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na Rosa에 있는 병원에 마지막으로 가는 날. 오늘은 시내를 다시 한번 둘러보기로 했다. 새로운 숙소는 Tacubaya 역 근처에 있는 아파트다. 전철 9번 라인의 종착역인 이곳은 1번과 7번 라인의 환승역이기도 하고 버스 노선도 많아서 사방으로 이동하기 좋은 위치에 있었다. 체력이 많이 회복되어서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숙소 옆 골목길.
멕시코의 미용실
닭집.
숙소에서 전철역으로 이동하는 중간에 Tacubaya 시장이 있다. 이른 아침부터 출근하는 사람들과 막 장사를 시작하는 상인들이 뒤섞여 북적댔다. 멕시코에도 월마트가 들어와 있고, 대형 슈퍼마켓이 꽤 있지만 재래시장들이 활력을 잃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각종 길거리 음식을 파는 가판에서는 출근하는 사람들이 아침식사를 하느라 분주했다. 멕시코시티에는 한인민박집이 몇 군데 있다. 저렴한 가격에 조식까지 제공하고 정보공유가 잘 되어서 인기가 많다. 소나로사나 쏘깔로 지역에는 게스트하우스들도 많이 있다. 한동안 괜히 고생스럽게 외곽의 AirBnb를 잡은 게 아닐까 후회도 했었는데 결과적으로 나는 내 선택에 만족했다. 덕분에 아주 깊게 까지는 아니어도 평범한 멕시코인들의 일상을 조금 더 들여다볼 수 있었다.
돼지 껍데기 튀김. 바삭거리는 느낌이 꼭 과자 같은데 별맛은 없다.
역으로 향하는 굴다리. 이곳을 통과하자마자 시장이 나타난다.
십 페소. 우리 돈 오백 원 남짓의 길거리 음식으로 아침을 때운다.
또 다른 길거리 음식. 맛은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먹고 살짝 탈이 났다.
버스 정류장. 오른쪽에 버스카드 밴딩 머신이 보인다. 저기서 버스요금을 같이 충전한다.
메트로버스 카드 발급기, 요금 충전기.
대부분의 멕시컨들이 카메라 앞에서 주저함이 없다. 우리 같으면 큰일 날 일.
쏘깔로를 다시 방문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가듯 나는 다시 엘모로에서 추로스를 한 봉지 샀고, 지난번 쏘깔로를 방문했을 때와 다른 방향에서 쏘깔로를 향해 걸었다. 문화예술궁전 내부를 잠시 둘러보고 쏘깔로로 향하는 길은 이날이 수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가득했다. 멕시코시티 최고 전망대인 라틴아메리카나 빌딩을 돌아 쏘깔로로 향하는 길에 있던 두 군데 성당을 구경하고 마침내 쏘깔로에 당도했을 때, 바람에 힘차게 펄럭이는 멕시코 국기가 나를 반겼다. 한 번 더 왔을 뿐인데도 이 풍경들이 너무나 눈에 익숙해져 있었다. 광장을 한 바퀴 돌면서 사람들을 구경하고 나는 바로 Zona Rosa지역으로 이동했다. 마지막 병원 진료를 마치고. 가까운 한인식당에서 김치찌개를 시켜 먹고, 늘 하던 대로 버거킹에 앉아 잠시 쉬었다. 버거킹의 테라스 공간이 내 최애 장소가 되었고 이것도 나름 나에게는 소확행이었다. 이 날의 최종 목적지는 Plaza Garibaldi 였다. 세계 무형문화유산인 마리아치를 직접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마리아치들이 해 질 녘부터 많이 모여든다고 해서 일부러 시간을 맞춰서 갔다.
그 유명한 El moro 추로스 본점. 1935년에 시작된 노포다. Zona Rosa의 분점이 훨씬 화려하긴 하지만, 이 노포의 분위기도 나는 좋았다.
문화예술 궁정 앞 천사상. 멕시코시티를 천사들의 도시라고도 하는데... 진짜 천사들이 사방에 많다.
문화예술 궁전 전경. 야경이 훨씬 아름답다.
문화예술궁전의 천정
오래된 건물들 뒤로 우뚝 솟아있는 라틴아메리카나 타워. 의외로 이질감이 없는 조합이다.
같은 장소, 같은 행동. 다른 패션과 다른 연령.
Templo Expiatorio Nacional de San Felipe de Jesus. 입구도 특이하고, 성당 마당과 성당 안의 느낌이 아늑했다.
성당 내부. 다른 멕시코 성당들에 비해서 내부 장식이 화려한 편이다.
대부분의 성당 문들이 이렇게 활짝 열려 있었다.
라틴아메리카나 빌딩. 내가 가본 전망대들 중 가장 매력적이고 가장 저렴했다.
멕시코식 추나요법 같은 건가.. 받아 보고 싶었는데... 짐이 많아서 구경만
Templo de San Felipe Neri La Profesa의 내부. 좀 전의 그 성당과 불과 2-3백 미터 거리가 떨어져 있다.
예수의 고난을 묘사한 동상들이 이곳에서는 특히 사실적으로 표현된다.
코카콜라 단독 매장이 있다는 게 신기.
쏘깔로의 멕시코 국기
다시 만나는 메트로 폴리탄 대성당
셀카 삼매경에 빠진 커플.
대통령궁 앞에서 시위 중인 여성.
쏘깔로 광장의 일상들. 여기는 대통령궁이다.
가리발디 공원은 마리아치들이 모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원래 마리아치는 멕시코 전통음악을 연주하는 2인 이상의 연주단인데, 현대에 이르러서는 연주단 구성에 트럼펫이 포함되고, 바이올린 수가 두 개 이상이 되면서 최소 4인 이상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차로 복장을 변형한 의상을 유니폼처럼 입는다. 이들의 연주곡은 멕시코 전통음악에 한정되지 않고 볼레로, 란체라, 발라드 등 그 레퍼토리의 폭이 꽤 넓다. 흔히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다소 코믹한 소재로 활용되는 것과 달리 현지에서 본 마리아치의 모습은 진지한 편이었다. 마리아치는 2011년 세계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어스름 저녁이 되자 공원에는 점점 더 많은 마리아치들이 등장했고, 여기저기서 합주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여행객들 앞에서 뜬금없이 노래를 시작하며 호객을 하는 마리아치도 있었고, 집안에 무슨 경사가 있는지 온 가족이 모여 마리아치의 연주를 청하는 패밀리도 있었다. 머리가 희끗한 늙은 단원들 사이로 아주 어려 보이는 단원들도 섞여 있었다. 저 어린 단원은 이 일을 평생 하게 될까? 저 늙은 단원은 저 아이처럼 어린 나이일 때부터 이 일을 해온 것일까? 그들의 삶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했으니 그만큼 행복했을까... 이윽고 땅거미가 져버린 가리발디 공원은 비우엘라, 기타, 바이올린, 트럼펫 소리로 채워지고 있었다. 마리아치들은 공원 주변의 술집과 카페를 오가느라고 바빴다. 잠시 벤치에 앉아 선선한 저녁 공기를 타고 흘러 다니는 악기 소리와 노랫소리에 취해 있다가 일어섰다. 어두워진 공원을 비추는 카페와 술집의 조명들이 바람에 춤을 추듯 흔들렸다. 문득, 거기 앉아서 가볍게라도 뭔가를 먹고, 마시면서 그들의 음악을 청해 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늘 어떤 것들을 남겨 두고 다음 기회에!라고 하지만 결국 살아보면 그다음이라는 것이 쉽게 오지 않는다는 것을우리는 잘 안다. 지금 그곳에서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절대 미루지 말고 해 보는 것이 우리가 조금은 후회를 덜 남기고 살아가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늘 떠나면 그만이었고 떠난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일은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 못해본 만큼의 아쉬움이 하릴없는 미련과 그리움으로 남곤 했으니까.
의미 있는 어떤 날에 마리아치를 불러 연주와 노래로 축하하고 기쁨을 나누는 그들의 낭만이 조금은 부러웠던 하루가 어느새 서늘해진 밤공기 속으로 사라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