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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깔로 풍물시장과 타코 집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

by Mong
왼쪽으로 대통령궁이 보인다.

대통령궁을 구경하고 나오니 서쪽 하늘이 어느새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허기가 느껴졌고 난 지난번에 방문했던 타코 집을 떠올렸다. 타코야 멕시코시티의 어느 거리를 가든 쉽게 만날 수 있는 음식이지만 쏘깔로의 타코 집은 넓고 독특한 인테리어와 시식, 셀프코너를 갖추고 있어서 조금 남달랐다. 맛은 어느 곳이나 큰 차이는 없다. 내가 좋아했던 타코는 소위 족발 타코라는, 정말 우리의 족발 맛이 나는 타코다. 타코라는 게 내용물이 뭐냐에 따라 종류를 따지기 힘들 만큼 다양한데, 의외로 한국적인 맛이 나는 타코들이 있다. 대표적인 게 곱창 타코, 족발 타코다. 해 저물녘 타코 집을 향하는 골목들은 늘 이 시간대의 거리가 그렇듯이 낭만적이었다. 낮게 걸린 햇빛이 건물 틈 사이로 파고들면 건물들의 외벽과 사람들 얼굴이 처음에는 노랗게, 시간이 지날수록 붉게 물들여지는데,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뭔가 그 따뜻한 느낌 속에서 잠시나마 힐링되는 기분이 들기 마련이다.

건물들의 수직선이 서로 다르다. 지반 침하로 기울어져 있다.
긴바지에 반팔이 딱 좋은 날씨다.
시티를 활보하다 보면 매일같이 다른 성당을 발견하게 된다.
누가 저 물건들을 다 사 갈까? 호객하는 저 남자의 신발. 딱 내 스타일이다.
멕시코시티에는 상대적으로 동양인이 드물다.
로드샵과 노점이 어우러져 있다. 특별히 노점을 단속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쏘깔로의 골목과 골목들은 서로 끊임없이 이어지고 또 갈라진다. 그 골목들마다 수도 없이 많은 로드샵들과 노점들이 가판을 펼치고 마지막 장사를 하고 있었다. 해가 떨어지면 이 복잡한 거리도 이제 하루를 마무리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로 잠시 복잡하다가 이내 이곳이 시장이 맞았나 싶을 정도로 한산해지고 만다. 그리고 아직 이 거리들에 미련이 남은 사람들을 쏘깔로의 서쪽 거리들이 품어준다.

왼쪽에서 주문하고 오른쪽에서 조리를 한다. 가운데는 셀프 바.
족발과 삼겹살.
바닥에 톱밥을 깔아 놓았다. 미끄러지지 말라고 그런 걸까?

그저 한번 봤을 뿐인데, 타코 집 사장이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기본 메뉴를 시키면 우리나라의 미란다 같은 탄산음료가 같이 나오는데 이날 유난히 사장이 고기를 더 챙겨 주고, 음료수도 한병 더 줬다. 어디서 왔냐고 묻고, 자기도 몇 년 전 한국에 다녀온 적이 있다며 아는 척을 했다. 큰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빡빡머리 동양인이 흔하지 않으니 기억하기도 쉬웠을까. 그의 친절이 고맙고 푸근했다.

타코 집에서 나오니 길은 잠시 남아 있던 햇살마저 자취를 감추고 어스름 저녁 그림자가 곳곳에 스며들고 있었다. 나는 푸른빛이 아직 남아 있는 하늘을 배경으로 가로등과 점포의 인공조명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한 광장 서쪽 거리를 향해 바쁜 걸음을 옮겼다.

군대.. 마약 까르텔 하나 어쩌지 못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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