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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우울하고 가라앉을 땐 신발정리를 하자.

6살 은수, 10살 은호

by 동그래

요며칠 마음이 가라앉아있었다. 살아있다는 것이 우울하고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나쁜 생각이 들만큼 모든 것이 귀찮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돌봐야 하는 아이가 넷, 막내는 이제 23개월이다. 아이들에게 엄마가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동생을 돌봐달라고 부탁하고 침대에 누웠다. 아이들은 걱정말라고 누워 쉬시라고 말해줬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지만 우선은 내 우울한 마음을 다루는 것이 급했다. 가만히 누워서 감사할 것들을 떠올렸지만 이 상황에서 억지로 꺼내올린 감사는 금방 말라 버렸다. 다시 명상을 시작해야겠구나 생각할 때쯤 은수가 방문을 열고 내 옆에 누웠다.

"엄마, 왜 그래? 슬퍼?"

"엄마 마음이 깊은 바다 속에 빠져서 안 보여. 엄청 깊이 가라앉아 있어서 마음을 꺼내기가 힘들어. 어쩌지?"

"내가 꺼내다 줄게. 그런데 어떻게 해야하지? 난 수영을 못해."

"엄마가 스스로 해야할 일이야. 마음만 받을게. 그런데 마음을 꺼내 올 힘도 없다."

"......." 가만히 생각하더니 "엄마 웃긴 이야기를 듣거나 웃긴 노래를 들어봐. 그러면 웃게 돼."

"은수가 해줘."

"내 발가락에 개미가 왔는데 개미가 날 간지럽게 했어. 그래서 내가 막 웃었더니 개미도 웃었어."

아이가 내 마음을 웃게 하려고 애쓰는 걸 보니까 슬프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그래도 한 번 가라앉은 마음은 쉽게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 "엄마, 내가 똥 노래를 불러줄게. 똥똥똥똥" 은수는 노래를 부르면서 깔깔 댔고, 그 웃음은 조금씩 나에게도 다가왔다. "고마워, 이제 나가줄래?" "응!"

그리고 잠시 후, 은호가 찾아왔다.

"엄마, 왜 슬픈 거 같아? 이유가 있어?"

"잘 모르겠어. 왜 그럴까?"

"가만히 생각해보고 이유가 떠오를거야.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해줄게."

"그래 동생들 봐줘서 고마워. 엄마 혼자 있을게."

은호는 내 발을 한 번 만져주더니 나갔다. 아이들의 위로를 받으니 조금 아주 조금이지만 힘이 났다. 나에게 내 마음을 알아차리도록 도와주는 고마운 아이들. 정말 누가 누구를 돌보고 키우고 있는 것인지 모를 상황이다. 잠시 쉬다가 거실로 나오니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엄마 마음의 막막함을 어떻게 풀어줘야할지 몰라서 가지런히 신발을 정리했다고 은호가 말했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을 기꺼이 해주며 날 응원해주는 아이들의 마음이 내게 전해졌고, 그 마음이 또 오늘을 버티고 살아가게 해주었다.


다음날 아침, 아이들은 나에게 굿모닝이라고 인사를 하고 엄마의 마음을 살펴주고는 자기들끼리 툭닥이며 말싸움을 하고 한 아이는 울고 한 아이는 삐졌다. 어제 한없이 우울해보이는 엄마를 위로하던 착한 아이들은 내 마음이 조금 나아진 것을 보니 또 자신들의 삶을 부지런히 살아가는 걸거다. 또 이게 일상인 거다. 이제는 내가 아이들 마음 곁에 서 있을 때겠지? 아니, 조금 더 혼자 있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온다. 또 다시 우울한 표정을 지어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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