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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k Watney Apr 06. 2023

대학원생의 공부 #1

마인드셋

 얼마 전 브런치를 둘러보다가 알고리즘에 뜬 '[브런치북] 공대에 가고 싶어 졌습니다'(brunch.co.kr/brunchbook/stem)를 읽게 되었다. 가장 눈길이 갔던 글은 바로 두 번째 순서로 나오는 '서울대 수석의 고등학교 수학 공부법'(https://brunch.co.kr/@geonahn/255)이었다. 어느 덧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도 10년이 다 되어 가는 20대 후반의 나이지만, 대학원생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보니 엄연히 아직 학생의 신분에 속하고, 공부와 떼놓을 수 없는 사이이기에 더더욱 눈이 가지 않았나 싶다. 흡인력이 좋기도 했고 잘 옮겨 놓고 나중에 다시 읽어봄직한 글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를 필사로 옮겨 내 노트에 저장해 두었다. 2023년 4월 초의 내가 적은 글귀와 그 옆에 남긴 메모들을 보고, 미래의 내가 어떤 생각을 할 지 궁금해진다.



 한번은, 석사 지도교수님께서 나에게 박사 과정 진학을 권하시면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박사 학위란,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는 증명과도 같다'라는 말. 필사를 하며 그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후에 어떤 진로를 선택하게 될 지는 아직 시작조차 하지 못한 지금의 나로서는 가늠도 하기 힘들지만, 학계에 남기를 선택하든, industry 진출을 선택하든, 혹은 제 3의 나만의 길을 선택하든 박사 과정동안 다룬 분야와 다른 분야로 진출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정말 박사 학위라는 것이 문제 해결능력을 갖춘 사람임의 증표라면, 박사 과정동안 갖춰야 할 정말 가장 중요한 능력은 자기만의 '체계'를 갖추는 '방법'을 아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어차피 분야는 계속해서 바뀔 수도 있는 법이다. 진정한 문제 해결 능력은 어떠한 분야에서든 자기만의 '체계'를 갖출 줄 알고 그 체계를 사용할 수 있다면 어느 분야로 뛰어들든 빛을 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박사 학위 동안 쌓게 되는 소위 '전문성'은 박사 과정 동안 전념한 해당 '분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분야를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내 스스로 쌓은 '체계를 구축할 줄 아는 방법'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결과(분야, 전문성)보다는 과정(체계를 구축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걸까. 위 브런치북의 저자 분께서 하신 말과 마찬가지로, '문제풀이는 내가 쌓은 수학적 체계를 사용하는 것 뿐'이므로 본인이 가게 되는 분야에서 자기의 '체계'를 잘 구축하는 게 곧 문제 해결능력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또 예전에 학원다닐 때 들었던 말인 지, 학교에서 들었던 말인지 기억이 희미하게 있는 데, 선생님께서 그런 말을 하셨던 적이 있다.

학생은 틀릴 권리가 있다.


 이 말이 문득 떠오른 이유는 추측컨데, 어쩌면, 대학원 생활이 '자유롭게 틀릴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 같다. 석사 과정이든 박사 과정이든, 대학원생이라는 신분이 학생과 직장인의 애매한 경계 위에 놓여있다는 말도 많지만 어쨌거나 저쨌거나 대학원생도 '학생'이지 않나. 내가 나만의 체계를 쌓아 나가면서 때로는 틀릴 수도 있고 결과가 잘 안 나와서 좌절하고 싶을 때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나는 아직 학생이기에 당연히 틀릴 수 있으며 지도 교수님의 도움을 당당하게 받을 수 있는 시간을 요구할 수 있지 않을까. 공부든 연구든 학생은 틀릴 수 있다. 그 대신, 오답을 기반으로 정답을 향해 나아가면 되는 것.


 지도교수님께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야 항상 있겠지만, 때로는 그 마음을 내려놓고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점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서 '생각'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하면서 어떤 교수님이 최종적으로 나의 지도 교수님이 될 지, 또 그 분이 어떤 사람일지, 지도 방식은 어떠한지, 나의 연구 주제는 어떤 것이 될 지, 나와 academic discussion을 나누게 될 동료들은 누구일 지 아직 많은 것들이 미지의 영역에 놓여있다. 그치만 적어도 내가 설정할 수 있는 영역에 있는 건 현재의 초심과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마음가짐이니,


 '많이 틀려보되', 정말 많은 시간을 '생각'하는 것에 쏟으며 나만의 '체계'를 쌓는 방법을 최소 한 가지는 알고 나가자

라는 초심 정도는 지금 세워도 좋지 않을까. 너무 이상적인 마인드일 수도 있지만 뭐 지금은 열심히 행복회로를 돌릴 때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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