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산타클라라라로 가는 날이다. 이날 처음으로 숙소에서 조식을 했다. 토스트와 에그 스크램블 그리고 각종 과일들과 주스, 마지막으로 커피까지. 원래 아침을 잘 먹지도 않고 밖에 나가면 얼마든지 싸고 괜찮은 음식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이미 알아 버렸지만 그동안 시타가 보여주었던 친절에 대한 응대와 그 화려했던 에어비앤비 리뷰에 대한 궁금함 때문에 조식을 청했다. 기대했던 것보다는 평범했다. 특히 너무 건강한 느낌의 망고 주스 맛은 잊을 수가 없다. 가격은 10불. 밥을 먹고 바로 짐을 쌌다. 시타는 인터넷 사용료로 내게 3불을 청구했다. 느려 터져서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했던, 테더링 사용료로... 그것도 고작 한 시간 남짓 사용한 댓가 치고는 조금 비싼 감이 있었지만... 어쩌겠나. 내야지. 중요한 것은 도대체 어떻게 산타클라라로 갈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시타에게 산타클라라로 가야 되는데 어쩌면 좋겠냐고 했더니 비아술 터미널로 가라고 안내해 줬다. 내게 구글맵으로 위치를 설명해 주면서 A27번 버스를 타고 이동하라고 알려줬다. 표는 있을 거라고 했다. 혹시 표가 없다면 주변에 콜렉티보 택시가 있으니까 그거 타고 가면 된다고 너무 당당하고 자신 있게 말씀하셔서... 나는 아 그렇군.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버스를 잡아 탔다. 한 시간 정도 시내버스를 타고 드디어 시타가 얘기해준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가 몇 대 보이기는 했지만 조금 썰렁했다. 여기가 맞나 싶은 상태로 안에 들어가 보니 아뿔싸 이곳이 더 이상 버스터미널이 아니라는 직원의 얘기였다. 얼마 전에 투어버스를 타고 오가면서 얼핏 보았던 그 버스 터미널로 옮겨졌다는 것이다. 잠깐 당황하는 사이에 그 직원이 터미널 주변에 있던 콜렉티보 기사에게 나를 안내했다. 기사가 어디로 가느냐고 내게 물었다. '산타클라라'라고 말해주니, 오케이 하면서 여기서 잠깐 기다리라고 했다. 콜렉티보다 보니 사람을 모아서 가려고 하는 듯했다. 나처럼 터미널을 착각하고 큰 배낭을 짊어진 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하지만 방향이 틀렸는지 나랑 엮어지는 관광객들이 없었다. 하염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택시 기사인지 호객꾼인지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나보고 릴랙스하고 기다리란다.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 사이 벌써 몇 팀이 택시를 타고 길을 떠났다. 그렇게 다시 3-40분의 시간이 흐른 뒤에 지금 사람이 없다고 혼자 100불을 내고 가겠냐고 묻는다. 속으로 'Are you Crazy!'를 외치고 다른 사람에게 옮겨간 버스 터미널로 가려면 몇 번을 타야 되냐고 물었다. 길 건너편에서 P9 버스를 타고 가라고 알려줬다. 아 도대체 이게 뭐지 씩씩거리면서 다시 버스에 올라탔다. 20분 정도 지나서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예상했던 대로 산타클라라로 가는 비아술은 이미 자리가 없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진짜 엄청난 수의 콜렉티보 택시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물론, 산타클라라로 가는 승객들도 많았다. 콜렉티보들 앞에서 산타클라라를 외치고 불과 15분 만에 동승할 승객들이 다 구해졌다. 현지인 아주머니 한 분과 동유럽에서 온 20대 커플, 그리고 내가 100불을 나눠서 냈다. 이 커플들은 쿠바에 온 지 1달이 지났고, 슬로바키아에서 왔으며 자기는 슬로바키아어와 영어를 할 수 있고 여자 친구는 거기에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 그리고 중국어까지 할 줄 안다고 자랑했다. 산타클라라까지는 말끔하게 잘 닦인 고속도로로 4시간 반이 걸렸다. 중간에 20분 정도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었다. 소형 올드카였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주행했고 에어컨도 빵빵했다. 휴게소를 지나면서부터 슬로바키아 커플은 잠이 들었고, 말이 안 통하는 기사와 뭐 할 것도 없어서 스페인어 숫자를 외우기 시작했다. 체 게바라의 도시 산타클라라에 도착할 때쯤 비교적 능숙하게 숫자를 외우고 있었다.
자전거 타는 아저씨. 저런 자물쇠는 어디서 구했을까?
콜렉티보 택시.
산타클라라 숙소 근처 골목.
산타클라라 사람들이 왠지 더 순박한 느낌이다.
숙소 앞 도로.
드디어 산타클라라라는 입간판이 보였을 때 비로소 난 안도했다. 택시는 숙소 앞까지 나를 데려다줬다. 25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산타클라라에는 높은 빌딩이 없었다. 낮은 콘크리트 건물들이 별 치장도 하지 않은 채 도토리 키재기를 하는 듯했던, 다소 황량한 느낌의 도시. 이 도시는 하바나에서 동쪽으로 290킬로 미터 떨어진 교통의 요지로 쿠바 농업의 중심지인 비아 클라라의 주도다. 인구는 30만이 안된다. 산타클라라를 체 게바라의 도시라고 하는데 쿠바 혁명 당시 열세였던 혁명군이 정부군의 열차 등을 습격해 보급품을 확보하고 전세를 역전시킨 곳이 바로 이 곳이다. 그래서 이 곳에 체 게바라 기념관이 있고 곳곳에 카스트로와 게바라의 동상과 사진들 그리고 벽화가 즐비하다. 혁명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곳이다. 혁명의 도시 산타클라라에 도착했을 때 벌써 늦은 오후였다. 예약해 둔 에어비앤비 숙소에 짐을 풀었다. 이미 한 번 쿠바의 숙소를 경험해서 익숙했다. 세탁기 등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추가 요금이 필요했다. 숙소에서는 잠만 자는 것으로. 이번 숙소는 산타클라라의 중심지와 가까워서 어지간한 곳은 다 걸어서 갈 수 있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바로 밖으로 나와서 비달 공원 주변을 우선 둘러보았다.
빨간색 옷을 입고 자전거를 타는 여인 뒤로 빨간색 승용차가 따라오고 있다.
아메리카 호텔.
산타클라라에 도착했을 때 이미 늦은 오후가 되었다. 이곳은 호세 마르티 공립 도서관.
산타클라라 비달 공원에서 놀고 있는 어린아이.
Leoncio Vidal y Caro 흉상. 이 공원의 이름이 비달이다. 산타클라라를 위치적 기반으로 한 쿠바 독립운동의 혁명가로 쿠바 혁명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