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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깔로의 밤

멕시코 시티의 밤거리를 쏘다니다.

by Mong
분주했을 그들의 하루는 일찍 켜진 가로등불 아래에서 반짝였다.

해가 지기도 전에 쏘깔로 주변 거리마다 가로등 불빛이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했다. 땅거미가 내려앉은 광장은 이제 막 일을 마친 사람들, 저녁 약속을 위해 광장을 찾은 사람들이 서로 뒤엉켜 분주했다. 희미한 가로등 불 뒤로 수줍게 낯을 붉힌 하늘이 병풍처럼 펼쳐졌다. 오래된 건물을 감싸도는 노을빛은 로맨틱했다. 나는 맹렬한 기세로 저물어 가는 붉은 태양을 따라서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 발길의 끝에는 화려한 예술궁전이 있었다.

해질녘의 메트로 폴리탄 대성당
메트로 폴리탄 대성당 앞 광장의 연인들
쏘깔로 광장의 석양
메트로 폴리탄 대성당과 대통령궁
쏘깔로의 서쪽 광장에서 라틴아메리카나 빌딩으로 이어지는 중심도로
셀카놀이 삼매경에 빠진 경찰 아저씨들


어느새 더 붉게 물든 노을

이 시간은 언제나 아름답다. 하늘의 빛이 사라지고 사람의 빛들이 대신 도시를 채워 가는 시간, 파랗던 하늘이 코발트 빛으로 깊어지는 시간에 나는 쏘깔로 광장을 가로질러 올드 다운타운을 횡단하고 있었다. 다들 바쁘고 고단했을 일과를 마친 사람들의 표정은 그들에게 또 다시 주어질 휴식을 찾는 기대와 안도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거리 곳곳에 버스킹을 하는 밴드들이 포진해 있었고, 낯설지만 매력적인 사운드는 오래된 골목을 휘돌아 나지막하게 흘러 다녔다.

버스킹1
버스킹2
버스킹 3

소깔로 광장을 뒤로하고 서쪽으로 계속 걸음을 옮기다 보면 그 거리의 끝에 황금빛으로 둘러싸인 찬란한 돔 건물 하나가 나타난다. 예술궁전이다. 멕시코시티의 야경 중 제일이 바로 이 건물일 듯 했다. 압도적으로 밝고 찬란한 조명으로 둘러싸인 아르누보 양식의 이 건물은 198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라틴 아메리카의 대표적인 오페라 하우스다. 플라시도 도밍고가 전성기에 이곳에서 살다시피 했다고 한다. 3층에는 디에고 리베라의 유명 벽화 '교차로의 사람'이 있다. 이 건물은 1900년대 초기에 착공을 시작해서 30년에 걸쳐 완성되었다고 한다. 20세기에 만들어진 건축물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이 건물 내, 외부의 아름다움과 멕시코 혁명과 관계된 역사적 상징과 가치, 역사에 남을만한 공연의 기록들은 대단하다. 이곳도 세계 어느 나라의 학생이든 학생증만 제시하면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멕시코시티에서 대부분의 국공립 박물관들은 전 세계 모든 학생들에게 무료로 개방되어 있다. 예술궁전이 정면으로 내려다 보이는 길 건너 백화점 8층에는 유명한 테라스 카페가 있다. 그곳에서 예술궁전을 바라보는 뷰는 가히 내 기억의 전당에 오를 수 있을만큼 아름답고 화려했다. 테라스 난간에 길게 설치된 바에는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앉아 있었다. 그런 비좁음 따위는 하나도 문제가 되지 않을만큼 야경이 좋았다. 다행히 카페에 도착하자마자 가운데 한자리가 비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하나 시켜놓고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이곳에서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사진을 찍어댔겠지만 내게는 이게 사진가의 요식행위 같은 거다. 카메라를 내려놓고 다시 뚫어져라 저 아래 건물과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응시했다. 언젠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게 될까? 그 생각을 함과 동시에 아련한 그리움이 벌써부터 밀려오는 듯했고,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몇몇 장소들이 떠올랐다. 사람이나 장소나 그저 떠나면 그만이었다. 좀처럼 돌아가게 되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길었던 하루의 노곤함이 밀려왔지만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했다. 그렇게 조금 더, 조금 더... 에술궁전을 내려다보고 싶었다.


문화예술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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