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여행이 어느덧 끝나간다. 멕시코를 떠나기 하루 전날 나는 소우마야 박물관을 방문했다. 2010년대 한동안 빌 게이츠를 제치고 세계 최대 부호로 수년간 등극했던 카를로스 슬림이 마치 스스로 세계경제의 황제가 된 것을 기념이라도 하듯이 바로 그 시기에 자신의 아내인 Soumaya의 이름을 따서 이 박물관을 건축했다. 7억 달러에 이른다는 66000여 점의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중남미 최대의 미술관으로 특히 로댕을 좋아했던 아내의 영향으로 로댕의 조각품들이 하나의 거대한 컬렉션을 구성한다. 카를로스 슬림은 우리나라의 SK그룹과 흡사하게 국가의 경제적 어려움을 틈타 권력자와 손잡고 국가기간산업들을 헐값에 인수해서 자산을 키워왔다. 그가 보유한 기업들의 매출이 멕시코 GDP의 10프로가량을 점유하고 있다고 하니 그 재산이 얼마나 대단한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자신이 보유한 자산에 비해서는 씀씀이가 사치와는 거리가 멀어서 워런 버핏처럼 30년째 같은 집에서 살고 있고, 자동차도 잘 바꾸지 않으며, 명품시계 하나가 없단다. 가난을 타인이 구제해 줄 수도 없고, 가난한 사람에게 돈 대신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해 기부에 인색했던 그가 왠일인지 2011년 40억 불을 기부한 이후부터는 문화, 교육 분야에 지속적인 기부행위를 해오고 있다. Soumaya 박물관도 그의 그런 기부행위의 연장선상에서 건설된 것으로 보인다.
이 박물관의 컬렉션들은 세계 유명 박물관에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유럽 유명 작가들의 명작들이 거의 다 망라되어 있어서 감상하는 내내 이 작품들이 진짜 오리지널인가에 대해 계속 되묻게 된다. 물론 전시품들은 오리지널과 레플리카들이 혼재되어 있다.
이 박물관은 보유하고 있는 예술품의 물량과 퀄리티뿐만 아니라 매우 현대적인 비정형 건축물의 독특한 외관으로도 매우 유명하다. 동대문 디지털 플라자나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의 조형물이 연상된다. 이곳의 입장료는 무료다. 입구에서 개인물품들을 보관해 주는데 별도의 비용을 받지도 않는다. 짐을 몇 시간 동안 맡길 곳이 필요하다면 한번 고려해 볼만 하다. 건물 외벽 안쪽으로 곡선 형태의 낮은 오르막 통로를 돌아 올라가면 다음 층들이 차례로 나오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냥 6층까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올라가서 위층부터 차례로 내려오면서 관람하는 게 힘이 덜 들었을 것 같다.
박물관에 입장하면 거대한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첫 번째 계단을 오르면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 청동 복제품이 있다. 이어서 층별로 유럽의 명작들, 아시아의 예술품들, 디에고 리베라를 비롯한 멕시코의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이 차례로 입장객을 반기고 제일 위층에는 로댕의 컬렉션이 전시되어 있다.
미술관 내부를 둘러보고 나오니 마침 박물관 서쪽으로 해가 기울고 있었다. 육각형의 알루미늄 조각들이 벌집처럼 건물의 외관을 뒤덮고 있어서 건물 전체가 석양을 붉게 토해내는 모습이 가히 장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