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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g Nov 08. 2020

모로성

모로성.

산타마리아 해변에서 T3 버스를 타고 하바나로 돌아오는 길에 모로성에 들렸다. 하바나에서 올드카 투어를 하면 꼭 들리게 되는 코스 중 하나다. 스페인어로 Morro는 바다에서 잘 보이는 큰 암석으로 항해에 도움을 주는 landmark를 뜻한다고 한다. 모로성은 하바나 항구의 입구에서 해적이나 적들의 침탈을 막기 1589년에 건축되었다. 스페인에 의해 건축되었고 디자인은 이탈리아인인 Battista Antonelli가 맡았다. 성의 총장이 14킬로미터에 이른다고 하는데 아마도 미처 둘러보지 못한 박물관 쪽으로 더 길게 이 성곽이 뻗어 나가 있나 보다. 성 내부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한다. 성의 안쪽은 좁고 어두워 특별히 볼 것이 없었는데 성의 외곽은 정교하고 웅장한 데다가 보는 포인트마다 색다른 느낌이 들어서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모로성에 도착했을 때가 한낮이다 보니 햇볕이 무척 따가웠다. 뜨거운 햇살을 피해 작은 그늘을 찾아 휴식을 취하는 개와 사람들이 재미있고 귀여웠다. 모로성 곳곳에서 하바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한 이틀 둘러봤다고 시내 곳곳의 건물들이 꽤 눈에 익었다.

모로성에서 바라본 올드 하바나.
모로성에서 보이는 말레꼰.  모로성에서 바라보는 석양도 꽤 아름다울 듯하다.
모로성 안에 있는 풍물시장. 살펴보면 살 만한 것들이 꽤 있다.
휴식을 취하는 분들.
모로성의 등대.
모로성 끝에서 하바나 시내를 바라보는 사내들.
모로성 성곽 사이의  모래밭.
카리브해의 파도가 모로성 성곽에 부딪쳐 하얀 포말을 토해낸다.
성곽 사이의 이 공간의 용도가 뭘까?
스패니쉬 기와와 야자수의 조화.

모로성의 이곳저곳을 정처 없이 돌아다니며 셔터를 눌렀다. 박물관 쪽을 살짝 돌고 나올 때, 막 도착한 버스에서 비구니 스님 한 분이 내렸다. 맞다. 한국의 승복을 입은 비구니 스님.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스쳐 박물관 쪽으로 향했는데 그분은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나는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플로리다 여행 이후 여행지에서 처음 만난 한국인이었는데 아는 체를 하지 못했다. 순간 방향이 엇갈리기도 했지만 외지에서 동포를 만났을 때 서로 눈치만 보게 되는 한국인의 이상한 정서가 나에게도 있었던 것이다. 캐나다에 사는 동안 중국인이나 일본들은 나를 보면 각자 자기들 언어로 인사를 건네곤 했다. 그러나 한국인들끼리는 서로 마주치고 서로가 한국인임을 알아채도 먼저 인사하게 되는 법이 없었다. 캐나다라는 곳이 워낙 눈만 마주쳐도 Hi! 를 뿜어내는 곳이건만 한국 사람들끼리만 그렇게 인사를 안 하고 산다. 만나기 귀한 한국 사람을 그렇게 스쳐 보내고 다시 하바나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향했다. 뭐가 잘못되었던 것인지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했다. T3와 같은 모양의 투어버스가 수 차례 오는 동안 하바나행이 없었다. 자리를 뜨면 버스를 놓치고 말 것 같아 버스 정류장 그늘 밑에서 막연하게 기다렸던 지루하고 막막한 시간. 택시를 잡아타고 하바나로 갈까 잠시 망설이던 때에 마침내 T3가 왔다.

모로성에 해질녘에 와서 선셋을 보고 멀리 하바나 시내의 야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영화 속에나 등장할 것 같은 모로성을 배경으로 보는 선셋이 얼마나 멋있을지 상상이 된다. 혹시 다음에 또 올 기회가 있다면 그때는 석양을 보기 위해 다시 오리라. 뭔가 하나씩 아쉬움을 떨어뜨려 놓고 가는 것이 어쩌면 그곳을 추억하는 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는 여인.
독특한 헤어스타일의 여인. 바람의 세기가 느껴진다.

T3 투어버스와 올드카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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