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퇴사후여행 #갑상선암 #우울 #회복
얼마 전 엄청 우울한 이야기를 브런치에 썼다가 내렸다.
우울한 이야기는 감정이 훅 올라오면 쏟아내듯 썼다가도 남겨두기가 싫어서 금방 지우게 된다.
슬픈 감정도 나의 감정이니 제대로 마주 보고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래도 우울한 이야기를 공개적인 곳에 풀어놓는 것이 어색하고 창피하다.
지금은 감정이 많이 회복되어서 회복하기 위해 한 생각을 남겨 두려고 한다.
언젠가 이번처럼 힘든 때가 오면 이 글을 찾아보고 내가 또 힘을 낼 수 있으면 좋겠다.
가장 속상했던 것은 환경이 변하면 무엇이라도 변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은 것이다.
문제가 상황이 아니라 나였다고 생각하니 좌절이 되었다.
근데 생각을 계속 하다 보니 나는 어리광을 부리고 있는 철 없는 인간이라 생각이 들었다.
나를 바꾸고 내가 바뀔 생각을 하지 않으니 내가 문제인 것에 상심한 것이다.
내가 문제였다면 내가 나를 바꿀 수 있으니 상황이 문제인 것보다 더 나은 상황으로 생각할 수 있었는데, 나는 스스로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주변이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직업 때문에 면접에서 질문을 할 때가 종종 있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극복하려고 노력하나요?'라는 질문을 하곤 했는데, 몇몇 지원자가 '상황을 받아들이고 제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합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답변을 들을 때마다 우문현답이라고 생각했다.
뻔한 질문과 답변일 수 있지만 평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바로 대답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나보다 어리고 경력이 적은 지원자들도 이런 대답을 했다.
상황 상 면접관으로 질문을 하는 나보다 더 어른스러운 태도로 삶을 대하고 있는지 모른다.
브런치에 우울하고 속상하다는 글을 마구 적어 놓은 게 부끄럽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 것은 스스로 마음을 바꾸고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것에 생각이 닿지 않은 것이 수치스러웠는지 모르겠다.
나도 노오력!!하라는 말은 싫다.
하지만 노력 없이 얻는 것이 없다는 것은 내 삶의 전반에 걸쳐 사실로 느꼈다.
부잣집 딸, 아들 부럽고 좀 밉기도 하고 내 처지가 불쌍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어쩌겠어. 나는 나다.
불평하기 시작하면 내가 가난하고 힘들어서 얻은 가치를 쉽게 잊고 살게 된다.
소박한 행복과 고된 노동에는 분명 가치가 있다는 것을 어렵게 배웠으니 잊고 살지는 않도록 한다.
어쩌다 얻은 갑상선암과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것 같은 일들은 답답하기도 하지만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하기로 한다.
집에 돌아 오는 비행기 안에서 창문 밖으로 본 날씨는 많이 흐렸다.
구름이 잔뜩 껴있어서 착륙한다는 안내 방송을 듣고도 비행기가 구름 속을 나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래도 언젠가 착륙할 땅이 보인다는 걸 알고 창문 밖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이번에도 나는 잘 해내겠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조금만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