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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로 마요르

아즈텍 문명의 잔상

by Mong
아즈텍의 후손들

1978년 지하철 공사를 위해 땅을 굴착하던 인부들은 거대한 정방형 돌 위에 부조된 고대 조각을 발견한다. 공사는 즉시 중지되었고 지하철 노선은 소깔로 광장의 남쪽으로 옮겨졌으며, 이후 수십 년에 걸쳐 거대한 마요르 신전이 발굴되었다. 스페인의 정복자들은 이 신전을 부수고 그 자리에 식민지를 건설했고, 이 유적과 아즈텍 문명은 그 존재를 부정당해야 했다. 멕시코 시티의 한 복판 소깔로 광장의 북동쪽 일대에 이 템플로 마요르 신전이 있다. 바로 서쪽에는 메트로폴리탄 대성당이 있고 남쪽에는 대통령궁이 있다. 현재는 땅속에 감추어져 있던 유적들을 발굴 상태 그대로 보존한 채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동쪽에 별도의 박물관을 건축해 놓았다. 더욱 세밀한 역사 고증이 완료된 후 옛 형태 그대로 재건축을 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즈텍 전통복장을 하고 춤을 추는 사람들.

지하철 소깔로 역에서 나와 북쪽으로 잠시 걸어 나와서 메트로 폴리탄 성당을 지나치자마자 이 유적이 나타났다. 성당과 유적 사이의 작은 광장은 아즈텍 복장을 하고 무속행위를 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구경하거나 그들의 무속의식에 참여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성당 바로 옆에서 대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는 무속행위는 공간적인 아이러니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입장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서둘러 발길을 옮겨야 했다. 이곳도 모든 학생들에게 무료로 개방되어 있었다. 입구에서 몇 년 전 만들어 놓은 국제학생증을 들이밀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입장시켜 주었다. 폐유적 사이로 좁은 관람 통로가 만들어져 있었고 관람객들은 줄지어서 그 길을 따라 전시된 유적과 유물을 차례로 구경하고 있었다. 무너진 피라미드의 흔적이 크게 와 닿지는 않았지만 고대 아즈텍 문명에 대한 그들의 자부심만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큰 해골 무덤이 보여주는 인신공양의 흔적들이 인상적이었다. 그중에는 자발적 인신공양도 있었다고 한다. 쏨빤뜰리라는 해골 탑은 적이나 죄수에게 두려움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인명에 대한 우리들의 기본적인 상식이 얼마나 현대적인 것인지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잠시 지냈던 FiJi에서는 불과 1세기 전까지만 해도 적의 시신을 먹는 인육 의식이 있었다고 하고, 불과 십 수세기 전까지도 중국에는 사람의 시신으로 젓갈을 만들어 먹는 풍습이 있었다고 하니 인명에 대한 인간의 의식이 본래 얼마나 잔인했던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그렇게 멀리까지 거슬러 인간의 야만성을 따질 필요도 없이 현대에 이르러서도 아우슈비츠, 위안부와 같은 야만적 인명 착취가 있었고, 노예시대가 수세기 전에 이미 끝났음에도 아직까지 흑인에 대한 야만적 진압행위로 늘 시끄러운 미국도 있지 않은가.

템플로 마요르 입구
파묻힌 아즈텍 문명의 뒤로 보이는 메트로 폴리탄 대성당.
거대한 피라미드의 아랫부분..
쏨빤뜰리. 인신공양의 흔적들. 실제 해골이다.
이 거대한 유적 발견이 단초가 되었다는 발굴물.



유적을 한 바퀴 돌아보고 새로 만들어진 박물관을 다 둘러보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워낙 늦은 시간에 입장을 해서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메트로 폴리탄 성당 너머로 벌써 해가 저물고 있었다. 아즈텍 유적을 둘러싼 스페인 건축물들이 묘한 대비를 이루며 한눈에 들어왔다. 나는 곧바로 성당 옆 광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무속 퍼포먼스를 구경하러 갔다. 카메라를 들고 최대한 그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셔터를 눌러댔다. 그들이 관광객들과 같이 사진을 찍고, 관광객들을 무속행위에 참여시키면서 받는 팁들이 그들의 수입이 된다. 그들이 나뭇잎을 태운 연기로 일반인들의 몸을 훑어내면 악령이 퇴치된다고 한다. 대통령의 취임식에서도 대통령의 연설 내내 옆에서 같은 연기를 피워내는 의식을 거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이 의식은 과달루페 축일에까지 공식행사로 등장한다.

한참 동안 이들의 춤과 의식을 구경한 후 발길을 다음 목적지를 향해 돌렸다. 메트로 폴리탄 성당 앞은 일과를 마치고 나온 시민들로 북적댔다. 사람들의 표정을 가까이에서 포착할 수 있어서 좋았다. 최근에는 초상권에 대한 사람들의 권리의식이 워낙 높아져서 한국에서는 이런 류의 스트릿 포토를 찍어서 공개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최민식의 사진을 보고 사진에 흥미를 느꼈던 후진들에게 이런 환경은 큰 벽이다. 나는 연출된 포즈를 찍는 것보다 피사체가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표정과 포즈를 포착하는 데 흥미가 많은데... 이게 또 나에게는 해외여행의 하나의 모티브가 되기도 한다.

악귀를 내쫓고 복을 불러들이는 의식이라는데...
성당과 마요르 유적 사이 광장은 이 연기와 냄새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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