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바나의 두 가지 투어버스 중 T3는 하바나의 동쪽으로 운행한다. 그 끝에 산타마리아 해변이 있다. T3 승차권의 가격은 6 cuc이었고, 이 버스 역시 Hop on Hop off 방식으로 운행했다. 이 버스로 갈 만한 곳은 산타마리아 해변과 모로성이 전부다. 오전에 일찌감치 까삐톨리오 건너편 버스 정류장에서 T3에 올라탔다. 날씨가 화창했다. 파란 하늘을 가득 채운 뭉게구름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졌다. 버스는 하바나를 벗어나 산타마리아로 이르는 시골길을 한참 달렸다. 농경지들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버려진 땅들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경제 사정이 안 좋은 나라이지만 생각보다 토지의 이용효율이 떨어지는 듯했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에서 뻗어나가는 작은 비포장 도로 위를 간간히 마차나 트럭들이 뿌연 먼지를 피우며 달리는 것이 투어버스의 통창을 통해 볼 수 있는 전부였다.
몇 개의 시골 정류장을 지나친 후 버스는 드디어 산타마리아 종점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관광호텔들과 제법 고급스러워 보이는 주택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해변으로 가는 길 양쪽에 띄엄띄엄 있는 주택들은 저마다 수영장이 딸린 저택들이었다. 공산국가인 쿠바의 집들로는 부적절해 보이는 이 집들에 고위 관료들이나 외국인들이 산다고 숙소 주인인 Sita가 알려줬다.
미국의 어느 해변마을에 있는 듯한 느낌이다.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 아가씨.
시대를 망라하는 쿠바의 탈 것들.
귀여운 전화부스.
열대 해안 지방에서 흔히 보는 풀로 엮은 지붕. Fiji가 떠올랐다.
해안 뒷편에서 음료수를 파는 가게.
이 집은 피나콜라다 맛집이다.
짚으로 엮은 비치 파라솔과 비치 베드.
딸과 놀고 있는 아버지.
이 파도를 장노출로 찍으면 색감이 좋은 사진이 나올 듯.
해변 관리인.
비치 관리소인 듯.
해변으로 들어가는 길에 크게 펄럭이는 쿠바 국기가 인상적이었다. 파도가 세차게 쳤다. 서핑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장소일 것 같은데 서퍼는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파도에 밀려온 해초들이 길고 좁은 백사장에 방치되어 있었다. 파라솔 아래 비치베드마다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이 살을 태우고 있다. 전달에 플로리다의 숱한 해변들을 하도 돌아다녀서였을까.. 이렇다 할 감흥이 없었다. 심심하고 지루하고 무료했던 산타마리아 해변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택시 안에서 내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던 라틴여성의 미소뿐.
산타마리아에 있는 내내 난 Fiji의 풍광들을 떠올렸다. 마치 소개팅에 나온 상대에게서 첫사랑의 모습을 애써 찾아내는 것처럼.
산타마리아 주변의 부잣집들. 이쪽에 고위 관료들이 산다는 얘기를 얼핏 듣긴 했는데... 공산국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