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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g Nov 23. 2020

산타클라라

학생들은 하교를 직장인들은 퇴근을 하는 시간. 길이 분주해진다.

하바나에서 조식을 먹고 산타클라라까지 오는 동안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했다. 20만이 넘는 인구가 모여 산다는 도시의 시내 치고는 무척 소박한 산타클라라의 중심부를 잠깐 훑어보는 중에 pepe라는 음식점이 눈에 띄었다. 하바나의 캐러비안 식당처럼 점원이 메뉴판을 들고 밖에 나와 서 있었다. 메뉴를 대충 훑어보고 돼지고기로 만든 뭔가가 눈에 띄어서 그것을 주문했다. 4 cuc. 우리의 돼지불백 느낌이라고나 할까. 간장 베이스의 돼지 목살구이와 밥이 나왔다. 시장이 반찬이었을까. 기대했던 것보다 맛이 있었다. 거리에 사람들이 많아졌다. 퇴근하는 사람들과 하교하는 학생들로 잠시 길이 분주해졌다. 식당 앞 거리는 현대적이고 세련된 느낌의 쇼핑가였다. 하바나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슈퍼마켓도 있었다. 물과 음료수를 샀다. 시내를 둘러본 후 Loma Del Capiro라는 곳에 올라가서 산타클라라의 야경을 볼 계획이었다. 그곳까지는 걸어서 올라가기로 했다. 산타클라라에는 높은 빌딩이 거의 없다. 비달 파크에 있는 10층 정도 되는 영화관 건물이 제일 높다. 몬타나의 주도인 헬레나가 떠올랐다. 이곳이 주도가 맞나 싶을 정도로 스카이라인이 낮아서 인상적이었던 도시. 시내를 다 둘러보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구글맵을 켜고 목적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호세 마르티 도서관을 빼고는 화려하고 특색 있는 건물이 눈에 띄지 않았다. 일단 하바나와 같은 스페인 풍의 건축물이 적어서 일반 관광객들이 느끼기에는 다소 밋밋할 수도 있는 도시 풍광이다. 낮은 콘크리트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골목과 골목을 빠져나와 큰길에 이르니 마차들이 많이 보였다. 하바나의 마차는 관광용이 대부분이었던 것에 비해서 이곳의 마차들은 대중적인 교통수단이다. 천막을 씌운 마차에는 8명 정도가 충분히 앉아서 갈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오토바이 콜렉티보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시내를 막 벗어났을 때 기차가 전시되어 있는 기념공원이 나타났다. 공원 이름이 Train Musium이다. 구글맵에는 Taking of the armored train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이곳에서 쿠바 혁명의 대반전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열세였던 혁명군이 이곳에서 무장된 기차를 탈취해 산타클라라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고 이 승리가 도화선이 되어 마침내 쿠바 혁명이 성공했다는 것이다. 전망대를 향해서 계속 걷다 보니 체 게바라의 동상 하나가 나타났다. 왼팔로 아이를 들고 오른손에는 시가를 쥐고 있는 모습이다. 쿠바인들이 혁명 지도자인 체 게바라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느껴졌다. 그들에게 게바라는 국민의 젊은 아버지이고 시가를 나눠 피는 친구였을 것이다. 혁명에도 공감과 감성이 필요하다. 공포로만 지배하는 통치는 오래갈 수 없다. 결국 그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니까. 걸어가는 길 곳곳에 체 게바라의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버스에는 그라시아스 피델이라는 문구가 흔히 적혀 있다. 북한과 같은 우상화의 결과 같지는 않았다. 목적지로 올라가는 산길에 이르기 전에 온통 성조기로 치장된 스쿠터와 라이더가 보였다. 이들에게 미국은 적국이나 다름없는데 이렇게 다니는 쿠바인들이 적지 않다. 정책적인 통제는 있어도 그들의 생각까지 다 컨트롤하지는 않는 듯한 공산국가, 독재국가다. 흙먼지 피어나는 대로변을 한참 걸어가니 드디어 전망대 쪽으로 가는 마을 길이 나왔다. 올라가는 길이 험했다. 알고 보니 이 루트는 전망대에 오르는 정상적인 통로가 아니었다. 올라가다가 길이 막혀서 잡풀을 헤치며 산에 올랐다. 아무도 없고 해가 떨어져 어둑해지는 산길을 걸으며 난감한 느낌이 들었다. 구글맵의 배신이다.

산타클라라 시내의 쇼핑거리.
피자가 간식이다.
도서관 앞을 지나는 시내버스.
길거리 피자가게.
뉘엿뉘엿 해가 지기 시작하는 산타클라라의 골목. 시장을 보고 들어오는 커플이 다정해 보인다.
돌로 포장된 골목길.
숙소 주변의 작은 공원. 잠시 MOMA에 와 있는 듯했다.
흰 티를 입은 여학생 뒤로 하얀색 차가 지나간다.
낮게 드리운 햇살이 잠깐 깊고 어두웠을 건물 속을 비춘다.
쿠바에 있는 내내 이들의 장사가 궁금했다.
산타클라라에서 가장 높은 곳을 향해 걸어가는 길.
바로 이곳에서 혁명군이 정부의 기차를 탈취하고 혁명군이 극적으로 전세를 반전시킨다.
체 게바라의 얼굴이 걸려있는 이발소. 산타클라라의 흔하디 흔한 풍경이다.
비아 클라라 청사.
아이를 안고 가는 혁명군 체 게바라. 이들의 혁명이 성공하고 지금까지 유지되어온 힘은 사랑이다. 
마차와 오토바이와 자전거. 8개의 바퀴.
미국과 대립하는 국가에서 너무나 버젓이...생각을 통제하는 나라는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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