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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sser panda Aug 12. 2021

N잡러 이팀장 ㅡ 23

23. 태도 변화

1년 차도 안된 아직도 신입인 나는 어리둥절 그런가 보다 하고

별생각 없이 듣고 왔다.


내용이란 즉슨 반은 자기 사업에 대한 계획 반은 회사생활에 대한 조언.


마지막에 창업하면 같이 할 멤버들을 모으니 지금이 아니라도


나중에 일해보자며 넌지시 흘린다.


실컷 떠드는 이야기를 정신없는 음식점에서 듣다가 먹는데도 약간은 정신 팔려 있었다.


사석에서 따로 둘이 밥 먹는 것도 조금은 어색하고 어려운 사이지만.


회식에도 항상 자기 먹고 싶은 걸 말하던 부장은 죽을 때가 돼서야 바뀐다는 꼰대 법칙에 부합하게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사주었다.


지금 회사와 유사한 업종을 차릴 준비를 하고 있다며 회사 차리면 나중에 연락하고 와주었으면 한다는 마지막 말이었다.


어찌 보면 귀가 꽉 막혔던 부장의 위세는


정리해고 당하는 순간 나타났다.


위세란 것은 온데간데없고 곤두박질치고 지하실로 내리꽂은 듯한 저자세의 말투가 그 증거다.


ㅡ꼰대라는 것은 오만과 착각이라는 것으로부터 오는 듯.



이전의 회의, 명퇴 발표 전의 모습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그래도 직원들은 아주 꽉 막힌


사람은 아니라고 했지만 대안은 내놓지 않고 새로운 기획안에 반박만 하며


계속 남에게 더 나은 답만을 바랐는데도 말이다.


일적으로 말고 사적으로 얘기할 때는 가벼운 농담도 스스럼없이


하는 모습이 권위주의적이지 않았단 말인 듯싶었다.


그조차도 타인의 입장에서는 불편할 얘기들이었는데도 말이다.


오래된 직원들은 익숙해서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였을지도 모른다.


신규직원들의 어색함을 깨보고자 하는 철 지난 농담은 쓴웃음을 짓게 하는 것이거나


수위 있는 성적 농담 같은 것들이었다.


친근함과 나이가 많다는 권위를 이용한 반말은 친근감도 뭣도 아니었다.


존대가 존중이라면 반말하는 이의 편의를 위한 짧은 말 정도의 느낌이니까.


부장일 때와 정리해고당할 때 상대를 대하는 자세와는 급격히 다른 것을 신입의 느낌으로도 알 수 있으니 그에 대한 나의 해석은 상황 편의 주의자로 결론 난다.


일이 끝나고 고생했다고 수고의 밥을 사줄 때 말고 딱히 좋은 기억이 없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 부장은 큰 의미 있던 사람은 아닌 듯싶다.


물론 추후 회사를 차리더라도 갈 생각은 더더욱 들지 않는 게 사람 맘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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