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진짜 나를 모르는 건에 대하여
우리 집 거울 앞에서 외출 준비를 할 때면 언제부턴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팔뚝은 굵은 것 같고, 뱃살은 많아 보이고, 엉덩이와 허벅지는 왜 이렇게 굵은 건지.
남들은 다 패셔너블한 것 같은데, 어째 내 몸은 이렇게 패션을 토해내는 건지
거울 앞에서는 영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다.
내 방에 있는 거울은 유독 뱃살을 강조해 보여준다.
집 현관에 걸린 거울은 유독 엉덩이와 허벅지를 부각한다.
(심지어 키도 짧동만하게 보여준다.)
이게 내 몸인 건가 싶어 포기하며 외출한다.
지하철 스크린도어에서 기다리는데,
스크린도어는 내 다리를 슬림하게 비춰준다.
오늘따라 다리도 길어 보이는 것 같고.
이 정도면 그래도 나름 옷을 잘 입고 나온 것 같다.
어느 건물의 화장실을 다녀오고,
손을 씻고 옷매무새를 정리하기 위해 화장실 거울에 섰는데,
허리가 잘록한 것이 내 마음에 쏙 든다.
뱃살이 많다고 느꼈는데 이 정도면 잘록한 허리를 가졌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보는 거울마다 나는 내 장점을 보기도 하고, 단점을 부각해서 보기도 한다.
하나의 거울만 지속적으로 볼 때면 나는 그게 내 모습인가 하는 굳은 믿음을 나도 모르게 갖게 된다.
하지만 다른 거울 속 나는 그간 내가 본모습과는 또 다르다.
내 마음에 들 수도, 내 마음에 더 안 들 수도 있다.
확실한 건, 거울에 따라서 나는 모습이 변한다는 것이다.
거울은 나를 비춰주는 도구이지만, 동시에 내가 나를 인지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거울에 따라서 나는 이런 모습이기도, 저런 모습이기도 하다.
한 가지의 거울로는 나를 '이거다'라고 말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여러 거울로 나를 보면, 또 그것대로 나를 '이거다'라고 말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아직 나는 나를 잘 모르겠다.
내 진짜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