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6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해보니 재밌어! 또 하자!

우리 아이들

by 동그래 Jul 14. 2023
아래로


"이거 해보자."

"싫어. 안 할래."

"한 번만, 딱 한 번만 해보자."

"싫어. 무서워."

"무서운 건 아니야. 무서운지 아닌지도 해본 다음에 알 수 있는 거니까 해보자."


 두돌 정도였던 첫째와 놀이터에서 자주 하던 대화다. 그 당시 은호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한참 고민하고 망설이이며 관찰을 많이 하는 타입이었다.  놀이터 가는 것을 좋아했지만, 미끄럼틀과 그네는 타지 않았다. 제 또래 아이들이 신나게 미끄럼틀에서 내려오고 깔깔 웃는 모습을 보더라도 자신은 타지 않겠다고 했다. 그네도 마찬가지였다. 은호가 좋아하는 것은 모래놀이와 시소 정도였다. 나도 처음 아이를 키우다보니 또래 아이들이 다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일을 내 아이가 못하는 것이 영 맘에 걸렸나보다. 놀이터에 갈 때마다 미끄럼틀과 그네를 도전해보자고 설득했던 것 같다. 지금의 나라면, '할 때되면 하겠지.'라고 생각했겠지만, 그 때의 나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도 아이의 중요한 일이라고 여겨 매번 권유했었고, 마침내 은호가 미끄럼틀로 올라갔다. 미끄럼틀 계단 위에 있던 은호는 슬라이드에 앉아 "엄마 무서워. 안할래."라고 소리쳤다. "거기까지 올라간 것도 대단한 일이야. 한 번만, 딱 한 번만 해보자."라고 응원했다. 큰 결심을 한 듯한 표정의 은호는 눈을 꾸욱 감더니 엉덩이를 슬쩍 움직여 미끄럼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얼굴 가득 웃으며 "엄마, 해보니 재밌어. 또 하자!"라고 말했다. 미끄럼틀에서 내려온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엄마인 나는 아이의 도전과 성취, 그리고 재미의 맛을 본 아이가 얼마나 기특한지! 엉덩이를 들썩이며 "그래, 그래. 시작이 반이래. 이제 더 재미있게 놀자."라며 칭찬해주었다.

 아이를 키우며 그동안 알고 있던 단어가 찰싹 몸에 다가오는 것들이 있는데,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그렇다. 그 날 이후로 아이는 미끄럼틀을 신나게 탔고, 그네도 도전했고, 새로운 놀이기구도 "해볼래. 타볼래요."라며 적극적으로 도전했다. 아이가 미끄럼틀을 시작한 이후로 놀이터는 정말 모험의 공간이 되었고, 도전과 성공의 자리였다. 제대로 놀이터를 즐길 수 있게 된거다. 아마도 시작하기만 하면 반 정도 왔다는 표현을 만든 사람이 엄마들이 아닐까 싶다. 시작하는 것이 얼마나 용기 있는 일인지 알고 있고, 정말 시작하면 반은 된 거라는 걸 아는 사람들이니까.


 7월 첫째날이 넷째 아이의 두 번째 생일이었다. 아이에겐 여전히 시작할 것들이 많다. 과감히 시작하든, 망설이든 시작하든, 작은 시작이든 큰 시작이든, 시작하는 모든 것에 응원해주고 싶다. 하기 싫은 것을 안 할 수 있지만, 되도록이면 시작해보는 것에 겁내지 말라고, 시작하게 되면 보이는 세상이 다를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사실 시작하는 것은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 어려운 일이면서도.


 아이의 시작을 보면서 내 인생도 돌아본다. 아이의 어린 시절을 보면 자연스럽게 내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나 역시 수없이 망설이고 쭈뼛대고 포기하자고 돌아섰다가 다시 생각하고 망설이던 순간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 때 내가 그걸 했더라면.. 내 자리에만 뱅뱅 돌지 말고 시작했더라면 하는 후회도 많다. '시작'이라는 말이 주는 그 떨림, 아이를 통해 다시 발견하게 된다. 오늘 실패했다면, 또 다시 시작하면 되지, 그러면 또 반은 온 걸테니까, 계속 하면 된다고 나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아이에게만 시작이 있는 건 아니니까. 누구에게나 '시작'은 있으니까. 뭐든 '시작'하자. 끝이 오기 전엔 우리 모두에게 '시작'이 있다.

그리고 '시작이 반'이다.



  




이전 16화 나무는 바람을 만나 노래하기 시작했어.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