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생각이 많아서 힘들 때마다 글로 기록을 남겨보려 한다.
이 글이 누군가 공감이 되어 위로가 되어 줄 수 있다면 그것만큼 감사한 일이 없을 것 같다.
기억에 남는 대화, 나에 대한 고민, 진로, 건강.. 다양한 주제로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브런치북에 연재한 글은 지울 수가 없어 후회할 수 있겠으나 최선을 다해 솔직하자고 다짐한다.
오늘은 엄마와 통화하며 든 이런저런 생각을 남기려고 한다.
엄마는 내가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다.
나는 관계에서 상처 받은 기억 때문에 사람에게 마음을 잘 열지 못한다.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솔직한 내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어렵다.
마음을 터 놓을 친구가 없어 항상 엄마를 붙잡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엄마와의 대화는 탁구대에 부딪힌 단단한 공처럼 이리 저리 튀어 다닌다.
요즘 대세라는 흑백 요리사에 대한 이야기, 엄마가 새로 산 니트가 맘에 들었다는 이야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지만 우리의 이야기는 도돌이표처럼 나에 대한 우려로 되돌아온다.
엄마는 내가 안타깝다고 그런다.
좋은 나이에 무언가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는 경험도 할 수 있고
살을 빼서 연애를 할 수도 예쁜 옷을 입을 수도 있는데
지하철만 타도 서울 시내 곳곳에 좋은 곳을 돌아 다닐 수 있는데
왜 그러지 않냐고, 그런 나를 보는 게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한다.
내가 엄마를 사랑해서 그런 건지 엄마가 화를 낼 때보다 속상하다, 안타깝다, 한심하다고 할 때가 더 슬프다.
엄마가 화가 나면 상황이 불편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엄마가 마음 아파할 때는 나도 마음이 아프다.
나는 많이 모자란 사람이다.
스스로 그다지 엄격하지도 않고 합리화도 잘 하는데 그런 내가 나를 봤을 때도 못마땅하다는 건 나는 객관적으로는 훨씬 뒤쳐져 있는 사람이라 걸 거다.
하지만 나는 나를 미워하기는 싫다.
나는 내 잘못을 깨닫고 후회하고 자책하지만 그런 나를 끌고 살아가야 하는 단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까지 나를 미워하면 나는 더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될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세상에 나가는 것이 겁이 난다.
내가 저지를 실수가 겁이 나고 평가 당하는 것이 무섭다.
잘 하지 못했던 지난 날처럼 앞으로도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것만 같다.
세상 속에 나갈 때마다 도마 위에 오른 생선이 된 것만 같다.
나에게 생명력을 불어 넣던 것들을 제거 당하고 세상이 유용하다 여기는 것들만 남겨지는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어디에서 누구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 가는 것 같다.
내가 너무 이기적인 걸까?
돌아보면 내가 너무 배려가 부족했고 내 생각만 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모두가 사회에서 유용한 어떤 존재가 되기 위해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사는데,
인생이 그런 것이라면 나는 그냥 이기적인 나로서 살기 위해 제대로 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나는 솔직하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가끔은 잠에서 깨어나 말끔한 정신이 들기 전에
'내가 얼마 더 살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 영적인 능력도 없지만 그냥 직관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올해 초 암수술을 하고 나서 나는 내 인생이 많이 변할 줄 알았다.
하지만 나도 나의 일상도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나는 그냥 암수술을 해서 취직이 더 어려워진 30살의 취업준비생이 되었을 뿐이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 저녁에 잠드는 것 같이 내 안에 맞춰진 나침반을 따르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고민 없이 내 안에 생겨나 자연스레 자리를 잡고 큰 목소리를 내는 것들의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길이 나 있지 않는 방향으로 발을 딛기란 어려운 것 같다.
나는 여전히 우물 안에 있다.
나는 용기 내지 못하는 나도 사랑하고 싶다.
그냥 그 자리에서 견디고 있는 것도 많은 힘이 드는 걸 알기 때문에
많이 부족한 내가 그런 나를 용서해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