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코스 중의 하나가 프리다 칼로 뮤지엄이다. 프리다 칼로는 20세기 멕시코를 대표하는 여류작가로 초현실주의 화가로 분류된다. 본인 스스로는 초현실주의 작가로 분류되는 것에 큰 거부감을 가졌다고 한다. 살아 생전 멕시코의 대화가 디에고 리베라의 아내로 유명했으나 사후 프리다 칼로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과 디에고 리베라의 파렴치한 여성편력의 희생자로서 그녀의 작품과 함께 그녀 스스로 멕시코 미술과 국제 페미니즘 운동의 아이콘이 되었다. 멕시코의 대표적인 공산주의자로 트로츠키와의 염문설까지 있었다. 이 박물관은 그녀가 생전에 살던 집이다. 멕시코의 푸른 집으로 유명한 이 집 앞에는 아침부터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긴 줄에 박물관 내부 구경은 포기했다. 미리 예매를 하고 왔었야 했다. 대신 그녀가 살았던 코요아칸의 구석구석을 걸어보기로 했다. 그녀는 바로 이 동네에서 그녀의 인생을 바꾼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코요아칸은 멕시코시티의 부촌이다. 이쁘게 단장한 저택들이 좋은 눈요기거리다. 다른 동네에 비해 길도 깨끗하고 뭔가 잘 정돈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이 동네의 대 저택들 중 하나
만물상
여자 친구에게 바이올린을 연주해 주는 남자 친구
투어 버스 같은 마을버스
프리다 칼로 박물관에서 남쪽으로 천천히 15분 정도 걸어 내려오니 오래된 성당 하나가 나타났다. 성당 앞에는 넓은 광장과 공원이 조성되어 있었고 그 주변에는 시장과 각종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었다. 유난히 햇살이 뜨거웠던 날, 공원 한편의 벤치에서 수제 아이스바를 먹으면서 한가로이 사람들을 구경했다. 여자 친구에게 바이올린을 연주해 주던 남자 친구, 다정히 걸어가던 노부부들, 일찌감치 카페에서 불금을 즐기던 젊은이들. 멕시코에 도착한지 겨우 십여 일 지났을 뿐인데 눈 앞에 펼쳐지는 이곳의 풍경들이 제법 익숙해지고 편안해져 있었다.
Barroquia San Juan Bautista 성당
성당 앞 선물 노점
성당 내부
성당 문에 기대어 쉬고 있는 노파
무슨 행사였을까? 영성체를 받는 날이었을까?
이곳의 성당들은 언제 어느 곳에 있는 성당이든 문이 활짝 열려 있다. 아무나 들어가고 아무나 나온다, 성당 주변에는 아무나 성물을 파는 노점을 펼쳐놓고 있다. 그리고 성당 아무 곳에나 누구든 걸터앉아 등을 기대 쉬고 있다. 그야말로 모두의 쉼터 같은 성당 풍경은 아늑하고 평화롭기만 했다. 2020년 코로나 상황에 이 성당들의 풍경은 어떠할까?
구두닦이 스탠드
이 동네 추로스 맛집
프리다 칼로를 보러 오는 인파들 덕분인지 이 동네 전체가 관광지의 느낌이 났다. 유명한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들도 많이 들어와 있고, 추로스나 아이스크림 가게, 기념품 가게들도 많다. 그래서인지 음식값이나 물건값들이 다른 곳보다 살짝 비싼 느낌도 들었다. 이렇게 동네를 한 바퀴 둘러보고 전철역까지 운행하는 마을버스를 타고 동네를 빠져나왔다. 매일같이 많은 거리를 걸어서인지 이 날따라 다리가 일찌감치 피로해졌다.
차이나타운 in Mexico
이날 세계 어느 곳에나 있는 차이나타운에서 저렴한 중식뷔페를 먹으러 가던 길에 나는 또 한 번 핸드폰 소매치기를 당했다. 딱 일주일 만에 새 핸드폰을 다시 장만해야 했다. 분명 몇 분 전까지 주머니에 있었던 핸드폰이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것을 식당에 앉아서야 확인했다. 다만 지난번보다 신속하게 새 핸드폰을 사고 뒤처리를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카메라를 안 뺏어 가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것인지... 똑같은 핸드폰을 일주일새 두 번 사게 되니 무척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서둘러 밥을 먹고 숙소로 복귀했다. 핸드폰 설정을 다시 하고 잃어버린 폰을 다시 초기화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