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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풀테펙

멕시코시티의 허파

by Mong
차풀테펙 숲

멕시코시티의 한가운데, 소나로사 지역의 서쪽에는 맨해튼의 센트럴파크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도시숲이 있다. 내가 여행을 마치고 온 후 박원순 시장이 바로 이곳을 방문해서 도시공원 계획에 대한 교감을 했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기사에 의하면 이 숲의 규모가 서울숲의 여섯 배에 이른다고 한다. 메뚜기의 언덕이라고 하는 차플테펙은 도시공원으로서는 세계 최고 규모라고 한다. 이곳에는 동물원, 인류학 박물관, 루피노 타마요 미술관이 있다. 차플테펙성은 이 공원의 한가운데 있다. 식민시대의 군주가 거주하던 성으로는 북아메리카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곳이다. 오늘은 이 성을 구경하기로 했다. 입장료는 70페소고 사진과 비디오 촬영을 하려면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했다. 출입문 앞에서는 소지품 검사를 한다. 총기, 무기류, 유모차, 셀카봉 등이 금지되고 음료수 등도 지참하면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가지고 있던 물을 대충 마시고 남는 것은 버리고 들어가야 했다. 이곳 역시도 전 세계 학생들에게 무료로 개방된다.

차풀테펙 공원 입구에는 여지없이 각종 노점상이 줄이어 있었다. 녹음이 우거진 숲 속에 하카란다의 보랏빛 꽃무리가 군데군데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었던 봄날의 차플테펙공원 곳곳으로 향긋한 숲 냄새가 이리저리 흩어졌다.

차풀테펙 공원 입구의 노점
노점에서 파는 인형들
공원 내 호수
쓰레기통을 뒤지는 청설모
공원 노점상들
공원 내 분수대..
공원에서 체조하는 남자


본격적으로 성을 오르기 전 나는 차풀테펙 성을 에둘러 공원길을 걸었다. 멕시코시티의 평균 고도가 2000미터가 넘는다는데 비슷한 고도의 유타나 콜로라도 대평원과 다르게 나무들이 제법 굵고 높게 솟아 있었다. 아마도 같은 고산지대라고 해도 위도가 낮은 지역이고 이곳이 또 도시지역이라는 특성이 있어서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로키 마운틴에서 고산병을 처음 체험한 바 있지만 고산 도시인 멕시코시티의 공기는 나에게 유난히 쾌적하게 느껴졌다. 어디를 가도 파리나 모기가 달려들지 않는다.

공원 셔틀

공원 이곳저곳은 지역이 꽤 넓은데도 불구하고 매우 깔끔하게 관리가 되고 있었고 사람들이 쉴 수 있는 벤치들이 여기저기 잘 구비되어 있었다. 공원의 북쪽 어딘가에는 해먹들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잠깐 그 위에 몸을 실어보니 금방 잠이 들 것 같은 느낌이었다. 카메라 등의 소지품 걱정이 없었다면 그곳에서 한 숨을 자고 나와도 좋을 듯했다.

하카란다 꽃 뒤로 보이는 도심 빌딩
차풀테펙 성 내부의 기념품 샵
디에고 리베라 벽화
차플테펙 성에서 바라보는 멕시코 시티 풍경

성으로 올라가는 길은 은근히 시간이 걸려 살짝 숨이 차올랐다. 앞서 설명한 대로 소지품 검사를 당한 후 입장을 했고, 다시 조금 더 등산을 하니 드디어 차풀테펙 성의 위용이 드러났다. 공원 자체가 워낙 넓고 성이 공원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어서 성에서 사방으로 바라보이는 뷰가 시원했다. 성 전체가 거대한 박물관이었고 다양한 볼거리들이 방마다 가득했다. 여지없이 디에고 리베라의 벽화도 여기저기 보였다. 때마침 2층의 홀에서는 피아노 연주회가 열리고 있어서 잠시 피아노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기도 했다.


내게는 건물 안의 전시물보다 건물의 테라스에서 바라보이는 공원과 시가지의 뷰들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도심 안에서는 특별히 느끼지 못했는데 공원에서 도시 쪽으로 바라보니 옅은 미세먼지 띠가 보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멕시코시티의 공기오염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잠시 Angel's Mountain에서 바라봤던 LA의 짙은 미세먼지 띠가 떠올랐다. 도시의 미세먼지는 대부분 그 도시로부터 발생하는 듯하다. 청정한 캘리포니아의 LA나 멕시코시티의 미세먼지는 어디서 흘러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차플테펙 성은 언덕 정상의 지형을 그대로 살려서 지어 올리고 그 옥상에 다시 정원을 꾸며 전체적으로 자연스럽고 아기자기한 건축물이었다. 체스판 모양의 바닥 타일은 특히 재미있었다.

여행의 막바지에 오른 차풀테펙 언덕에서 시티를 내려다보니 제법 시티의 풍경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익숙해져서 그게 평범하게 느껴지기 시작할 때가 바로 그곳을 떠날 때다. 익숙해짐에 안주하면 그 여행도 끝이 나는 것이다.



차플테펙성의 체스판 모양의 바닥 타일은 이 건물의 시그니처다.
마침 피아노 연주회가..
차플테펙성 곳곳이 포토존임
여기가 만남의 장소인 듯
프렌치도어는 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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