앞으로는 생략한다)에 꿈 내용을 보완해서 메모한 후 탐색하듯 질문한다.


박사는 “이 꿈을 꾸고 나서 어떤 생각이 떠올랐으며 또는 어떤 기분을 느꼈나요?”라고 묻는다.


건수 씨는 “답답했지요. 매일 모욕을 걱정하며 살고 있는데 꿈속에서조차 그런 모습이 나타나니…, 죽을 맛이지요. 자신이 한심하고 머릿속이 텅 빈 것같이 아무런 생각도 안 나고, 진짜 차라리 죽어버릴까 생각도 들고….”라고 시무룩해서 말한다.


박사는 “그러셨군요. 누구라도 매일 모욕받는 생활을 걱정하다 보면 참고 견디기가 어렵지요. 그래도 힘을 내서 연구소를 찾아오셨으니 온 사실 자체만으로 대단한 용기를 내신 겁니다. ‘학식이 있는 자는 과거를 알고 용기 있는 자는 미래를 안다’라는 티베트의 격언이 있습니다.


학식이 많은 사람보다 용기 있는 사람만이 미래를 개척합니다. 건수 씨는 대단한 용기를 내서 연구소에 오셨습니다. 건수 씨는 자신의 꿈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차려 꿈이 가리키는 미래를 개척하려고 오셨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오늘 꿈 해석을 통해 건수 씨의 미래를 같이 찾아봅시다.”라고 말한다.


건수 씨는 “꿈이 가리키는 미래를 개척한다! 꿈은 과거의 사건이 많은데?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이 어떻게 미래를 보여주는지 궁금하군요…? 여하튼 저는 용기가 부족합니다. 미래에는 관심이 많지만.”이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용기는 크고 대단한 것만 가리키지 않습니다. 작은 것이라도 자신이 남들보다 내세울 수 있는 강점 같은 것을 발견할 때 용기는 솟습니다. 옛날에는 가지고 있었으나 잊고 살았던 나의 강점을 찾아 활용한다면 용기도 솟고 삶이 얼마나 값지겠어요? 안 그렇습니까?”라고 말한다.


건수 씨는 “잊고 살았던 나의 강점이라! 강점이 있기는 한지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같이 꿈 이야기를 통해서 찾아봅시다.

그런데 방금 꿈에 관해 기분을 얘기하면서 ‘자신이 한심하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할 수 있나요?”라고 묻는다.


건수 씨는 “내가 보아도 한심한데 부모님이 그런 모습을 보시면 얼마나 기가 막히겠어요?”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그렇군요. 그런 상황에 있는 건수 씨를 부모님이 보시면 한심하다고 여기실 것 같아서 신경 쓰고 있군요. 그런데 부모님은 집안을 일으킬 자랑거리로 건수 씨를 큼직이 생각하나 보죠?”라고 묻는다.


건수 씨는 “부모님께서 착각하고 계신 것이죠. 어렸을 적에 수재 아닌 사람이 있어요? 지금 경쟁이 어떠한 시절인데. 실상을 모르고 계시지요. 취업하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보다 어려운 세상인데.

나는 다행히 번듯하게 취업했지만, 그것으로 경쟁이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입사 동기들은 벌써 팀장이 된 사람도 있는데 나는 아직도 대리에 머물고 있으니. 참 한심하죠. 앞길도 안 보이고.”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그렇군요. 취업전선을 뚫기가 어려운데 그것을 무사히 뚫었으니 부모님의 자랑이 하늘을 찌를 정도로 높군요. 그런 부모님이 보시면 한심할 정도로 지금은 직장에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고요.

그런데 능력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 회사에서는 무엇을 잘해야 능력 있는 사람으로 취급하나요?”라고 묻는다.


건수 씨는 대뜸 “윗사람이 챙기기 전에 머리 회전이 빠르게 움직여서 바로바로 일에 대응하는 능력.”이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윗사람이 관심을 가진 일에 즉각 즉각 대응하는 능력을 뜻하나요?”라고 묻는다.

건수 씨는 “그렇지요, 맞습니다.”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건수 씨는 지금 방금 말씀하신 즉각 즉각 대응하는 능력이란 잣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이 드나요?”라고 묻는다.


건수 씨는 “저는 머리 회전이 빠르지 못해요. 한 가지 일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을 해야 답이 나오지요. 그러다 보니 항상 일 마무리가 늦지요. 꼼꼼하기는 하지만. 전천후 능력 있는 사람과 비교하며 일하자니 기가 죽어서 제가 맡은 일도 잘 처리하지 못하고….”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그렇군요. 전천후 능력 있는 사람과 비교하면서 일하는 것이 힘들었군요. 그런데 일의 양보다는, 한 가지 일이라도 똑 부러지게 완성도를 높여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윗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윗사람은 없나요?”라고 묻는다.


건수 씨는 “있어요. 부장이나 이사들 가운데 그런 사람도 있지요. 그런 사람도 경쟁하며 올라갔을 텐데, 어쩌면 그런 분을 롤-모델로 삼을 필요도 있겠군요.”라고 약간은 밝은 표정으로 대답한다.


박사는 “꿈에서 모욕의 생활을 얘기했는데 지금도 죽을 만큼 두려운 생각이 드나요?”라고 묻는다.


건수 씨는 “조금은 나아진 것 같아요. 솔직히 죽고 싶은 기분이라고 말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뭔가 제가 잘하는 방식, 저의 좋은 강점 등을 발견한다면 미래도 보이는 것 같고, 아무튼 전에보다 훨씬 나아졌어요.”라고 말한다.


박사는 김 연구원에게 건수 씨 꿈 분석과 관련하여 물어볼 말이 있으면 꿈 해석하기 전에 말해보라고 했다.


김 연구원은 “꿈에서 모욕 걱정을 없애기 위해 일을 많이 떠맡았지만 일한 내용이 또 모욕당할까 봐 걱정하셨는데 지금은 어떠한 기분이 드나요?”라고 묻는다.


건수 씨는 “연구소를 찾아올 때만 해도 정말 앞이 짙은 안개로 싸여있는 듯 막막했지요. 다람쥐 쳇바퀴를 돌 듯 돌고 도는 굴레 속에서 빠져나올 희망은 없고. 두렵기만 했지요. 모욕 걱정도 두렵고, 그런 생활을 하는 나의 처지도 두렵고, 부모님의 기대에 어긋났다는 사실도 두렵고. 아무튼 두려웠지요. 지금은 미약하나마 희망이 솟기도 하나 그러나 아직도 두려운 마음이지요.”라고 말한다.


김 연구원은 “그러셨군요. 건수 씨는 두려움이 아직도 심하시군요. 박사님의 꿈 해석을 잘 들으시면 답이 있지 않을까요? 박사님 이제 꿈 해석을 해주시지요.”라고 말한다.


꿈 해석


박사는 “건수 씨는 죽겠다고 말할 만큼 모욕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고 말씀했는데 모욕을 아주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어떤 말들일 까요?”라고 묻는다.


건수 씨는 “모욕을 구체적으로 말하라고요? 정말 하기 싫은데…. 으음!…, 멍충이 같으니, 일도 늦고 제대로도 못하고, 느려 터지고, 능력도 도긴개긴으로 별만 좋지도 않은데 감 놔라 배 놔라 하긴, 뭐 이런 말이죠.”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정말 모욕을 준 사람이 지금 말한 ‘멍충이 같으니’란 말을 건수 씨에게 할 만큼 떳떳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또 묻는다.


건수 씨는 단연코 부인하면서 “떳떳하다니요?, 나처럼 꼼꼼하고 정확한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지요.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모욕을 준 사람들이 대세를 좌지우지하는데.”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그렇습니다. 오히려 윗사람도, 시기도 잘못 만나 피해를 보고 있는 쪽은 건수 씨죠. 건수 씨는 만약 윗사람이 정확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임기응변 능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빛 볼 날이 있지 않겠어요? 또 만약 회사 분위기가 정확하고 꼼꼼한 것을 우선시하는 분위기로 바뀌면 건수 씨 세상이 오지 않겠어요?


그런데 왜 건수 씨가 죄인이 된 것처럼 모욕 걱정을 하면서 살아야 하나요? 아둔하고 어리석은 멍충이는 바로 그들이죠. 세상을 흔들며 주류를 차지했다고 과시했던 사람들은 세태가 바뀌면 물러나게 되지요.

대세를 따라 힘겹게 쫓아가는 사람은 영원히 남의 뒤를 쫓아가는 신세를 면할 수 없지요. 뒤로 처질까 조마조마하며 꽁무니를 억지로 따라가는 신세는 가엾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모욕을 주는 사람들에게 당당하고 떳떳하게 나서세요. ‘나는 어떤 경우라도 정확한 것을 신조로 일하는 사람이니 임기응변 능력은 떨어지더라도 언제나 정확성을 지키겠다’라고. 그런 시기가 반드시 옵니다.


괜히 주류를 쫓아가겠다고 이일 저일 가리지 않고 떠안아 모욕받는 것이 아닌가 하고 또다시 염려와 걱정으로 날을 보내야 할까요? 그러지 말고 정확성을 달성해야 빛나는 일들만 가능하면 선택해서 해야지요.”라고 말한다.


건수 씨는 “나의 잊고 살았던 강점은 꼼꼼하고 정확하게 일하는 점에 있으니 흔들리지 말고 계속 그 길을 가라 이런 말씀이군요.”라고 말한다.


박사는 “건수 씨는 역시 현명하군요. 제가 이 얘기 저 얘기를 많이 늘어놓았는데 몇 마디로 압축하는군요. 네, 맞습니다. 꼼꼼하지만 정확하게 일하는 능력이 건수 씨의 강점입니다. 말 많은 꼰대 같은 사람이라고 저를 비방하겠지만 나는 모욕이나 비방에 신경 쓰지 않습니다.”라고 웃으며 말한다.


김 연구원이 옆에서 한마디 보태며 “사람이 고통받는 것은 남들로부터 받는 비방이나 모욕이 아니고 그것을 비방이나 모욕으로 여기는 자기의 생각 때문이라는 에픽테토스의 말이 생각나네요. 박사님이 쓰신 책에서.”라고 말한다.


건수 씨는 “에픽테토스는 유명한 사람인가요?”라고 묻는다.


박사는 그가 쓴 책을 건네주며 “로마 시대에 스토아 철학자로 유명한 사람이지요. 절름발이와 노예 신분으로 태어나 많은 멸시를 받았으나 후에 이를 극복하고 자유인도 되고 철학자도 되었지요.”라고 대답한다.


김 연구원은 “에픽테토스는 심리학 교과서에도 나오는 인물로 열등감을 자기 성장의 길로 활용한 인물이지요. 후에 엘리스란 유명한 심리학자가 가르침을 사숙해 ‘비합리적 생각에 관한 이론’을 만들었지요.”라고 아는 체를 한다.


여담


여하튼 건수 씨는 만족한 듯이 좋은 낯빛으로 돌아갔다.

박사는 김 연구원에게 “적당한 타임에 적당한 내용의 말로 도와주어서 고맙군요.”라고 말한다.


김 연구원은 “고맙긴요, 건수 씨에게 도움이 되라고 던진 말인데요. 아 참! 박사님은 건수 씨에게 모욕을 구체적으로 말하라는 식으로 불편할 수 있는 사실을 얼굴을 맞댄 자리에서 스스럼없이 말하게끔 하네요? 저는 건수 씨가 저항을 보일까 봐 조마조마했는데요.”라고 말한다.


박사는 “꿈에서 모욕에 대한 두려움이 은하수처럼 선명하게 흐르는데 그 두려움의 실체를 벗겨볼 필요가 있지요. 두려운 대상을 두루뭉술하게 모욕이란 말로 얼버무리면 더 크게만 느껴지고 더 두렵고 더 불안하지요.”라고 말한다.


김 연구원은 “상담에서도 두려움을 애매하게 남겨두지 말고 직접 마주하여 그 실체를 보라고 하지요. 그때 실체가 바로 ‘멍충이’ 등을 직접 말하게 하는 것인지 몰랐습니다. 모욕이란 용어에서 전해오는 느낌은 뭐랄까 대단하고 참기 어려운 심한 말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모욕의 껍질을 벗겨보니 ‘멍충이’라고 했을 때 그렇게 죽을 것처럼 심하게 들리지 않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박사는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느낌은 다르겠지요. 여하튼 질문과 답할 시간을 가졌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건수 씨는 딱딱하게 굳은 모습으로 있었지요. 그러나 잊고 살았던 강점을 찾으면 희망이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그때야 표정이 풀어졌지요. 하여튼 건수 씨가 ‘죽고 싶은 마음’이라고 털어놓았을 때 조금은 나도 긴장했지요.”라고 말한다.


김 연구원은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격려하신 박사님 말씀도 건수 씨에게 많은 힘을 주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박사는 “꿈 해석도 심리상담과 마찬가지로 내면에 있는 마음을 알아보고 격려를 통해서 용기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요.”라고 말한다.


박사는 습관적으로 혼자 분석했기 때문에 피드-백이 없어서 밋밋한 기분이었는데 김 연구원이 참여해서 의견을 들어주고 또 나누어주어 힘이 솟음을 새삼 느꼈다.


여하튼 김 연구원도 퇴근했다. 박사는 벌레에 관한 자신의 꿈이 생각나서 꿈 분석 사항을 정리한 표를 살펴보기 위해 끄집어내려다 바로 서랍에 넣었다. 김 연구원이 꿈 분석 작업에 어느 정도 익숙할 때까지는, 또 박사의 후미진 등에 관한 문제를 어느 정도 인식할 때까지는 박사는 서랍에서 분석 작업지를 꺼내지 않기로 했다.

특히 박사는 시간이 꽤 필요할 것으로 생각했다. 박사 자신의 성격이나 품성, 습관 등을 어느 정도 파악하여 자신의 후미진 등에 관한 문제를 김 연구원이 자연스레 알게 되기까지는.


박사는 우선 김 연구원에게 꿈 분석에 관한 지식을 조금 더 길러주어 그 내담자 여성을 도와주는 것이 더 필요치 않을까 생각이 든다. 또 박사는 고객의 꿈 분석과 해석 시간을 김 연구원이 잘 활용한다면? 그녀의 이혼 상처도 빨리 아물게 하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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