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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바람이 불어! 가을이야! 내 생일이 온다!

<5살, 은수>

by 동그래 May 10. 2023

 첫째, 둘째, 넷째의 생일은 7월이고, 셋째 은수의 생일은 9월이다. 그러다보니 은수는 자신의 생일이 언제 오는지 참 궁금해했다. 형, 누나, 동생처럼 케이크도 고르고, 선물도 받고 싶은데 도대체 자기 생일은 언제인지 궁금한 것이다. 하지만 글자를 모르니 엄마에게 매일 ”엄마, 오늘이 내 생일이야?“라고 여름 내내 물어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산책을 하던 중 은수는 자기 생일은 도대체 언제 오는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고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물었다. 그래서 ”은수야. 은수의 생일은 가을이야. 지금은 더운 여름이고. 가을은 시원한 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초록색에서 노랑색이나 빨간색으로 변하면서 찾아와. 그러니까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면 은수의 생일이 오는 거야.‘라고 대답해주었다. 은수는 이제야 비밀을 알게 된 것같이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알겠다며 좋아했다.




 8월 말쯤이려나, 아이들과 산책하는데 바람이 불어왔다. 그 순간 은수가 “엄마, 가을이 와요. 시원한 바람이에요! 내 생일이 와요!”라고 들뜬 목소리로 소리쳤다. 은수는 매일 매일 이 바람을 느끼며 자신의 생일을 세고 있었던 걸까? 아주 잠깐 불어온 시원한 바람이 은수에게 닿자마자 “시원한 바람! 가을이야! 내 생일이야!” 라고 소리친 은수를 보며 우리는 모두 깜짝 놀랐다. 여름의 바람과 가을의 바람은 확연히 다르지만, 여름의 바람과 가을의 바람이 만나는 그 순간을 발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마도 가을을 간절히 바라는 은수만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더운 기운이 사그라지고 시원한 바람이 불고, 나뭇잎의 색깔이 초록에서 노란색으로 변하는 가을, 아마도 가을 모두가 은수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것 같았다.


계절의 , 계절의 냄새, 계절의 기운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특별한 감각이다. 나는 겨울이면 호빵과 붕어빵이 거리에 나오는 것으로 알고, 봄이면 꿀벌의 윙윙 소리와 유난히 따스한 햇살이 기억난다. 그러고보면 우리는 오감으로 세상을 만났다. 엄마의 따스한 품을 통해 안전한 세상을, 맛있는 음식을 통해 살만한 세상을, 예쁜 꽃을 보면서 아름다운 세상을, 좋은 향기를 통해 퍼져가는 즐거움을 만난다. 어릴 적 오감을 통해 인식하는 긍정적인 세계가 살아갈 세상으로 나갈 때 큰 바탕이 될 거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오감을 통해 서로를 감각하며 알아가는 시간이 많아지면 좋겠다. 계절의 변화, 나무의 변화, 꽃의 변화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들의 변화를 인식하면서 살아가면 좋겠다. 어른 또한 제대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좋은 감각의 경험이 많으면 좋겠다. 시원한 바람이 불면 자신의 생일이 찾아온다고 말한 은수처럼 말이다.



은수가 우리에게 시원한 바람을 선물해준 것 같아.
은수야. 온 가을이 너의 생일을 축하해.








여러분은 계절의 변화를 느끼시나요.
계절의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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