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날 트레져’란 영화를 보면 미화 1달러에 나오는 ‘피라미드의 눈’ 도안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마치 피라미드의 눈 도안이 십자군 전쟁 때의 보물과 연관이 있는 것처럼 펼쳐지면서. 종종 1달러의 피라미드 도안은 재밋거리로 또는 음모 이야기 소재로 휘말린다. 기독교 국가인 미국의 화폐에 어울리지 않게 태양신을 상징하는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것도 미국의 국부인 워싱턴의 모습이 담겨 있는 자랑스러운 1달러의 화폐에.
그러나 원래 1달러의 피라미드 도안은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에 만들어졌다. 1935년 대공황으로 모든 사람이 실의에 빠져 갈팡질팡할 때이다.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했던 재산, 주식, 화폐 등의 가치가 급전직하로 떨어지고 3~4% 하던 실업률은 30% 가까이 올랐다. 경제 안정이 무엇보다도 필요했다.
경제와 재산이 피라미드처럼 무너지지 않는 안정적인 모습으로 영원히 유지될 수는 없을까? 이런 미국의 국민적 열망이 가장 흔하게 쓰이는 1달러에 반영된 것이다. 화폐의 안정은 곧 경제 안정이며 재산 가치의 안정이기 때문이다.
피라미드는 인류가 발전해온 이래 가장 잘 만들어진 무너지지 않는 안정적인 구조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데 1달러에 나오는 피라미드는 꼭대기가 미완성으로 되어 있다. 또 미완성 부분은 빛나는 눈처럼 도안화되었다.
왜 피라미드는 미완성으로 되었을까? 미완성의 피라미드는 불안한 경제를 어떻게든 다시 살리려면 미국 국민 모두의 강한 열망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또 미완성을 다시 완성으로 반드시 돌려놓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왜 미완성 부분을 빛나는 눈으로 도안화했을까? 미국 경제가 피라미드처럼 안정되는 날을 빛나는 눈으로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또 감지 않고 항상 뜬 눈으로 불안정한 경제를 안정화하도록 늘 감시하겠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미국 국민 모두 경제 안정화를 위해 다 같이 노력해야 피라미드가 완성되고, 완성되는 모습을 뜬 눈으로 항상 지켜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피라미드와 안정, 이 두 단어는 서로 뗄 내 뗄 수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특정한 어떤 사람을 생각하면 무언가 상징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 사람은 왠지 바위처럼 든든하여 믿음이 생긴다든지, 또는 그 사람은 왠지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해서 차분하고 편안해진다든지 등으로.
나는 무엇을 상징하는 모습이 되었으면 좋을까? 든든한 모습, 아니면 맑은 모습, 또는 진지한 모습? 나만의 모습을 상정하고 또 느껴보려 하고, 닮아보려 하고…, 그러면서 나는 오랫동안 나를 상징하는 모습을 찾았으나 찾지 못했다.
나는 1달러의 피라미드의 눈을 생각하다가 불현듯 나를 상징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실제 그렇지는 않지만 그런 모습으로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신라인의 미소이다. 기왓장의 웃는 얼굴 모습이다. 신라 시대의 기왓장은 비록 깨진 모습으로 박물관에 있으나 한 점 티 없이 맑게 웃는 상으로 나의 가슴에 새겨 있다. 깨진 나머지 조각을 상상으로 또 열망으로 조금씩 조금씩 이어 붙이면서.
미소 띤 얼굴 모습으로 내 남은 생애의 하루하루를 살고 싶다. 세월의 거친 풍랑을 기왓장의 미소처럼 잔잔한 미소로 견디어 내면서. 아직은 닮아가는 중이지만 언젠가는 미소를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완성하겠다는 열망을 담아서. 피라미드의 눈처럼 신라인의 미소도 미완성이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항상 웃는 모습이 되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