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피라미드. 보기보다 상당히 가파르다. 표면이 매끄럽지 않은데 멀리서 보면 전체적으로 평면이 잘 유지된다. 전혀 실체가 알려지지 않은 문명의 건축기술 수준이 놀랍기만 하다.
테오티우아칸을 가기 위해 일찌감치 길을 나섰다. 테오티우아칸은 아직까지 어떤 문명이, 어떤 부족이 건설했는지 모든 게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피라미드 유적지다. 멕시코 시티에서 북동쪽으로 50킬로미터 떨어진 이곳은 멕시코시티를 여행하는 여행객들에게는 필수 방문 코스이기도 하다.
이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우선 North Bus Terminal로 가야 했다. 터미널까지는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가능하면 지하철보다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뭐라도 하나 더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중앙차선이 잘 되어 있어서 Metro Bus를 이용해 이동하는 것이 지하철 못지않게 빠르기도 했다. 3월의 멕시코시티 날씨는 정말 환상적이다. 흐린 날도 거의 없고, 습도는 쾌적했다. North Bus Terminal에는 짐 보관 Locker도 있었다. 마지막 날 숙소에서 체크아웃한 후 짐을 맡기고 돌아다닐 때 고려해 볼만한 장소였다. 이 터미널에서 테오티우아칸 사이에는 지난번 언급했던 에카테펙이라는 소도시가 있다. 아주 가끔 이 부근에서 버스를 세우고 강도를 하는 경우가 있고, 한건의 사망사건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너무 걱정하지 말자. 최근에 멕시코시티 경찰서장 차량에 대해 마약 카르텔이 총질을 하는 토픽도 나오고, 늘 멕시코 치안에 대한 뉴스가 곧잘 지면에 등장하긴 하지만, 솔직히 미국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총기사고들을 생각하면 도긴개긴일 뿐이다.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대한민국보다 안전한 곳은 없다.
모양이 다른 돌들을 어찌 이리 평평하게 잘 쌓아 올렸을까?
인근 주민들이 각종 공예품을 들고 나와 팔고 있다.
시외버스는 한 시간 정도 달려서 테오티우아칸에 도착했다. 해발고도가 높은 이곳의 지형과 풍경은 미국 유타주의 대평원을 떠올리게 했다. 입구에는 기념품 가게가 줄지어 있었고, 동네 주민들은 군데군데 자신들의 공예품을 들고 나와 노점을 펼쳐 놓고 있었다. 2000년 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밀집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대도시의 한가운데에는 태양의 피라미드와 달의 피라미드가 웅장하게 솟아 있고 그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도로인 죽은 자들의 거리가 있다. 이 광활한 지역에는 단 하나의 그늘도없었다. 이 여행의 필수품은 단연코 모자다. 기념품 가게에 왜 그렇게 많은 모자들이 쌓여 있었는지, 죽은 자들의 거리를 걷기 시작한 지 단 5분도 안돼서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달의 피라미드의 등정은 포기하고 태양의 피라미드만 올라가 보기로 했다. 피라미드 중앙에는 계단이 설치되어 있는데 보기보다 가파라서 기어오르듯 등정을 했다. 피라미드 꼭대기는 밑에서 올려다보며 예상한 것보다 넓고 평평했다. 숨을 할딱거리며 끝까지 올라온 관광객들은 저마다 편한 자세로 여기저기 기대고 앉아서 숨을 돌렸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난 사람들은 다양한 포즈로 기념사진을 찍어댔다.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니 죽은 자들의 길과 도시 전체의 윤곽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직도 이 도시의 주인들이 누구였는지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다고 한다. 이 도시의 전성기 때 인구가 10만명 가량으로 이 시기의 전 세계 도시중 가장 많은 인구가 모여 살았을 거라고 추정한다는데, 이 문명은 도대체 언제 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일까?
이 피라미드에서는 인신공양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어린아이들을 제물로 바쳤는데 이 어린아이들의 피와 눈물이 땅에 닿으면 그것이 비가 되어 내린다고 믿었다고 한다. 끔찍한 일이다. 인간의 내재된 야만성과 이기성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미국인들로 추정되는 여행객들
피라미드에서 바라본 유적과 관광객들
달의 피라미드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곳을 바라보며 다니는 여행은 추억으로 그들 인생에 아로새겨지겠지.
깔 맞춘 친구들
이들의 합이 참 인상적이다.
중간에 튀어나와 있는 돌의 용도와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사진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가파르다
이 지역은 화산지대였고, 지속적으로 쌓인 화산재가 비옥한 토지를 형성해서 농사짓기 좋다고 한다.
비율이 정확하다.
이번 여행의 가장 아쉬운 점이 여행 짐의 제약으로 어떤 기념품도 사지 못했던 것이다.
달의 피라미드로 이어지는 죽은 자들의 거리
기념품 가게들
태양의 피라미드
노점에서 파는 공예품들
테오티우아칸을 검색하면 늘 따라오는 사진이 라구르타 식당의 풍경이다. 동굴 속에 테이블과 무지갯빛 색상의 의자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풍경은 흥미롭다. 테오티우아칸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이 유명한 동굴 식당이 있다. 사진을 몇 컷 찍고 테이블에 앉아서 뭔가를 시켰다. 이때 좀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는데 내가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나왔다. 알 수 없는 곤충을 튀긴 음식이었다.
이 유명한 식당의 입장료쯤으로 생각하고 잠시 앉았다 나왔다. 멕시코시티로 돌아오는 버스를 타는 곳을 찾지 못해 잠시 헤매다가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것을 보고 간신히 버스정류장을 찾을 수 있었다. 지금도 테오티우아칸의 건조한 공기가 마른 먼지와 함께 코끝을 간지럽히고 그 뜨거운 햇살이 어깨 위로 떨어지는 느낌이 생생하다.
테오티우아칸 박물관 입구
테오티우아칸의 명물. 동굴 식당 입구.
라 그루타 식당. 메뉴를 잘 보고 시켜야 한다. 곤충을 조리한 것을 잘못 시켜서 낭패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