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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의 하늘길

케이블카를 타다

by Mong
케이블카 2 번역이다. 각 역의 디자인, 케이블카의 디자인 다 세련됐다.

과달루페 성모 성당에서 계속 북쪽으로 가면 Ecatepec이라는 멕시코시티의 조그만 위성도시가 나온다. 이곳이 치안이 안 좋기로 유명한 동네다. 과달루페 성모 성당에서 Ecatepec에 이르는 길 중간쯤에 케이블카가 대중교통으로 이용되는 지역이 있다. 핸드폰을 도난당하기도 했고 곳곳에 무장경관들이 서 있는 모습을 봤으며, 여러 사람들이 내게 강도나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된다고 일러줬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과달루페를 보고 나서 나는 Indios Verdes역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이 역은 북부 쪽으로 향하는 도심 교통의 종착지다. 브에나 비스타 역처럼 많은 버스노선들의 종점이어서 무척 복잡했다. 여기서 케이블카가 있는 산타클라라 지역까지 이동하려면 우리나라 봉고차 같은 승합차를 이용해야 한다. 대부분의 여행 블로그에서 절대 조심해야 할 멕시코시티의 교통수단으로 언급한 바로 그것이다. 일단 산타클라라로 가는 교통편은 이 Colectivo대신에 우버를 선택했다. Indios Verdes역에서 가장 가까운 케이블카 역을 선택해서 우버를 불렀다.

산타클라라 지역의 8차선 대로. 여기서부터는 버스가 없다. Colectivo를 타야 한다.
케이블카 역 근처 동네 풍경.

케이블카가 대중교통으로 이용되는 산타클라라 지역은 한눈에도 멕시코시티의 가난한 시민들이 모여사는 달동네 같은 곳이었다. 오가는 길들은 비좁았고, 성냥갑 같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이 동네는 다양한 유채색 페인트들로 칠해져 있었다. 우버택시에서 내려 좁은 골목길을 돌아 나오니 케이블카 2 번역 역사가 나왔다. 케이블카 이용료는 6페소. 버스카드와 공유가 안되어서 카드를 다시 구매해야 했다. 중간에 탑승했기 때문에 7 번역까지 올라갔다가 1 번역인 산타클라라 역에서 내리기로 했다. 각 역은 모두 특색 있게 디자인되어 있었고 매우 현대적이고 세련된 느낌이었다. 모든 역에는 중무장한 경찰이 배치되어 있었다. 주변에 빌딩들이 없어서 이 역이 각 동네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었고 역에서는 동네 풍경들이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승강장으로 올라가는 계단. 엘리베이터도 있다.
카드를 태그하고 드나든다. 낮시간이어서 그런지 승객이 많지는 않았다.
권총도 아니고... 소총으로 무장한 경찰이라니...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케이블카가 아닐까 싶다. 이용료가 우리 돈으로 4백 원이 안된다.
곤돌라의 색깔과 주택의 페인트 색깔이 비슷하다.
곤돌라에서 바라본 마을 풍경.
마지막 역
코카콜라 골목

곤돌라를 타고 윗마을로 올라가던 도중 우연히 재래시장을 발견했다. 사진가에게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소재다. 5 번역에서 내려 시장을 구경하고 4 번역에서 다시 케이블카를 탔다. 시장의 천막들은 온통 빨간색이었다. 시장은 보기보다 크고 깊었다. 야채와 과일 가격이 대체로 저렴했다. 멕시코와 우리나라 국민 간의 소득 차이가 3배 정도 되는데 생활물가 수준을 고려하면 먹고사는 수준이 우리와 큰 차이는 없을 것 같았다. 시장과 주변의 골목들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평일 한낮 변두리의 골목들은 적막하기만 했다. 외국인은 정말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동네 구멍가게
6번째 역.

이 케이블카 라인 개통 이후로 멕시코시티에서는 두 개 이상의 케이블 교통을 더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서민들이 밀집해서 사는 산동네에서 이 하늘 길은 지역 주민들에게 그리고 나같은 관광객들에게도 아주 매력적인 교통 옵션이다. 정확히 이런 교통시스템의 건설, 유지, 보수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며칠간 이들에게서 느낀 것은 정부가 서민들의 교통 수요에 적절하고 정확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고, 막대한 적자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서민들 경제수준에 맞는 가격 정책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 예산들을 어떤 방식으로 확충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런 정책들은 보편적 복지로써 우리의 무상급식처럼 시행되는 것이고, 그 재원이 중산층 이상의 소득과 자산으로부터 나온다면 기본적인 복지국가의 틀은 구축되어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캐나다나 미국의 경우 대중교통 요금은 다소 비싸지만 정기권이나 각종 패스 등을 옵션으로 제시해서 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부담을 줄여주고 있고, 대부분의 고속도로가 무료인 점을 생각해 보면 대한민국의 교통비용은 경제규모에 비해서 좀 과중한 듯하다.

비싼 대중교통 이용 부담은 사람들을 더욱 한 곳으로 밀집하게 하고 부동산 수요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멕시코 같은 국가가 할 수 있는 일을 이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대한민국은 왜 못하고 있는 것일까? 성장을 통해 자꾸 소득 ㄱㅎㅈㄱㅈㅅㅈㅆㄴ부분만 키우지 말고, 생활물가를 낮추어서 가계 가처분 소득을 늘려 나가는 것도 분배 측면에서 반드시 고려해봐야 할 정책이 아닐까?


동네 공동묘지
네 번째 역 뒤로 난전이 펼쳐져 있다.
중간에 재래시장이 보여 내렸다. 시장은 내게 언제나 가장 흥미진진한 볼거리다.
색을 과감하게 쓴 주택들이 인상적이다.
이 변두리에 태권도 도장이라니..
1킬로에 천 원 남짓. 한국의 과일값은 왜 이리 비싸기만 한지.
시장은 생각보다 크고 깊게 펼쳐져 있었고 물건도 많았다.
짓다만 듯한 마감 안된 건물. 복사와 제본을 하는 가게인가 보다.
시장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고기를 이렇게 팔아도 될까 싶긴 한데...

동네 구경과 케이블카 체험을 마치고 Indios Verdes 역을 향해 갈 때는 용기를 내어서 Colectivo를 타봤다. 요금이 10페소 정도. 일반 대중교통보다 다소 비쌌다. 승합차 앞에는 목적지를 나타내는 카드들이 붙어 있고 요금은 현금으로 기사에게 준다. 거스름 돈이 없을 수 있기 때문에 미리 현금을 준비하는게 좋다. Indios Verdes역에 도착해 노점에서 도너츠를 사먹었는데 맛이 일품이었다. 전철을 타고 멕시코 혁명기념비로 향했다. 나는 이상하리만치 이 혁명기념비의 분위기가 좋았다. 이곳에서 또 다른 석양을 감상하고 커피 한 잔을 마신 후 숙소로 향했다.

석양빛을 머금은 기념탑.
눈으로 보는 석양이 더 아름답다.
멀리 문화예술 궁전이 보인다
이곳의 조명은 매혹적이다. 멕시컨들의 색감각에 늘 감탄하게 된다.
친구인지..연인인지. 보라색 조명과 그들의 스타일이 어느 미래 영화에 나올 것 같은. 워쇼스키 자매들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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