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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g Nov 06. 2020

산타 마리아 해변

산타마리아 해변의 쿠바 국기.
에머럴드 빛의 카리브 해. 파도가 거셌다.

하바나의 두 가지 투어버스 중 T3는 하바나의 동쪽으로 운행한다. 그 끝에 산타마리아 해변이 있다. T3 승차권의 가격은 6 cuc이었고, 이 버스 역시 Hop on Hop off 방식으로 운행했다. 이 버스로 갈 만한 곳은 산타마리아 해변과 모로성이 전부다. 오전에 일찌감치 까삐톨리오 건너편 버스 정류장에서 T3에 올라탔다. 날씨가 화창했다. 파란 하늘을 가득 채운 뭉게구름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졌다. 버스는 하바나를 벗어나 산타마리아로 이르는 시골길을 한참 달렸다. 농경지들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버려진 땅들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경제 사정이 안 좋은 나라이지만 생각보다 토지의 이용효율이 떨어지는 듯했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에서 뻗어나가는 작은 비포장 도로 위를 간간히 마차나 트럭들이  뿌연 먼지를 피우며 달리는 것이 투어버스의 통창을 통해 볼 수 있는 전부였다.

몇 개의 시골 정류장을 지나친 후 버스는 드디어 산타마리아 종점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관광호텔들과 제법 고급스러워 보이는 주택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해변으로 가는 길 양쪽에 띄엄띄엄 있는 주택들은 저마다 수영장이 딸린 저택들이었다. 공산국가인 쿠바의 집들로는 부적절해 보이는 이 집들에 고위 관료들이나 외국인들이 산다고 숙소 주인인 Sita가 알려줬다.

미국의 어느 해변마을에 있는 듯한 느낌이다.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 아가씨.
시대를 망라하는 쿠바의 탈 것들.
귀여운 전화부스.
열대 해안 지방에서 흔히 보는 풀로 엮은 지붕. Fiji가 떠올랐다.
해안 뒷편에서 음료수를 파는 가게.
이 집은 피나콜라다 맛집이다.
짚으로 엮은 비치 파라솔과 비치 베드.
딸과 놀고 있는 아버지.
이 파도를 장노출로 찍으면 색감이 좋은 사진이 나올 듯.
해변 관리인.
비치 관리소인 듯.

해변으로 들어가는 길에 크게 펄럭이는 쿠바 국기가 인상적이었다. 파도가 세차게 쳤다. 서핑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장소일 것 같은데 서퍼는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파도에 밀려온 해초들이 길고  좁은 백사장에 방치되어 있었다. 파라솔 아래 비치베드마다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이 살을 태우고 있다. 전달에 플로리다의 숱한 해변들을 하도 돌아다녀서였을까.. 이렇다 할 감흥이 없었다. 심심하고 지루하고 무료했던 산타마리아 해변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택시 안에서 내 카메라를 해 손을 흔들던 라틴여성의 미소뿐.

산타마리아에 있는 내내 난 Fiji의 풍광들을 떠올렸다. 마치 소개팅에 나온 상대에게서 첫사랑의 모습을 애써 찾아내는 것처럼.

산타마리아 주변의 부잣집들. 이쪽에 고위 관료들이 산다는 얘기를 얼핏 듣긴 했는데... 공산국가에서...
부촌의 집들을 잇는 도로.
그래피티로 뒤덮힌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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