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에 어두웠던 하늘이 밝아졌다. 걸음을 차이나 타운 쪽으로 돌렸다. 하늘이 밝아지자 거리에 사람들도 더 많아진듯 했다. 어느덧 퇴근시간이 다 되었는지 버스 정류장마다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섰다. 까삐톨리오 남쪽 공원은 마치 대규모 환승센터 같은 느낌이었다. 온갖 버스들이 대부분 이곳을 거쳐간다. 버스 노선을 알리는 번호판 같은 것들이 간간히 설치되어 있는 곳도 있었지만 그런 안내가 전혀 없는 곳에도 긴 줄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하교하는 학생들, 전화부스에서 전화를 거는 사람들로 공원 주변이 혼잡했다. 그 공원에서 서쪽으로 한 블록 더 들어가면 Curita공원이 있다. 이곳이 합승택시들이 집결하는 장소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도 바로 이곳에서 출발한다. 아마도 공항버스 정류장이 이곳에 있어서 자연스럽게 콜렉티보 택시들이 이쪽에 집결하게 되었을 것이다. 공항에 가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무척 콩나물 시루같은 버스를 타거나, 합승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합승택시의 운임은 대략 10달러 정도 한다. 몇 군데 유명한 한국인 전용(?) 까사를 이용한다면 그곳의 주인이 콜렉티보를 예약해 주기도 한다. 까사에서 바로 택시를 탈 수도 있으니 여러 면에서 가장 가성비 좋은 선택이지 싶다.
하바나 고등학생들.
낡은 아파트 풍경.
공중전화 부스들.
뭐하는 사람들일까?
거리가 분주하다. 왼쪽 건물에 casino는 뭘까?
담배를 피우는 노인들.
마지막 날은 그래서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까사를 이용할 계획이었다. 오프라인 지도인 맵스미를 따라 몇 군데 까사를 둘러보았는데, 마땅한 방이 없었다. 어느 까사의 14층 룸이 전망이 좋다고 해서 가보니 이미 한 달 이상 부킹이 다 되어 있다는 것이다. 미리 알아봤어야 했다. 하는 수 없이 주인이 영어를 잘한다는 리뷰가 있었던 조반나 까사에 예약을 했다. 다행히 이곳에는 방이 좀 여유가 있었다. 10불을 내고 예약을 했다. 일단 마지막 날 잠 잘 곳을 해결했다. 그러나, 후일담이지만... 그냥 마지막 날도 굳이 한국 사람들이 찾는 까사 대신 말레꼰 근처쯤에 조금 더 괜찮은 까사를 알아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남는다. 청결상태나 매트리스 컨디션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 그 매트리스 스프링에 접촉성 피부염이 생겨 캐나다에 돌아온 후 일주일간 발진으로 고생한 기억이 생생하다. 혹시 배드 버그가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에 모든 짐을 다 꺼내서 소독하는 난리범석을 떨었다. 7시까지 문을 여는 런던 시내의 walk in clinic에 가서 70불을 주고 진료를 받은 후에야 그 발진이 배드 버그의 소행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다. 의사의 설명에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른다. 그냥 어지간하면 1인 1실에 화장실이 달린 깨끗한 까사를 이용하는 것이 답이다. 그래 봐야 20불 내외다. 잉글라테라 같은 호텔도 70불이면 잔다. 콜렉티보 택시 예약 때문에 선택한 것이었지만 그 정도는 다른 숙소에서도 알선받을 수 있고, 앞서 말한 Curita공원에 가면 쉽게 골라 탈 수도 있다. 단 주의할 점은 이 택시 기사들은 자리가 다 찰 때까지 절대 출발을 안 한다는 것. 따라서 공항 시간보다 조금 더 넉넉하게 가서 택시를 잡아야 한다. 짐이 별로 없다면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5 cup(200원)이면 요금은 해결될 것이고, 공항 근처에 내려 20분 정도 걷는 수고만 감수하면 된다.
이 공원에서 서북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내가 여행 중에 봤던 것들 중 가장 작은 차이나 타운이 나온다. 중국 성이라고 적혀 있는 게이트를 통과해 들어가 보니 열개 남짓한 차이나 레스토랑들이 모여 있었다. 밖에 나와 있는 메뉴들의 가격이 조금 센 편이었다. 나 홀로 여행에서 가성비 떨어지는 아이템들은 가능한 패스다. 차이나 타운을 벗어나서 나는 다시 발걸음을 말레꼰이 있는 북쪽으로 옮겼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청바지를 입은 아저씨들.
길거리 농구.
발코니에 걸려 있는 빨래들.
버스 정류장. 버스 정류장이라는 표시가 없다. 건물 코너에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버스 정류장일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