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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강인한 사람이에요.

10살 ㅇㅎ

by 동그래

<엄마는 강인한 사람이에요.>

: 아이들에게 해준 말이 다시 돌아오는 순간들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너는 강인한 사람이야. 너는 소중한 사람이야. 사랑을 흘러가게 하는 사람이야. 세상의 빛과 소금이야. 알지?' 하며 꼭 안아주곤 한다. 그 순간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내 진심을 가득 담아 인사한다.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이제 내 손 밖의 아이를 지키시길 기도한다. 이 인사를 매일 했더니 '알아요 알아~'하면서 귀찮아하는 것 같아서 자주 하진 않고 가끔 다정하게 인사를 건넨다.



새로운 일을 할 때면 '실수해도 괜찮아. 무엇이든 해보려는 마음이 중요해. 그 마음이 세상을 바꾼대. 다 괜찮으니 도전해 봐. 괜찮아.'라고 말해준다. 그러면 아이는 우리 엄마는 참 좋은 사람이라며 잘하고 오겠다고 인사를 꾸벅해 준다. 마음이 통하는 순간이라 행복이 꽉 찬다.



그렇게 아이들에게 들려준 말이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날이 있다. 아이 넷을 키우다 보니 기저귀를 가는 것도, 밥을 먹이고 씻기는 일도 10년을 넘어가니 지겹고 힘든 날이 있다. 온 우주에서 긍정의 힘을 끌어 모아 보지만 개미만큼도 힘이 나지 않는 날이 한 달에 두어 번 찾아온다. 막내가 식탁 아래에 흘린 밥풀과 반찬을 치우려고 쭈그려 앉아 닦다가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날이면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곤 한다. 어떤 날은 소리 없이, 어떤 날은 엉엉 소리를 내면서 운다. 그러면 아이 넷은 쪼르르 내 곁으로 와 나를 본다. 울고 있는 나를 보면서 아이들은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운명적인 감각을 느끼며 무엇인가를 한다. 은수는 '엄마, 슬퍼?' 하면서 손을 만져주고, 은유는 손수건을 건넨다. 막내는 같이 울거나 눈물을 닦아준다. 엄마의 눈물을 가장 오래 본 첫째 은호는 다가오지 못하고 있다가 편지를 건넨다. '엄마, 힘내세요. 죄송해요.'라는 말과 함께 건넨 아이의 편지를 연다. 거기엔 그동안 내가 건네었던 말들이 가득 담겨있다.



"엄마는 우리에게 소중한 사람이에요. 엄마는 강인한 사람이에요. 엄마가 있어서 감사해요. 엄마 힘내세요. 엄마가 우리에게 해 준 말을 엄마도 듣고 싶고 할 거 같아. “



엄마의 울음이 자신들 때문이라고 생각한 아이들은 미안함을 표현하고, 고마움을 전한다. 아이들 마음이 내게 전해지면 나는 제일 먼저 민망하다. 왜 바위처럼 견디지 못하고 갈대처럼 흔들리는 건가, 그것도 아이들 앞에서 엉엉 울어버린 날은 죄책감을 준 것 같아 미안하다. 하지만 곧 내 마음에 '괜찮아.'라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고 연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언제나 내 삶이 행복해야 하진 않음을, 삶의 비루함과 우울함은 함께 하는 거라 고백한다. 아이들 또한 삶의 여러 면을 엄마를 통해 볼 거다. 우리 엄마의 웃음과 울음을 통해 인생을 볼 거다. 어떤 생각을 하든 그 또한 아이들의 몫이라 여기며 털어본다. 그리고 공허함이 날 아예 삼켜버리지 않게 해 준 아이들이 있어서 고맙다고 말하며 또 살아간다.



내가 들려준 말이 나에게 다시 돌아올 때, (그것이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나는 내 존재를 돌아보게 된다. 내가 한 말이 곧 또 나일 테니까. 그리고 결국 나에게 돌아올 말이라 생각하니 가능한 아이들에게 좋은 말을 많이 해줘야겠다고 결심해 본다. (난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인 걸까, 아니지 서로 애써 잘 살아가려는 것뿐이다.)






#아이의말들 #딩동댕송일기 #엄마는희노애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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