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은유와 6살 은호>
유치원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중 은호가 갑자기“엄마 개미가 있어요! 밟지 마세요!” 소리쳤다. 나는 유모차를 잠시 세워두고 개미들을 보았다. 무리지어 가는 개미들이 있고, 뒤에 조금 크기가 큰 한 마리 개미가 아주 열심히 걸어가고 있었다. 하교 시간이라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개미들도 어리둥절 당황한 것 같았다. 곧게 가던 개미들이 가던 길을 뱅뱅 돌며 혼란에 빠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계속 관찰하고 있었는데 은호가 "엄마 아무래도 누군가 개미를 밟을 거 같아요. 어떻게 도와주지?" 물었다. 그 때 몇몇 초등학생들이 지나갔고 우리는 조금 큰 소리로 “안돼! 거기 개미들이 지나가고 있어 조심해!” 했다. 몇몇 아이들은 실실 웃으면서 개미를 밟는 흉내를 냈고, 뭐 이런 걸로 피하라고 말하냐며 표정을 찌푸리는 아이도 있었고, 관심 없이 지나가는 아이들도 있었다. 아이들의 무리가 지나가고 잠잠해지자, 여전히 갈 길을 못 찾는 한 마리의 개미를 보며 은호는 "다른 개미는 같이 갔는데, 이 개미는 계속 뱅뱅 돌아. 엄마, 어떻게 할까?"물었다.
"엄마가 개미를 살짝 잡아서 흙으로 보내줄까?"
"엄마가 할 수 있어요? 개미 안 무서워요?"
"응. 무섭진 않아. 손으로 만지는 게 좀 그렇긴 한데. 여기서 우리가 개미를 계속 지켜줄 순 없으니까. 뭔가 해야할 것 같아."
그 때 센 바람이 쌩—— 불었다. 개미는 한 순간 붕 떠서 날아갔다.가슴이 철렁했다. 우리 모두 놀랬다.
"개미 어딨어요? 와. 여기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우리가 들어서 여기 흙도 있고 풀도 있는 곳으로 보내야겠어요. 엄마, 해주세요."
나는 중요한 임무를 맡은 해결사가 된 것 같았다. 아이의 유치원 가방에서 원아수첩을 꺼내 그것을 이용해 개미를 들어올리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도와준다는 걸 모르는 개미는 더 정신없이 움직였고. 바람이 한 번 더 불었다.
"어떻게!"
급한 마음에 가방 안에 있는 더 얇은 종이를 반으로 잘라 개미를 번쩍 들어 올려 안전한 정원으로 보내주었다. 은유는 자신의 종이가 잘라져서 우는 건지, 엄마가 개미를 만져서 불안해사 우는 건지 울기 시작했고. 은호는 우리가 개미를 도왔다며 껑충 뛰면서 기뻐했다. 나도 정말 기뻤다. 울고 있는 은유에게 왜 우냐고 물으니, 개미가 엄마를 물 거 같았다며 아무렇지도 않은 엄마를 보며 안심했다.
"착한 우리 아이. 괜찮아. 개미도 엄마도 모두 무사해. 우리는 굉장히 멋진 일을 한거야."
아이와 손을 잡고 돌아가는 길에 바람이 또 불었다. 작은 개미 한 마리를 향한 아이들의 마음이 나에게도 전달된걸까. 봄이 오는 길못에서 만난 그 바람이 얼마나 따뜻하고 다정한지, 마치 우리를 칭찬해주는 것 같았다. 아이와 함께 하는 삶은 개미 한 마리를 통해 생명을 지키는 위대함을 발견하게 해주는 것이다. 이 세상에 아이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2019.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