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무서웠으나 언니를 구하려”

-꿈은 퍼즐 같지만(15)

by 스테파노

왕따 꿈을 잊고 다른 꿈을 꾸다니


박사는 “그 내담자 여성과의 상담은 잘 진행되나요?”라고 관심을 표한다.


김 연구원은 “요사이도 꿈자리가 나빠서 잠을 못 이루느냐고 물어보면서 상담이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에 꿈의 모습이 어떤지 궁금하다고 말했더니 아주 최근에 꾼 꿈을 말하더군요.”라고 말한다.


박사는 “상담 효과가 무의식의 세계에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나요?”라고 깊은 관심을 표시한다.


김 연구원은 “네, 최근에 그 여성 내담자의 꾼 꿈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지요. 꿈꾼 시점은 바로 3일 전이고요. 꿈에서 그 여성 내담자의 집에 홍수가 났는데요, 다들 무서워서 밖으로 도망쳐 나왔답니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생각해보니 그 여성의 큰언니가 빠져나오지 못한 것을 알았답니다. 그 내담자 여성은 물이 무서웠으나 큰언니를 구하려고 다시 들어갔지요.


큰언니는 2층에서 혼자서 자고 있었기 때문에 구해주는 손길이 미처 없었지요. 그 여성은 2층 계단을 올라가 큰 언니를 깨워 나왔지요. 바로 그 순간 집은 홍수에 떠내려가면서 꿈을 깼지요.”라고 꿈을 소개했다.


박사는 “배신이 무서워 잘 지내기가 어렵다고 얘기했던 그 언니를?”이라고 놀라워하면서 꿈 이야기를 듣는다.


김 연구원은 “그렇지요. 상담받은 시점과 꿈을 꾼 시점을 비교해 보면 차이가 분명하게 있지요. 첫 번째 꿈 이야기는 상담받기 전이고 두 번째 꿈은 상담 초기의 꿈이었고요. 세 번째 꿈은 상담 중반인 9회기이고요. 마지막 꿈은 15회기인 최근의 꿈이지요.”라고 말한다.


박사는 “15회기라면 1주에 한 번씩 상담했다고 치면 상담한 지 4개월이 멀지 않은 시점이군요. 상담도 종착지로 갈 때니 상담 효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날 만한 시점이군요. 김 연구원이 그동안 상담을 성실히 해주어서 좋은 결과가 나왔네요.”라고 김 연구원을 추켜세운다.


김 연구원은 “잘하긴요. 운이 좋게도 그 여성 내담자의 성품이 스펀지같이 흡수력이 좋은 사람을 만났지요.”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이제야 왕따 꿈에서 벗어난 꿈을 꾸었네요. 그러나 원체 왕따 사건의 후유증이 컸으니 상담받았다고 즉시 해소되지는 않겠지요. 잠복하였다고 볼 수 있지요. 새로운 남자 친구가 사람에 대한 믿음성을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군요.


그러나 만약 남자 친구와 불화가 있어서 사람에 대한 믿음이 깨지는 순간 다시 또 무의식 세계를 혼란에 빠트릴 가능성이 있지요. 남자 친구도 잘해야만 되나 그 여성 내담자의 자기 세계가 굳건해져야겠지요.”라고 대답한다.


김 연구원은 “그 여성의 자기 세계를 굳건하게 만들려면 상담에서 어떤 점을 강조해야 할까요?”라고 묻는다.


박사는 “상담은 김 연구원이 전문가 수준인데 내가 얘기해야 사족이고 군더더기이지요. 다만 자기 세계가 굳건해지려면 이전의 자기가 아닌 새로운 자기를 위하여 과감히 문을 열고 나가도록 해야지요.”라고 대답한다.



김 연구원은 “이를테면 새로운 자기를 세우는 데 주의할 점이라든가, 뭐든요?”라고 마치 꼭 들어보겠다는 태도로 다그친다.


박사는 “예를 들면 그 여성은 뭐를 결정할 때 확신을 주는 남자 친구가 있어 결정하기가 좋다고 말했는데 만약 이러한 남에 의존한 결정이 이루어지면 자기 세계는 없지요. 또 그 여성 내담자의 경우 사람에 대한 믿음이 떨어졌다고 연상의 남자 친구가 잘 챙겨주니 그것에 의지해 산다면 그 여성의 자기 세계는 없지요.


그 여성은 내 인생의 주인은 누구일까에 대한 물음을 수시로 해야지요. 내 인생의 주인은 바로 나임을 외쳐나갈 때 자기 세계는 서서히 커나가지요. 남들이 구축한 안전한 성(城)에서 불안 없이 살려고 한다면, 또 그 속에 숨으려고 했다면 자기 세계는 없다고 봐야지요.


그 여성은 벌써 서른이 다가오니 인생의 주인은 바로 나임을 느낄 것입니다. 그 여성은 그동안 왕따 후유증으로 무기력한 삶을 15년 가까이 살았으니 더욱 남아 있는 시간이 소중함을 느끼겠지요.


이럴 때 그 여성 내담자에게 배신 없는 안전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남들에 의존하기보다는 본인 스스로 개척해 가는 삶을 살 때 희열이 있음을 알게 해 줄 필요가 있지요. 이제는 그 여성에게 배신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직접 물어보아 상담 대화의 주제로 삼는 것은 어떨까요?”라고 의견을 말한다.


김 연구원은 “그동안 그 여성에게 배신을 언급하면 상처를 들쑤시는 것 같아 피했는데 이제는 적극적으로 배신 없는 삶에 대해 거론하면서 대안을 스스로 찾도록 해야겠군요.


사실 배신의 문제는 상담자인 저의 개인적인 문제로 이제껏 거론 안 하고 뒤로 미루었던 주제이기도 해요. 배신이란 소리만 들어도 저의 가슴이 울렁거리었거든요. 이성적으로는 박사과정을 이수하면서 잘 버티자고 하였으나 그 남자가 배신한만큼 그에 상응한 벌도 받아야 한다는 감정에 휘둘리는 것을 주체하지 못했으니까요.”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그랬군요.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모른 척하고 지내기에는 너무도 큰 상처이지요. 이제까지 김 연구원은 잘 버티었고 앞으로도 잘 버틸 것입니다. Time heals all wound 즉 ‘시간은 모든 상처를 치유한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시간이 해결할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김 연구원은 “누구는 상담 책에서도 권하고 있는 방법인 쇼-파 쿠션을 보복의 상대자로 간주하고 세게 때려 보복의 감정을 털어버리라고 얘기하기도 하지요. 그렇게도 해보았으나 그 순간은 시원하게 풀어짐을 느끼나 시원함에 빠져들면 더 공격적이고 더 악에 받쳐 결국 가슴을 짓이기게 하죠. 그럴 수는 없잖아요? 차분히 나의 방식대로 박사과정에 충실하면서 속으로 삭이면서 지낼 수밖에요.”라고 말한다.


박사는 “우리의 토론 주제였던 자기 세계를 확충하는 문제와 관련지어서 볼 때 김 연구원은 ‘내 방식대로 한다’라는 방법으로 ‘내 인생의 주인은 나다’라는 주제를 잘 실천하고 있네요, 힘내세요.”라고 말한다.


김 연구원은 “하소연이 너무 길었군요. 죄송합니다, 곁가지 중심으로 포인트가 빗나간 것을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토론 주제로 돌아와서 자기 세계를 확충해야 한다는 소리는 늘 상 듣지만 자기 세계는 왜 없을까에 대해서는 막막할 때가 많이 있지요.


박사님이 남들에 의지한 결정이라든지 예를 들어 말씀하시니 상담할 때 참조해서 진행하면 도움이 되겠네요. 고맙습니다.”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여하튼 상담의 진행을 들으면서 김 연구원이 상담을 잘 이끈 것 같아서 나도 흐뭇하군요. 그런데 시계열 순으로 꿈이 발전한 모습을 그 여성에게 설명도 해줄 필요가 있지요. 지금 시점에서 그 여성은 네 개의 꿈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확인도 해보는 등 종합해서 분석해주면 느낌도 새로워질 것이고요.


전에 언급한 내용과 다소 중복되더라도 종합해서 들으면 내담자는 달리 느낄 겁니다. 예를 들면 상담으로 무의식 세계도 차츰 안정되었다는 소리를 중복해서 들었을지라도 그 여성 내담자는 심적으로 안심이 배로 늘게 될 겁니다. 두려움이나 불안은 안심시켜 주는 말을 통해서 많이 해소되니까요.”라고 말한다.


김 연구원은 “알았습니다.”라고 흐뭇한 기분이 되어 말한다.

-계속-

keyword
이전 14화“분을 삭이지 못하고 열불이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