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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g Nov 12. 2020

하바나 성당 거리

볼 것 가득했던...

Old town square(Plaza Vieja)의 노천카페.

말레꼰의 동쪽 끝. 모로성이 마주 보이는 그곳에는 남쪽으로 이어지는 좁고 짧은 운하가 있고, 그 운하의 끝에서 하바나 항구가 호수처럼 펼쳐진다. 항구는 카리브해의 거친 파도를 피해 하바나 안쪽으로 마치 표주박과 같은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금의 하바나는 이 항구로부터 성장해온 도시다. 올드 하바나의 오비스포와 오레일리 거리의 끝자락은 샌 프란시스코 여객터미널로 이어지는데, 이 구역에는 16세기부터 건립된, 오래된 역사 유적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넓지 않은 공간에 유명한 성당만 세 개가 있고 각각 다양한 매력을 뽐내는 작은 광장과 공원들, 박물관들과 노천카페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적어도 이곳은 유럽의 일부를 그대로 가져다 놓았다고 해도 믿을 만한 비주얼을 보여준다. 사실 이 동네를 제대로 구경하고 즐기려면 사나흘의 시간도 부족할 정도로 곳곳에 명소들이 많다. 나는 그저 거리의 느낌을 카메라에 담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모든 박물관, 카페 등을 다 둘러보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많은 여행자라면 가능한 많은 곳을 챙겨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언젠가 다시 간다면 이번 여행에서 빠뜨린 장소들의 속사정까지 샅샅이 찾아볼 것이다. 그때는 폰 카메라로 내부를 담을 생각이다. 그저 그 장소를 설명하기 위한 장비로 지금 쓰고 있는 DSLR은 다소 과한 면이 있다.

보헤미아 카페 앞 노천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
Vieja광장 한쪽에 쿠바의 조각가 Roberto Fabelo의 청동작품인 거대한 수탉과 벌거벗은 여인이 있다.
카메라 옵스큐라. 건물 위 테라스의 조망까지 생각하지 못하고 입장을 안 했던 것이 후회스럽다.
비에하 광장 이곳저곳에 멋진 조형물들이 설치되어 있어서 눈길을 끈다. 구역 표시를 해 놓은 둥근 물체는 대포 탄환이다.
카메라 옵스큐라 건물의 외관. 어떻게 이렇게 색을 잘 쓸까?
관광객들.
아이스크림을 파는 자전거. 푸드 트럭처럼 푸드 바이시클이라고 해야 되나.
현지인과 관광객의 요금 차이는 24배다.

이 구역에서 처음 맞닥뜨린 곳은 비에하 광장이다. 오비스포에서 동남쪽 방향으로 항구를 향해 걷다 보면 커다란 수탉 위에 벌거벗은 여자가 포크를 들고 올라타 있는 조형물이 나온다. 이 조각이 있는 광장을 올드 스퀘어 또는 비에하 광장이라고 부른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광장 주변에는 카페마다 테이블들을 밖에 펼쳐놓고 쿠바에서는 보기 드문 호객 행위를 한다. 와이파이 프리라고 하면서 잡아끄는 호객꾼들이 더러 있었다. 비에하 광장에는 재미있는 조형물들이 배치되어 있다. 광장의 한가운데에는 피델 카스트로의 80회 생일 기념비가 있다. 광장의 북동쪽 코너에 카메라 옵스큐어라는 빌딩이 있는데, 무려 24배나 되는 현지인과의 요금 차이에 빈정이 상해 대충 패스하고 보니, 이곳이 내게는 꼭 방문했어야 하는 장소였다. 캐나다에서 사진을 배울 때 건물 바깥으로 핀 홀을 하나 뚫어 놓고 방 하나를 완전히 암전 상태로 만든 후 그 핀 홀을 통해 외부의 상이 방 한쪽 벽면에 거꾸로 맺히는 것을 체험한 적이 있는데 아마도 여기에 이 원리를 활용한 다빈치의 CCTV 시설이 있었던 듯하다. 더불어 이 건물의 루프탑에서 이 일대의 전망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는 것도 몰랐다. 블로그를 참고하며 돌아다니다 보면 계속 그들의 자취만을 쫒게 된다. 여행의 함정이다.

모히또라는 이름의 카페.
뭔가 묘한 포스가 느껴졌던 할머니.
샌 프란시스코 광장의 성 프란시스코 성당.
프란시스코 성당의 앞모습.
Edificio de la Lonja del Comercio de la Habana. 일반 사무용 빌딩.
샌 프란시스코 여객 터미널.

올드 스퀘어에서 북동쪽으로 한 블록만 벗어나면 바로 항구의 여객 터미널이 나온다. 터미널의 이름은 샌 프란시스코. 그 앞의 광장 이름도 또 그 앞의 성당 이름도 다 프란시스코다. 내가 존경해 마지않는 현 교황님의 이름도 프란시스코고 캐나다에서 기꺼이 내 벗이 되어 주었던 한국인 도자기 마스터의 세례명도 역시 프란시스코다. 또, 주차된 내 차를 부수고 카메라와 맥북을 훔쳐간 노숙자의 도시도 샌 프란시스코다. 같은 이름 하나로 연상되는 것들이 이렇게 많다. 여객터미널에는 크루즈 한 척이 접안해 있었다. 아마 비에하 광장의 관광객 대부분이 이 크루즈선으로부터 쏟아져 나왔을 것이다. 여객터미널에서 운하 너머로 모로성과 라 카바나 요새 그리고 중남미 3대 예수상이라는 Christ of Habana가 눈에 들어왔다. 그 오른쪽으로 카사블랑카라는 이름의 어촌 마을도 보였다. 그 어촌 마을에서는 올드 하바나가 한눈에 들어올 듯하다. 까삐톨리오 뒤로 해가 지는 풍경도 꽤 멋질 것이다.

아침 햇살이 차오르는 하바나의 골목.
터미널에 배치된 경비들.
터미널 뒷 쪽으로 유람선이 보인다.
방파제 난간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던 쿠바 아주머니.
크루즈 사이즈가 꽤 크다. 카리브해 연안을 돌아다니는 크루즈일까?
모로성 왼편으로 조성되어 있는 마을.  18세기에 조성되었다고 한다.
카바나 요새 옆에 있는 Christ of Havana. 중남미 3대 예수 석상이라고 한다.
쿠바 혁명은 숱한 스토리텔링의 주제가 되어서 지식인들의 먹잇감이 되었다.
오래된 열차가 전시되어 있다.
El Templete. 1828년에 지어진 예배당으로 1519년 바로 이 자리에서 하바나의 최초 주민회의와 미사가 열렸다고 한다.
O'Reilly 거리. 오비스포와 비슷한 올드 하바나의 주요 거리다.
Castillo de la Real Fuerza. 별 모양으로 생긴 16세기의 요새와 박물관. 요새 둘레가 물로 채워져 있다.
이 요새는 현재 해양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샌 프란시스코 광장에서 북쪽으로 몇 블록을 더 올라가면 Obispo와 O'Reilly 거리가 나온다. 이 교차점에 Armas광장이 있고 그 건너편에 16세기에 만들어진 별 모양의 요새 Castillo de la Real Fuerza가 있다. 이 요새는 현재 해양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정교하게 대칭을 이루는 사각 별 모양의 성곽과 성곽을 에워싸고 있는 수로가 인상적이다. 광장의 동쪽에는 El Templete이 있는데 바로 이곳에서 하바나라는 도시가 기원했다고 한다. 아르마스 광장 근처에는 쿠바 혁명과 관련된 책들을 파는 가판 서점이 몇 군데 있었다. 쿠바에서는 쿠바 혁명 자체가 관광객들에게 판매되는 주요 아이템들 중 하나인 것이다. 하바나 문화 역사의 거리를 한 바퀴 돌고 나는 O'Reilly 거리를 따라 다시 시내 쪽으로 들어갔다. 하늘은 언제 비를 뿌렸냐는 듯 다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거리에서 그림을 파는 행상.
O' Reilly 거리에 햇살이 쏟아진다.
소나기가 만들어 놓은 물 웅덩이는 멋진 반영을 만들어 준다.
Pisco Labis cafe 앞 골목. 하바나의 유명 카페다. 노란색 석조 기둥과 중정 사이에 배치된 테이블들이 인상적이다. 사람들 뒤로 산 크리스토발 성당이 보인다.
길거리 기타 연주자.
와이파이 프리라며 나를 유혹했던 노천카페.
Catedral de San Cristobal de la Habana.
뭔가 특이하고 독특했던 아주머니. 나이지리아 주술사 같은 느낌이다.
직업학교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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