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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치 Feb 15. 2024

Getz/Gilberto : 보사노바의 알파요 오메가

by Stan Getz, João Gilberto (1964)

 보사노바의 불행은 처음부터 너무 완벽한 앨범이 나와버렸다는 데에 있다.

 바로 이 앨범. <Getz/Gilberto>는 장르를 탄생시킴과 더불어 완성시킨 음반이며, 대중음악의 세계에 홀연히 떨어진 재즈삼바의 핵폭탄이라 할 수 있다. '가장 많이 팔린 재즈 앨범'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본작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슈퍼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워낙 독보적인 앨범인 탓에 그간 많은 이들이 저마다 다양한 관점으로 본 앨범의 위대함을 칭송해왔다. 어떤 이들은 Astrud Gilberto, João Gilberto의 나른한 목소리에 주목하고, Antonio Carlos Jobim의 선구자적인 면모에 대해 감탄하기도 했다. 까면 깔수록 미담이 나오는 훌륭한 앨범이라고나 할까.

 그중에서도 나는 Stan Getz의 연주에 주목하고 싶다. 일단 제목부터가 <Getz/Gilberto>이지 않은가?


 "깃털 같은 가벼움!"


 불세출의 색소포니스트 Stan Getz의 연주를 표현할 때 흔히 쓰이는 비유다. 숨소리가 짙게 베인 특유의 서브톤. 꼭 필요한 노트들만 짚고 가는 사뿐사뿐한 프레이징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하늘을 나는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요컨대 Stan Getz의 연주에 대해 정형화된 키워드는 ‘깃털', ‘가벼움', ‘부드러움' 등이다.


 하지만 되짚어 듣다보면, 스탄 게츠의 연주가 마냥 깃털 같지만은 않다. 색소폰이라는 악기가 가지는 고유의 뜨거움을 감안하더라도, 본작 <Getz/Gilberto>에서 그의 음색은 무겁고 뜨겁기까지 들리는 구석이 있다.


 당장 앨범의 대표곡이자 첫 곡인 Girl from Ipanema를 들어보자. 곡은 João Gilberto의 조용한 허밍과 기타 컴핑으로 시작한다. 메인 멜로디가 일순된 이후, 바통은 João Gilberto의 아내인 Astrud Gilberto에게 넘어간다. 나긋한 포르투갈어 가사가 이어지며 곡의 분위기는 점점 더 이완되어 간다.


 그랬던 것이 다음 순간 Stan Getz의 색소폰이 큰 음압으로 치고 나오며 풀어지기만 했던 곡의 흐름에 긴장감을 이끌어낸다. 의도적인지는 모르겠으나 <Getz/Gilberto>에서 색소폰의 레벨은 다른 악기나 목소리보다 확연히 크게 설정되어 있다. 앨범이 녹음된 시점이 1963년인 만큼 실제 악기들의 음압 차를 반영한 밸런스라고 추측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대비되는 구조를 노린 음악적 장치라고도 생각하고 싶다. 그도 그럴 것이 Stan Getz의 파트는 기교적으로 상당히 복잡하고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타와 피아노, 보컬의 심플함과 색소폰 연주의 복잡성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밑바탕에는 ‘보사노바'의 이중성이 깔려있다. ‘삼바'라는 춤곡에서 기원한 재기 발랄함을 갖고 있으면서도, 쿨재즈의 이지적인 어프로치를 겸비한 장르가 ‘보사노바'라고 본다. 백조의 물장구처럼 겉으로 들리는 선율은 감미롭지만 이면에는 폐부를 찌르는 칼처럼 날 선 리듬이 숨어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Stan Getz의 연주를 마냥 부드럽다고만 바라보기는 힘들 것이다.


 <Getz/Gilberto>가 보사노바 붐을 일으킨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보사노바 앨범이 나왔고, 나오고 있고, 또 나올 것이다. 재즈의 하부장르에서 출발하여 이제는 별도의 장르가 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한 ‘보사노바'. 그러나 그 음악적 토대는 <Getz/Gilberto>에서 이미 완성되었다. 아니, 사실 <Getz/Gilberto>에서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 나에게는 오히려 현재의 보사노바 앨범들이 더 심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Getz/Gilberto>와 다른 보사노바 앨범의 차이는 Getz가 있냐 없냐의 차이이고, 그 간극은 채울 수 없이 크기 때문이다.


Release Date   March 1, 1964

Recording Date  March 18, 1963 - March 19, 1963


===


    수록곡 Desafinado의 가사 중에 Que isto é bossa nova, que isto é muito natural라는 구절이 있는데, 여기에서 장르명인 ‘보사노바'가 유래했다.  

    이 앨범으로 스타덤에 오른 Astrud Gilberto는 João Gilberto 아내이며, 본작 이전에는 어떠한 가수 경력도 없었다. 즉, 이 것이 데뷔 앨범. 이후, Astrud Gilberto는 역사상 가장 성공한 재즈 보컬 중 한 명이 되었으며, João Gilberto와는 이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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